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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 아버지 ㅣ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두현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10월
평점 :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아버지
저자 :고두현, 출판 : 나무옆의자, 발행 : 2016.10.17.
간단하게 요약
이 시집은 '아버지'라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49인의 시인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쓴 시들을 모은 작품입니다.각 시인은 아버지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시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서평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9인이 '아버지'라는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풀어낸 시들의 모음집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이미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정서를
풍긴다. ‘굽은 길들’은 인생의 험난했던 여정이자, 아버지라는 존재가 걸어온 무거운 삶의
궤적을 상징하고,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표현은 그 고단했던 길이 뒤늦게 빛을 발하며
우리의 가슴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음을 말해준다.
이 책은 단순히 '아버지를 추억하는 시집'이 아니다. 시마다 아버지를 대하는 시인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어떤 시는 깊은 존경과 사랑을 담고 있고, 어떤 시는 미처 다하지 못한 말에 대한 후회와 회한을 담고 있다.
또 어떤 시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고, 한 시대를 관통한 ‘아버지 세대’에 대한
집단적인 성찰을 담아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집이 아버지를 이상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무뚝뚝하고, 어설프고,
말 한마디 없던 아버지이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사랑과 책임감이 시인의 시선으로 투명하게 드러난다.
이 때문에 시들은 오히려 더욱 진실하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마음에 스며든다.
49인의 시인들은 각기 다른 세대, 배경, 문학적 색채를 지닌 만큼 시편들도 다채롭다. 어떤 시는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로 마음을 찌르고, 어떤 시는 서정적인 문장들로 아버지의 이미지를 눈앞에 그려낸다.
또 다른 시는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독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아버지’라는 존재는 한 사람의 개인이자, 시대의 상징이며,
우리 내면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저 생계를 책임졌던 가족의 가장이 아닌,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았던 한 남자.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너무 늦게 이해하게 되는 자식.
그 간극과 사랑, 오해와 회복의 과정을 이 시집은 조용히 풀어낸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아버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순간,
혹은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에도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에 남아 있는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울림을 준다.
사람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다르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 모두는 같은 기억의 강가에 앉아 있다.
그곳에서 흐르는 굽은 길을, 반짝이며 지나간 사랑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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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 늦었습니다.
집을 정리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다가
못올린 책읽기 원고가 있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