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벽
요로 다케시 지음, 정유진.한정선 옮김 / 노엔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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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신의 벽은 일본의 정신과 의사 요로 다케시가 인생과 자아, 사회와 관계,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에세이집입니다. ‘자신의 벽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인간이 자기 내면에 세운 보이지 않는 벽자기 한계, 자존심, 관습, 타인의 시선 등을 마주하고 그것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의사 경험과 인문학적 사유, 일상의 관찰을 바탕으로 삶의 진실한 자유와 독립, 타자와의 관계 맺기 등을 성찰합니다. 단정하고 담백한 문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누구나 느끼지만 명확히 말하지 못한 마음의 구조를 언어로 밝혀냅니다.

 

 

'자신'을 통과해 '자유'로 가는 길

요로 다케시의 자신의 벽은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더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남기는 책이다. 그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정말 '자신'을 알고 있습니까?”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안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구성된 타자의 욕망일 수도 있다.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자신이라고 믿는 것이 실은 사회와 교육, 가족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껍질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일깨워 준다.

 

요로 다케시는 말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자기가 만든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 틀은 바로 '자신의 벽'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생겨난 열등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혹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집착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을 구속하는 보이지 않는 벽이다. 그는 이 벽을 무너뜨리는 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벽을 의식하라고 말한다. 그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의 큰 장점은 그 깊이에 비해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의사로서의 임상 경험과 철학자로서의 성찰이 어우러져 있지만, 표현은 매우 평이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가볍게 읽히면서도 오래 곱씹게 만든다. 예를 들어, 그는 행복은 비교에서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통해 현대인의 강박적 경쟁심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그리고 자유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긍정하는 능력이라 말하며 진정한 독립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 대목이다. 그는 타인은 거울이 아니라 창문이라고 말한다. 타인을 통해 나를 비춰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통해 세계를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비교와 질투가 아닌, 함께 자라는 관계를 꿈꾸게 한다.

 

자신의 벽은 단순한 인생론이 아니라, 존재론에 가까운 책이다. 그는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무수한 자기 자신의 벽에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을 회피하지 말라고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벽을 세우고 무너뜨리는 과정의 반복이라는 저자의 말은, 삶의 본질이 결국 나 자신과의 대면이라는 진실을 보여준다.

 

이 책을 신청해서 읽는 지금, 신청을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있는, 툭하면 정치적 이슈화로 찬성, 반대라는 이분법으로 어떤 문제를 밀어붙이는 폐단, 그걸 콕 집어 말한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찬반 ....정치적 시각을 빼고 모든 국민이 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또 다른 상황이 되었을 것이라는 ...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일본이 집단주의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집 모양이 제각각인 것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아마도 사회적 암묵적 규칙에 따른 구속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생겨난 반작용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씀이 정말 예리해서 깜짝 놀랐다.

 

특히 메타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무릎을 탁 쳤다. 안개가 낀 것처럼 막연하게 알았던

것을 구체적으로 콕 집어 이야기해줄 때, 정말 팔뚝에 소름이 쫙 돋았다.

메타 메시지는, 단순한 삶의 조언을 넘어서는 깊은 존재론적 통찰이었. 쉽게 말해, 겉으로 드러나는 주제나 조언 뒤에 숨겨진 근본적인 메시지, 다시 말해 <이 책 전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요로 다케시가 말하는 자유의 핵심은

<자유란, 타인의 기대나 사회의 기준이 아니라 진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힘이다.>라고 말한다. 평범한 규범적 자유가 아니라, 존재론적이며 실존적인 자유인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자각하고, 그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내면의 자유를 말합니다. 즉 진짜 자유란 내가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 인식하고(존재론적), 그 삶을 용기 있게 선택해서 살아가는 것(실존적)이다.

 

나는 이 책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없지만, <어떻게 나를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하는 저자의 말씀을 읽었다. 나처럼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을 정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매우 조용하지만 단단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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