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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생 공화국, 대만 - 대만을 알면 한국이 보인다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6년 1월
평점 :

범생 공화국, 대만
— 성실함은 왜 불안이 되었는가
<<범생 공화국, 대만』>>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을
사회 구조의 문제로 짚어내는 책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규칙을 지키며,
탈선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음에도 왜 마음은 늘 초조하고
미래는 불투명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대만 사회를 분석 대상으로 삼지만, 책 속의 풍경은 낯설지 않습니다.
교육 경쟁, 안정된 직업에 대한 집착,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는
어쩌면 그렇게 한국 사회의 현실과도 닮았습니다.
저자는 이런 모습을 <범생 공화국>이라 부르며,
성실함이 미덕이 되는 동시에 개인을 소진시키는 구조를 설명합니다.
대만 사회에서 <모범생>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모범 시민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불안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규칙을 잘 따랐기 때문에
길이 사라졌을 때 다른 선택지를 상상하기 어렵고,
실패 경험이 적기에 좌절 앞에서 더 쉽게 무너집니다.
이 책은 이런 불안을 개인의 나약함이나 의지 부족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쟁을 일상화하고 비교를 당연시하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로 분석합니다.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범생의 삶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성실함과 인내가 사회를 지탱해 온 힘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방식이 더 이상 개인의 삶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짚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타인의 기준에 맞춘 모범적인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의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범생 공화국, 대만>>은 즉각적인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안전한 길만을 선택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포기해 왔는지를 내 인생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 책은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여전히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사람들,
노력해도 안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차분히 일러줍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집니다.
지금 느끼는 불안은 잘못 살아왔다는 증거가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모범적으로 살아온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을 읽는 동안 깨닫게 합니다.

대만분들도 우리 한국 평범한 사람들과 다들 바가 없다. 숲의 정령을 믿고,
장독대에 물 떠놓고 기도하시던, 그 옛날 한국의 어머니들이 생각났다.
그렇게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 기도를 하는 실실한 마음 ...
대만분들도 우리 한국 평범한 사람들과 다들 바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한국과 비슷한 감성, 삶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