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버지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옌렌커, 중국 작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 그를 만나 본적은 없었다.  나와 아버지라는 그의 글을 통해서 뭐랄까 앞으로 그의 작품을 읽을 예정이기에, 그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옌렌커와 그의 아버지, 큰 아버지, 넷째 삼촌에 관한 글이다.  중국문학에도 관심이 없었고, 중국의 근대화과정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국의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고,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은 모두가 동일한 것같다.

 

옌렌커는 1958년 시골에서 태어났다. 누나 둘과 형, 그리고 자신까지 총 6명의 식구가 살고 있었고, 큰누나는 어려서 부터 아팠다. 그래서 온 가족의 큰 누나의 치료비를 모아야 했고, 그들은 어려서 부터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나 중국 혁명의 중심은 도시였다. 옌렌커는 도시와 농촌이라는 경계가 명확했고, 도시에서 온 자신의 짝꿍을 시험에서 이겨야 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그녀를 이길 유일한 기회마져 빼앗기고 만다.시험이 사라진 것이다.

 

큰 누나의 침상머리는 옌렌커에게는 최초의 도서관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가족은 자신의 글쓰기에 있어 큰 자산이며, 글쓰기를 위한 마르지 않는 정감의 창고였다고 한다.

 

마오주석이 즐겨 읽었던 홍루몽을 손에 넣었을 때의 그 즐거움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책을 좋아했는지 알수 있었다.  한동안 책에 빠져 점수 1, 2점에 집착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글에서 그가 왜 도시를 동경했고, 왜 그토록 농토를 떠나고자 했는지는 나온다. 고등학교 진학시험부터 도시의 아이들은 그냥 합격할 수 있었지만, 농촌의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시골은 혁명의 주체가 되지 못했고, 도시가 그 주체가 되었기에 '지식 청년'이라 해 도시에서 온 청년들이 마을에 머물며 그들이 가질 수 없는 현대식 물건들을 전해주곤 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그들은 마을의 한량처럼 일도 하지 않고, 군림하고 있었다. 여성 지식청년을 강간하려고 했던 이는 총살 당하는가 하면, 마을의 처녀를 강간해 그녀를 자살로 몰아버린 지식 청년은 도시로 도망을 가버리고, 부모가 내려와 금품 보상을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지식 청년에서 부터, 그는 다시금 도시로 나아가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분계선>이라는 글을 장캉캉을 알게 된다. 그는 책을 써 농촌을 벗어난 이였는데, 그때부터 옌렌커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중간에 학교를 그만 두고, 손가락이 뒤틀려 글을 쓸수 없을 정도로 일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일을 해 아버지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자 했고, 자신이 일을 해 누나의 병구환을 하고자 했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그를 보고 있자니 사실 가슴이 짠했다.

 

그의 아버지는 천식이라는 병을 달고 살고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임무가 기와집을 짓는거라 생각했다. 기와집을 지어 자식들이 결혼을 하고 그들이 성장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땅에 태어나서 꼭 해야할 의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초가를 없앤 최초의 시골 농부였다.

 

옌렌커는 농토를 떠나는 길이 군 입대뿐이라 생각했고, 아버지의 짐을 나눠지기보다는 자신이 농촌을 떠나고 싶기에 군에 입대했다. 결국 자신의 군 입대가 아버지의 죽음을 앞당기고 말았다고 그는 생각했었다. 자식을 위해서 평생을 살아온 부모,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자식들.

 

옌렌커와 그의 아버지를 통해서 나는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동네 친척 아이들에게 콩엿과 사탕, 과자등의 주전부리를 항상 나눠줬던 큰 아버지, 도시근로자와 바쁠때는 농민으로 살아야했던 넷째 삼촌까지, 옌렌커와 그의 친적들의 삶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끔 만들고 있다.

 

옌렌커의 문학이 탄생하기 까지 그의 삶은 대단히도 굴곡졌었고 힘든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그의 문학이 더 빛나는 것은 아닐까? 나와 아버지라는 이 책을 통해서 운명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살기가 힘들었고, 농촌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던 옌렌커. 어린 시절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감내해야했던 세월, 그 세월도 지금 돌아보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을 이책은 보여주고 있다. 옌렌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간 느낌이었고, 앞으로 그의 작품들이 어떨지 조금이나마 예상하게 된다. 묵직하면서도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하고야 마는 옌렌커와 그의 아버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아니, 현실적이었다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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