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대로 괜찮습니다 - 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ㅣ 자기만의 방
호소카와 텐텐.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대로 괜찮습니다.
“ 자존감 문제 치유, 인간관계 고민 해결! 대인관계치료 1인자의 유쾌한 상담실에 초대합니다.” 책 뒤표지에서 이 문구를 보면서 곰곰이 내 청소년 시절을 생각해봤다. 사실 많은 형제와 친구들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동안, 참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한번 되돌아보고,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하고 느낄 때, 그동안의 커뮤니케이션을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한다. 꿈틀꿈틀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친구가 놀리거나 괴롭혀도 꾹 참았다. 그런데 내 속으로 그 상처가 곪아들어 나중에는 그 친구가 죽이도록 밉고 싫어서 아예 내 속에서 원수를 만들어갔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는 누군가 좀 살갑게 다가오면 그 친구를 네거티브하곤 했다. 그때 마음은 시원하지 않았다. 그냥 내 마음만 괴로울 뿐이었다. 이럴 때 저자는 그 기분 상하는 것을 참지 말고 그대로 상대방에게 표현하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상대방을 살펴보라고 한다. 늘 당하기만 하던 어느 날 나는 그 친구에게 표독스러울 만큼 표정을 바꾸어 앙칼지게 받아친 적이 있었다. “너는 그렇게 매사 처사를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왜 네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더럽지? 네가 상사들 앞에서는 상냥한 것처럼 교언영색을 하면서, 네가 싱크대에 음식찌거기를 마구 버리는 것 그 상사들은 아니?”라며, 그 친구의 이중성을 들이댔던 날, 나는 그날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경험했다. 그 뒤로는 그 친구가 나에게 함부로 말을 하지 않고 말을 할 때 조심하는 것을 보았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내 마음을 모른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저자는 가슴에 묻지 말고 상대방에게 표현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나의 말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라고 말한다. 사실 그 친구는 내가 항상 순둥이고 바보일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얼굴 표정까지 180도 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기절초풍으로 놀라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항상 다소곳하기만 하고 얼굴만 붉히던 내가 표독스럽기까지 한 눈빛으로 자신의 말을 받아쳤으니 얼마나 놀랬을까?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게 하면서 내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내가 정말 네거티브를 엄청 잘 하는 사람이라면, 말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고, 혼자가 가슴 끙끙 앓으면서까지 침묵하며 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내 말을 들어주는, 그저 들어주는 사람을 만들라고 말한다. 그것도 “그냥 대답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돼.”라면서 들어줄 사람과 서로 역할을 확인하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고 좋은 상담이 된다고 본다. 이야기를 할 때 침묵만큼 나쁜 것도 애매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충분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늘 사양하거나 자기주장이 부족하다. 이럴 때 본인은 늘 옴추려들 것이고, 그런 모습을 본 상대방들은 본인을 소심하다라 생각하고, 너무 수동적이다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이야기들을 만화형식으로 따라가다 보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에게 귀한 조언을 하고 있음을 가슴 콕콕 박혀온다. “남들도 나처럼 완벽하진 않겠지.”라는 시각을 가지면 타인에게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행간에선 고개를 끄덕인다. 만화 뒤에는 텍스트를 곁들여 하마터면 지루해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잘 읽혀지면서 누구나 인간관계라는 벽에 부딪혀 고민할 때, 그 고민을 아주 섬세하게 대화형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나도 만화의 주인공, 고민하는 주인공 입장이 되어 문제해결에 한층 더 접근하여 내 고민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재주가 이 책에는 있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네, 지금은 이쯤이면 됐어라고 결론을 내고 고민에서 빠져나오라고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은 그런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내게, 나는 “그래 과거는 과거야. 더 이상 과거에 붙잡혀서 현재와 미래를 망치지 말자”라 큰 소리로 내 자신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주며, 요즘 고1인 딸아이 책상에 놓았다. 우리 딸아이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