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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의 세계 - 지리 선생님이 들려주는 세계의 식량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7월
평점 :
『접시 위의 세계』는 음식이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주제를 통해 세계 지리와 인문 지리를 생생하게 풀어낸 책이다. 전국 지리 교사 모임 소속의 교사들이 직접 기획하고 집필한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 위의 음식들을 출발점 삼아 각 음식이 어떤 환경, 역사, 문화, 정치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탐색한다.
책은 쌀, 밀, 옥수수, 감자 같은 주식 작물에서 시작해, 커피, 초콜릿, 고기, 해산물, 향신료, 술, 패스트푸드, GMO와 같은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 산업까지 다룬다. 이를 통해 지리 교과서 속 딱딱한 개념들을 생동감 있게 엮어내며, 독자들에게 우리가 먹는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 ‘세계와의 연결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들은 지역과 기후, 생태 환경은 물론 식민주의, 세계화, 무역 갈등, 식량 주권 같은 사회‧정치적 문제까지 짚으며, 음식의 생산과 소비가 어떻게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 속에 놓여 있는지를 조명한다. 또한, ‘지리 선생님’다운 탄탄한 정보와 통계,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세계를 담은 밥상, 그리고 지리의 재발견
『접시 위의 세계』는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그것이 얼마나 복잡한 지리적,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처음에는 음식 이야기를 하려는가 싶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는 음식이 곧 세계의 축소판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가장 인상적인 점은 ‘지리’라는 학문을 교과서의 테두리 밖으로 끄집어낸 데 있다. 우리는 흔히 지리를 지명이나 기후, 인구 통계 등을 외우는 과목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지리가 실은 우리의 삶 깊숙한 곳, 즉 밥상 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예컨대,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남미 농장의 착취 구조와 다국적 기업의 독점, 공정무역 운동까지 스며들어 있고, 초콜릿 한 조각에는 아프리카 어린이 노동과 카카오 농장의 환경 파괴가 배어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한 음식 에세이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인문 지리 교양서'로 읽히며, 특히 중‧고등학생이나 청년, 교사, 학부모들에게 지리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교사들이 쓴 책답게 설명은 친절하고 예시는 풍부하다. 교과서에선 단지 "중앙아메리카는 커피 수출이 많다" 정도로 짚고 지나가지만, 이 책은 그 너머의 역사, 경제, 인권까지 함께 보여준다.


또한, 지구화(globalization)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 그 소비가 지구 반대편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결국 나의 선택이 세계에 어떤 파장을 주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윤리적 소비’ ‘지속 가능한 먹거리’ 같은 키워드가 공허한 구호가 아닌 삶의 태도로 다가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지리를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닌,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로 재정립하려는 시도이자, 교사들이 던지는 지적을 하고도 따뜻한 질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지리’가 이런 책처럼 연결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세상에 관심을 갖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접시 위의 세계』는 모든 독자, 특히 교육자와 학부모, 청소년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밥상 위의 익숙한 음식들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보일 것이며, 당신의 세계관과 지리관도 조용히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접시 하나가 세계의 창이 될 수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