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끓다 - 베테랑 특파원이 2년여 테러현장을 누비며 목숨을 걸고 취재한 진짜 인도의 정치·사회·문화 에센스
이재강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 역시 읽기 시작한지, 3주하고도 반이 지나서야 겨우 리뷰를 쓴다. 뭐랄까 요즘은 리뷰를 쓴다는것이 참 많이 힘이 든다는 느낌이든다. 내 리뷰를 읽고 책을 사는 누군가가 있기에, 그렇기에 그 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면 정말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것이 중요해서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이다. 뭐랄까, 예전에는 리뷰를 쓰면 책임감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나혼자 두리뭉실(?)하게 내가 읽은 느낌을 적어내려가면 되겠지이런거였는데, 이젠 뭔가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은 꼭 메모를 해둬야할것만 같고, 저자가 의도한 바를 다시한번 떠올리지 않으면 안되는것같다.

 

우선, 인도라고 하면 정말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고, 그래서 이책에 관심이 더 많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 이전에도 인도 관련서적은 꽤나 읽었던 것같다. 주로 여행서가 대부분이었고, 수필집도 꽤나있었던 것같다. 처음 인도를 책으로 만난건 류시화님 수필집<하늘호수로 떠나는여행, 지구별여행자>였다. 그때부터 인도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고나 할까? 아니다 그전에도 티비에 인도 다큐멘터리나 카스트 제도에 것이 방영되면 꼬박꼬박 챙겨봤으니 훨씬 더 이전일지도 모르겠다. 

 

한 10년전이었던가? 정말 10년전인것같다. 아는 친구한테, 나는 대학가면 꼭 인도여행가고싶어.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는말이, 자기는 더럽고, 지저분하고, 후진국느낌나는 그런 곳보다는 유럽여행을 가고싶다고, 아직도 그 친구의 말이 뇌리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물론,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인도에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가 볼 그 곳, 정말 한달 이상은 머물러보고 싶고, 내가 꿈꾸고 있던 일들이 벌어질것만 같은 그곳을 위해서 오늘도 책을 통해서 인도를 만난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접해왔던 인도서적과는 차원이 다른책이다. 인도 특파원을 지낸 지은이가 인도의 정치, 경제, 사회부문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 실제 우리가 겉핥기식으로만 알아왔던 인도가 아니라, 정말 좋게 미화되기만 했던 인도가 아니라, 인도의 실체를 만날수 있는 책임이 틀림없다. 인문서라도 살짝 부담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인도의 정치역사를, 인도의 경제를, 인도사회 전반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읽을수 있는 책이다. 이 한 권을 통해 영국으로 부터 독립한 후의 인도를, 세계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인도를 있는 그대로 만날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뭐랄까 이제는 인도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인도는 2008년현재 인구 12억 8천명이라고 한다. 그들을 움직이는 사람이 누굴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한번도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고, 당연히 마하트마간디나 마더테레사수녀님 정도 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들은 분명 인도의 정신적 지주임은 맞지만, 지금 현재 인도를 이끌고 있는 것은, 간디-네루 집안의 회의당 당수 소냐간디라고 한다. 먼저 밝히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간디는 우리가 아는 간디가 마하트마 간디가 아니라는 것이다. 간디- 네루 집안의 정치의 역사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이자 독립후 인도를 설계하고 운영한 자와할랄네루에서 부터 시작되는데, 그는 인도가 독립하던 1947년~1964년까지 17년간 인도의 총리를 지냈다고 한다. 그의 외동딸이 인디라 간디와 페로세간디가 결혼을 하고, 네루의 사망이후 인디라 간디가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인디라 간디의 맏아들 라지브 간디가 케임브리지에 유학을 하며 만난 이탈리아 태생의 소냐간디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소냐가 간디-네루 집안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소냐간디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지 몰랐다. 인디라 간디의 둘째아들 산자이 간디가 더 어머니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유력했기에, 소냐가 인도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신의 장난이 아닐까 싶을정도다.

 

이탈리아 태생의 외국인이 인도를 지배하기까지, 그 과정은 얼마나 험란했을까?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의 정치적 활동을 옆에서 봐왔고, 인도의 흐름을, 인도의 살아 숨쉬는 그 모습을 눈으로 봐왔고, 자신의 시어머니가 시크교도에게 총에 맞아 죽어가는 것을 봤고, 시동생인 산자이 간디의 비행기 추락사, 남편 라지브 간디의 폭탄테러까지 그녀가 인도를 짊어지기 위해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 정말 대범하지 않고서는 이루어갈수 없는 것들이었다.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는 카리스마 넘치고,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는데 주력했고, 자신의 주장을 한껏펼쳤다면, 소냐 간디는 타인의 말을 먼저 들어줄주 알고 좀더 인디라 간디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많이 지녔다고 한다. 인디라 간디가 자신이 죄를 덮기 위해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독재자의 길을 걷기도 했고, 그러다가 다시 풀뿌리 민주주의인 선거로 돌아와 참패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무척이나 인상깊었던 것은 인디라 간디가 정권을 유지하는 것보다도 유권자면 7억명이 넘는 인도에서 선거가 너무나도 공정하게, 너무나도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인도같은 나라의 경우는 정말 부정부패가 많을것같고, 선거에서도 비리가 많을것같지만 상당히 체계적이고, 많은 이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어쩌면 이 저력이 지금의 인도를 이끌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인디라 간디에서 소냐 간디로 이어지는 인도를 지배하는 그들의 정치 세력은 아마 앞으로도 지속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각제인 인도에서 최초로 여자대통령을 만들고, 자신의 뒤에서 자신의 할일을 묵묵히 해내는 이들, 힌두교와 이슬람, 시크교도간의 끊임없는 충돌속에서도 인도를 지켜가고 있는 이들, 중국 마오쩌둥식의 혁명을 신봉하는 낙살라이트들과의 대적, 거기다 RSS라는 힌두 민족주의를 실현하려는 단체들 까지 인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속에서 자신들이 지켜야할 인도 국민들을 위해 오늘도 인도를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수없이 펼쳐지는 인도의 크고 작은 분쟁들, 그리고 당정간의 싸움은 물론이고, 인도라는 나라를 만나면서 새롭게 알게 된것이 너무나도 많다. 인도의 지도는 지금도 그려지고 있다고 한다. 분리를 요구하는 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 대륙이 넓다보니 당연히 차이가 나고, 문화적 차이, 종교적 차이도 많이 있기에 그럴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와 같은 곳에서는 절대 일어 날수없는 일들이기에 신기하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불가촉 천민을 위한 할당제부터 시작해서 인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회계층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각주별로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뭔가 제 3세계로만 여겼던 인도가, 아직도 내게는 후진국으로만 여겨지던 인도가 정말 대단한 나라구나 다시한번 깨달을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가지지 못한 핵무기를 인도가 보유하고 있고, 핵고립사태에서 이제는 벗어나, 브릭스의 하나로써 정말 세계 경제에서 어마어마한 위상을 차지 하고 있구나 하는걸 다시금 느꼈다.

 

아직도 인도는 내게 너무나도 멀고, 어려운 나라지만, 이책을 통해서 지금의 인도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유혈사태가 벌어졌었는지, 인도를 이끌어가는 정치적 세력이 누구인지, 인도의 선거제도는 물론 인도의 정치, 경제 전반을 둘러보게 함을써 세계 경제속에서 인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성장할지, 인도가 얼마나 민주적인국가인 동시에 가난한지 또 한번 느꼈다. 불가촉 천민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있으면서도 아직 카스트제도를 인정하기도 하고, 인도 인구의 55%가지 아직까지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세계 경제속에서 빠른 인도의 성장은 과연 돈있는 이들만을 위한 것일까? 인도의 색다른 면을 만나면서도 인도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버릴수많은 없었다. 인도는 내게 정말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나라인 것같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죽이고 싸우고, 정치 세력을 문제로 테러를 저지르기도 하고 이런면에서는 정말 아직도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공정하게 진행되는 선거하며, 세계 IT시장에서의 인도의 능력과 인도인들의 지배력에는 또 한번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 된다. 어느것이 진짜 인도의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이 둘모두가 인도의 모습일지도.... 오늘 내가 만난 인도는 정말 색달랐고, 인도의 감춰진 진면목을 이제서야 바라보게 된것만 같다.

 

인도의 미화된 모습이아니라, 진정한 인도를 만나고싶다면 권한다. 인도,끓다. 인도는 지금도 100도를 훨씬넘어 끓어오르고 있는 언제 뻥떠질지 모르는 용광로 같기도 하고, 은근히 부글부글 끓는 보리차같기도 하고, 인도의 팔색조 모습에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인도의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꾸미지 않은 인도의 모습, 그건 아마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것같다. 아아아!! 인도, 정말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이책 덕분에 좀더 인도에 대해서 실질적인것들을 알게 되서 너무 좋다. 마냥 환상의 인도가 아니라, 이제는 현실을 직시할수있을것같은 느낌이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