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면 한번쯤 들척여봐도 좋을 책. 그뿐이다. 나는 원작 영화를 생애 가장 좋았던 필름 다섯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좋아한다. 별을 4개 준 건 그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의 작업 방식이 꽤 아날로그적이어서 흥미로웠다. 그의 영화에 대한 책은 그의 영화만큼 고풍스러운 재치가 있다. 그냥 영화 그 자체의 연장이다. 사은품으로 받은 노트가 나는 (팬이므로) 퍽 마음에 들었다.
자리를 잘 잡았으면 싶은 마음에 매호 구매하고 있다.나는 이런 잡지가 나올 때마다 겁부터 난다. 이렇게 좋은 잡지가 슬그머니 사라질까봐.이번 호는 특히 쏠쏠했고 좋은 책을 참 많이 건졌다.
처음 21세기 문학상 수상집에서 수록작인 메리고라운드서커스 여인을 우연히 읽고 난 후부터 난 내 멋대로 이 소설을 내 인생소설이라 부르기로 결정했다. 예전에 어떤 평론가가 전경린에게 마녀라는 수식을 붙였었다. 그 `마녀` 전경린다운, 전경린의 글이며 전경린 외엔 누구도 쓰지 못할 글들의 집결. 이졸데의 모순으로 가득하다. 난 여전히 젖은 가방들이 떠다니는 바다를 종종 상상하고, 여전히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비스킷처럼 부서지던 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