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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 위기에 내몰린 개인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브래드 에반스.줄리언 리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 우리가 믿는 ‘국가’는 정말 우리를 보호하는가?
(원제: Risk Society, 저자: 울리히 벡)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의 간단한 즐거리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현대 사회에서 ‘위험’이 어떻게 생성되고 관리되는지를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믿고 있는 ‘국가’와 ‘과학기술’, 그리고 ‘산업 시스템’이 실은 위험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은폐하고 때로는 조장하며 통제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울리히 벡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풍요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환경 파괴, 기후 변화, 방사능, 유전자 조작, 전염병 등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를 떠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러한 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정의하며,
다음과 같은 핵심 논지를 펼칩니다.
현대의 위험은 보이지 않는다
전통사회에서는 눈에 보이는 기근이나 전쟁, 천재지변이 위험이었다면, 현대 사회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고, 전문가만 인지할 수 있는 위험(예: 미세먼지, 방사능, 바이러스)>입니다.
위험은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사회적으로 약한 계층일수록 환경오염이나 안전사고 등 각종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이로써 ‘부의 불평등’뿐 아니라 ‘위험의 불평등’도 생깁니다.
국가와 전문가 집단은 위험을 감추기도 한다
정부나 과학자, 기업은 때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축소하거나 왜곡합니다. 이 책은 <위험의 정치학>을 이야기하며, 위험을 누가 정의하고, 누가 통제하며, 누가 피해를 감당하는지를 짚습니다.
대중은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수동적이다
시민은 다양한 정보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정보 과잉 속에서 ‘위험의 정치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 전체가 구조적 마비 상태에 빠진다는 경고를 전합니다.
✍️ 서평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은 단순한 사회비평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국가’, ‘과학’, ‘기술’,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선언문에 가깝습니다. 저자 울리히 벡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산업이 만든 위험을 산업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읽다 보면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동시에 깨달음이 툭툭 떠오르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핵발전소 사고를 ‘천재지변’으로 돌리는가?
왜 대기업의 독성 물질 유출은 ‘실수’로만 끝나는가?
왜 기후 위기를 말하면서도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가?
이 책은 그런 현실을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고,
시민으로서 어떤 감시와 연대의 힘을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암시를 줍니다.
특히 오늘날 팬데믹과 기후 위기, 가짜뉴스와 정보 왜곡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20세기 후반에 쓰였지만 여전히 현재적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국가가 절대 선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시민 개개인이 각성해야만 사회가 진짜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단지 ‘분노하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깨어나라’고 말하는 책입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지
자신에게 되묻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살고 있는 국가를 생각합니다. 요즘 특히 국가의 역할을 생각하게 됩니다. 시절이 소란스러운 이유도 있겠죠? 전대미문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더더욱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국가는 우리를 보호하는가?”
”국가는 우리를 억압하고 통제하는가?”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은 이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 앞에 다시 꺼내 놓아봅니다.
7년 전에 책상 위에 놓고, 점점 약해지는 시력과 통증으로 병원행을 택하며 손 놓았던 이 책!
다시 읽어보아도 정말 무거운 주제이지만, 우리들은 21세기를 사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습니다.
시민으로서, 창작자로서, 부모로서, 우리는 더 이상 <무지한 안전 지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