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세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1
백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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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잘 아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시집을 고르는 데에 크게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취하고 싶은 감정이 있는가, 또는 꼭꼭 씹어 읽고 싶은 문장이 있는가다. 백은선의 가능세계는 후자였다. 제목에 반쯤 홀려 구매했고 이윽고 펼친 시집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단어들은 아슬아슬 줄을 타고, 나는 남의 SNS 속에 비공개로 숨어있던 글을 훔쳐보는 심정으로 시어를 꼭꼭 씹는다. 감정보단 말에 취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 흠뻑 읽고 싶은 시집이다. 좋았다. 왜 좋았냐고 묻는다면 구체적인 이유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 한 번은 주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이 단어들을 더듬었으니 두 번 세 번 더 읽게 된 후에 이 시에 구체적인 감정을 붙여주고 싶다. 읽을만한 좋은 시였다. 신인의 불편한 패기보다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안정적인 문장들이 나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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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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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심리학책이나 자기계발서적이 인기가 높다고 하면 난 으레 이런 책일 것이라 오해를 한다. 넌 잘못 됐다고 다그치는 책이거나 혹은 너는 지금도 잘 하고 있으니 일단 힘부터 내라고 부추기는 무책임한 책이거나. 이 책은 옳다, 그르다를 말하지 않는다. 너의 모든 잘못은 과거 혹은 너의 부모나 세상에 있다고 무조건 떠넘기던 프로이트식 조언에 지쳐 있는 사람이라면 읽을만 하다. 내가 뭔가 안 풀리고 있는데 힘만 내라고 말해주는 자기 계발서에 지쳤다면, 역시 읽을만 하다.
서두에서 김정운 교수가 했던 말처럼 전부 동의하기는 어렵다. 이 책의 주요 화자인 철학자 역시 너는 옳다, 그르다를 말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아들러의 이론에 근거한 책이기 때문에 아들러의 입을 빌려 '너는 이렇다'고 말해주는 것이 전부다. 받아들이는 건 모두 개인의 문제다. 선택도 나의 몫으로 남겨주는 자기계발서적은 흔하지 않다. 독자는 이 책을 따를 필요가 전혀 없다. 열풍만큼 주변에 열성적으로, 이 책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할 책임을 난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읽어볼만 하다. 이런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세상의 많은 고민을 내려놓는 방법 한 가지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나는 세상이 아니라 나를 용서하게 됐다. 그리고 시원해졌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당신이 만약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기분을 분명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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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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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담컨대 하루키의 책 중 가지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하루키라는 이름이 보이면 중고서점에서 과거 조악한 해적판일지라도 손이 가버리는 몹쓸 습관을 가진 탓이다. 그만큼 좋아한다. 하루키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하지만 그뿐이다. 귀엽고 재미있고 예쁘고,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여전히 개성 넘치고 하루키의 텍스트와 영혼의 파트너십을 자랑하지만 그뿐이다. 그뿐이지만 하루키의 팬이라면 소장하고 싶을 것이다. 하루키가 안자이 미즈마루와 함께 작업한 고양이 그림책이다. 팬에겐 소중한 콜렉션이다. 그렇다. 딱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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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지의 세계 민음의 시 214
황인찬 지음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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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시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을 몇 명 알고 있다. 그의 시는 한 문장을 골라내기가 매우 어렵다. 행과 행 사이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의 시는 한 덩어리로 읽을 때에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치 잘 짜여진 만화나 영화 한 편의 스토리 콘티와도 비슷하다. 심상은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로 흐르고 화자는 소통대신 자기 고백에 집중한다. 그의 글이 히키코모리적 세계라는 책의 해설은 아마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흑백의 칸에 갇혀있는, 수척하고 외로운 청년을 나는 보았다. 한때는 메텔 같은 여인과 사랑하길 꿈꿨을 듯한 , 그런 여자는 세상에 없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소년을 나는 보았다. 그의 시는 정말로 내가 아는 많은 20대들을 닮았다. 그래서 나는 참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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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75가지 감정 표현법 - 감정이 살아있는 캐릭터 만들기 인간의 감정 표현법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지음, 서준환 옮김 / 인피니티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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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널리 퍼지고 있기에 한 번 사봤던 책. 하지만 크게 실용적이진 않다. 용례가 너무 적고 건조한 예시 문장들만 나열되어 있어서 이 책만으로 감정표현을 연습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는 다른 서사를 많이 읽는 편이 보다 더 유용할 것 같다. 인물 묘사를 연습하기에는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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