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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 -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말 공부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5년 11월
평점 :

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
박재용의 〈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은 일상 언어를 통해 개인의 심리 구조와 정서적 패턴을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는 ‘어휘’라는 가장 단순한 요소를 매개로 삼아 감정·관계·정체성의 층위를 해석한다. 단어 하나가 사고의 틀을 만들고, 사고의 틀이 다시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전개되는 구조가 특징적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학적 개념을 무겁지 않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문용어를 최소화하고 구체적 사례나 일상적 상황을 언급해 독자가 자신의 경험에 쉽게 대입하도록 한다. ‘서운함·회복·거리두기·자기 기준’ 등 누구나 익숙한 단어들을 매개로 삼아 감정과 관계의 역학을 설명하는 방식은 이해가 쉽고 실용적이다. 특히 감정 명료화(emotional labeling)가 정서 조절과 회복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환기시키는 부분은 심리학의 현대 연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구성 면에서도 책은 비교적 명확하다. 감정 어휘–관계 어휘–성찰 어휘라는 세 층위로 나누어 설명하여 독자가 어떤 관점에서 자신의 언어를 점검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단순한 어휘 설명을 넘어 해당 단어가 개인의 선택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까지 보여준 점은 이 책의 실질적 가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책의 한계도 분명하다. 어휘 하나를 중심으로 감정·행동·관계를 연쇄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은 이해하기 쉬운 만큼 심리적 복잡성을 단순화할 위험을 갖고 있다. 감정과 신념의 형성은 개인의 성장 배경, 관계 패턴, 인지 스타일 등 다양한 변인을 포함하는데, 책은 이 복합성을 충분히 탐구하지는 않는다. 또한 사례가 비교적 추상적이거나 일반화되어 있어, 심층적 변화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면의 언어를 정돈하는 일’이 일상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치유와 변화를 불러오는지를 차분하게 설득한다. 지나치게 학술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정과 관계의 기초를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심리학 입문자나 정서 언어를 정리하고 싶은 독자에게 실용적이며, 자기 이해의 첫 단계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안내서로 평가할 수 있다.
대학 때 <미학>을 접하면서, 또 영어 단어를 어원으로 공부하면서, 김용옥 도올선생의 <주자학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읽으면서 간혹, 언뜻 언뜻 나오던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 그리고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 보았던 신들에 대한 이름, 또 철학개론을 공부하면서 공부했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각 시대마다 펼쳐지는 철학적 학파들의 역사가 어렴풋이 떠올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우리 언어문화권이 아니라 조금은 벅찼던 단어들, 돌아서면 읽어버리는 어휘들였지만, 참 진지하게 읽었다. 평소 국어학, 언어학에 관심이 있어서 그랬는지 어휘의 변천사와 의미 확장이 되는 내용들이 국어학, 영어, 중국어를 좋아하던 내겐, 정말 보석들을 줍는 심정으로 줄줄이 밑줄을 치고 노트에 필기하면서 읽는 재미가 아주 솔솔했다. 특히 언어의 변천사와 의미확장, 그리고 그 단어와 어휘에 내재되어있는 우주적인 의미가 정말 큰 소득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