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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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명성 자자한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를 읽었다. 일단 이 소설에 대해 리뷰를 쓰기 전에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스노우맨』을 읽지 않았다. 스노우맨에 대한 주변분들의 극찬에 호기심은 생겼지만 읽는 것은 차일피일 미루던 차였다. 그러다가 그 후속작인 레오파드를 먼저 접하게 된 셈이다. 자연히 스노우맨을 통해 미리 요 네스뵈의 헤리 홀레 시리즈에 반한 독자들과는 다른 눈으로 이 소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접한 노르웨이. 처음 만난 해리 홀레. 



스노우맨? 


까놓고 말하자면 도무지 홀레에게 몰입을 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여유가 없이 바빴던 탓도 있지만, 그 어느 것보다 이 책이 스노우맨의 후속작이라는 게 장애물이었다. 레오파드에는 전체적으로 스노우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연쇄살인의 패턴에도, 해리 홀레의 현재 상태에도,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도 스노우맨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걸 알아낼까도 생각하겠죠."

해리는 머리맡 테이블의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길게 내뱉었다. "그게 문제야. 해결책은 하나뿐이야. 그자와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누구요? 백마 탄 왕자님?"

"그와 비슷한 사람."

-p.579



미궁같은 사건


레오파드의 사건 자체는 독립되어 있다. 여기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은 미궁과도 같아 해리도 독자도 끊임없이 노르웨이 전역을 헤매게 된다. 그 와중에도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착실히 늘어간다. 왜, 누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 것일까. 그런 미궁 가운데에서 크리포스와 강력반 사이의 알력 싸움이 더해지고, 해리의 수사 또한 난항을 겪게 된다. 이야기가 워낙 복잡하게 전개되는 터라 읽으면서 계속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했다.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을 더디게 만든 요인은 따지고 보면 복잡한 사건 그 자체였다. 



스노우맨??


그러니까 스노우맨을 보지 않았다고 레오파드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안에서 전작의 큰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정도로는 단서를 주기도 하고, 가끔 시리즈에 대한 부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주석도 달려있다. 그러니까 내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스노우맨이라는 옷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잔재미는 놓치게 된다. 해리 홀레라는 인물도 내게는 그냥 제정신이 아닌 채로 마약하는, 실력이 있는 줄도 모를 폐물 형사일 뿐. 



스노우맨?????


낯선 모임에 초대되었다. 나만 빼고 다들 반가워하며 인사하고 옛날 이야기를 했다. '라켄은 잘 지내?' '응, 잘 지내. 넌 그 사건 이후로 어떻게 지냈어?' 대화에 끼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한 마디 끼어들려고 입을 여는 순간, 아뿔싸. 피해자가 또 나왔단다. 거기로 쫓아 갔더니 이미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시체를 보며 또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야, 이거 예전 그 사건 닮지 않았냐?' 그 사건이 뭔지 모르는 나는 그냥 입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왜 스노우맨을 읽지도 않고 이 모임에 나온 거지?' 



그러니 다음 번에는 스노우맨을 먼저 만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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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엔젤 1 블랙 로맨스 클럽
주예은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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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한국 작가 소설이 나왔다고 한다. 그것도 나와 동갑인 작가라고 한다. 한국 소설, 특히나 한국 판타지는 잘 출간하지 않는 황금가지에서 젊은 작가의 책을 내다니. 대체 어떤 책인가 궁금했다. 주예은 작가의 『데미엔젤』은 천사와의 로맨스라는 소재에서 느껴지는 소녀스러움 그대로일까.  




소설은 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표지와 소개글에서 느껴지는 반짝반짝한 사랑이야기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소녀스러운 환상의 재현이었다. 런던의 하늘빛일까. 구름이 껴 흐릿하지만 곧 갤 것도 같고, 비는 오지 않는 미묘한 날씨, 그 아래 늘어선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들, 꽃이 핀 정원, 그 사이를 걸어가는 조각처럼 완벽한 외모의 남자와 창백할 정도로 여린 소녀. 이런 이미지. 


준은 어린 시절 학대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소녀이다. 예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자신을 사랑할 줄도 모른다. 죽음을 열망하는 그녀 앞에 한 천사가 나타난다. 그녀를 지킬 소명을 가지고 있는 데미 엔젤, 로이. 준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그와 금새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고귀한 영혼, 샤인스피림인 준을 노리는 악마들 때문에 사고가 생기고, 로이 준을 지키기 위해 악마와의 계약하고 타락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 준을 만나게 된다. 준이 과거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그녀를 계속 사랑하기 때문에. 




완벽한 남자주인공. 


트와일라잇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을 초월한 절대적이고 완벽한 존재의 그야말로 흠 잡을 데 없는 헌신적 사랑 이야기이다. 어장 관리는 없지만. 작가가 준에게 이입해서 이야기를 썼다는 게 느껴졌다.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소녀라면 아마 준에게 감정이입해서 이야기 속의 로이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판타지보다 로맨스의 비중이 크다. 서사보다는 로이와 준의 예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데 치중했다.  오글거리는 대사와 완벽한 데이트 사랑을 통한 치유. 


그의 얼굴은 경악할 정도로 잘생긴 외국 배우를 연상시켰다. 그냥 미남이 아니라 신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약간 긴 금발이 아까 성당에서 내 눈을 잠깐 스친 빛과 같았다. 그의 눈동자는 내 검은 눈동자가 초라할 정도로 영롱한 짙은 파란색이었다. 태양빛을 쪼개 만든 듯한 그 눈동자는 잠깐 보아도 눈이 시릴 지경이었다._1권 27쪽

 


그러나 나는 역시나 소녀심이 부족하다. 아니면, 이런 식의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 못마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완벽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싶어서. 저런 소녀같은 주인공에 잘 감정이입하지 못하는 탓이기도 하고. 워낙 성격이 삐딱해놔서 준이 만약 내 앞에 있었다면 삐딱삐딱하게 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 미래? 현재? 


그런데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삐딱하게 본 것은 '시간'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흔히 타임 패러독스, 즉 시간 역설이 제기된다. 시간 여행이 가능함으로써 생기는 수 많은 모순들. 타임 패러독스에는 여러 유형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작가들이 내놓은 여러 가설이 있다. 가장 쉬운 예로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죽이는 걸 들 수 있겠다. 그러면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내가 어떻게 아버지를 죽이는가. 뭐 대충 이런 것들이 시간 여행을 다루게 될 때 문제가 된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모순을 로이가 일으키려고한다. 준과 로이가 미래를 바꾼다면, 시간과 시간 사이에는 구멍이 생긴다. 그 구멍을 메울 설정은 무엇인가. 평행우주? 또 다른 타임라인? 수많은 시간의 역설 사이에서 나를 이해시킬 설정을 찾을 수 없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이 육신 전체가 과거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과거의 그 상황에 다시 놓이는 것이라는 건 알겠는데(이 부분 또한 애매한 점이 있다), 그렇다고 뭔가 달라질 거 같지는 않고. 내가 놓친 것일까. 


"넌 멀지 않은 미래에 날 만날 거야. 베룬으로 타락해 버린 내가 지금 네 앞에 나타나든가 나타나지 않든가에 상관없이. 그리고 미래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넌 또 다시 날 사랑하겠지. 문제는 거기에 있어. 미래에서도 나는 소멸할 거고 아무 영문을 모르는 넌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받을 거다. 난 그걸 막아야해." _1권 220쪽


이런 설정의 구멍이 생긴 것은 판타지적 장치가 그저 로이와 준의 사랑을 진행시킬 수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의 변화는 사랑을 위한 판타지적 요소였고, 그렇기에 때에 따라 입맛 따라 상황 따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가벼운 것이었다. 과거와 미래는 얼마든지 가변할 수 있었고, 무엇이 실제 미래였고 어떻게 미래가 바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로맨스를 위해. 그저 사랑을 위해.




소녀심으로 무장할 것


소녀심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영어덜트나 블랙로맨스클럽의 소설들은, 로맨스는 뒷전으로 두고 '판타지다!', 'SF 괜찮네', '오, 이거 미스터리네' 하는 태도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데미엔젤은 다른 무엇보다 로맨스가 우선되는 이야기라서 저런식의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반짝반짝하고 예쁜 소녀의 판타지를 위한 소설이니 10대 소녀의 감성을 갖추고 읽을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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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yclopedia Mythologica: Gods and Heroes (Hardcover)
로버트 사부다 지음, 매튜 라인하트 그림 / Walker Book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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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사부다&매튜 레인하트 콤비의 『Gods & Heroes』입니다.

 

사부다와 레인하트는 팝업북을 만드는 페이퍼 엔지니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가들이죠. 두 사람의 팝업북을 보고 있자면 감탄이 절로 난답니다. 거대한 형체가 책에서 튀어나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생동감있게 움직이기까지 하거든요.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표현이 알맞은 것같습니다.

 

그 두 사람이 공동제작으로 만든 <Encyclopedia Mythologica>시리즈인데요. Gods&Heroes는 이 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나온 책이예요. 신화, 설화, 전설 등의 옛이야기와 관련된 백과사전이죠. 뒤쪽에 같은 시리즈의 『Fairies and Magical Creatures』가 보이죠? Fairies가 요정과 관련된 설화를 다룬 팝업북이었다면, Gods & Heroes 는 신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일단 외서를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번역 출간도 되었습니다.

번역서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91083

팝업북을 모으는 컬렉터로써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산다면 아무래도 번역된 책이 낫겠죠?

 

 

그럼 세계의 신화 속 신들을 만나보죠.

 


 

 책을 펼치자마자 이집트 죽음의 신 아누비스가 맞이해줍니다. 일단 저승을 거쳐야 신화 속으로 갈 수 있나봅니다. 첫장은 이집트 신화에 관한 것들이네요.

 

아누비스처럼 크게 나오는 팝업을 메인팝업이라고 한다지요. 옆에 붙어있는 탭들이 보이시나요? 그걸 열면 또 다른 서브팝업들이 나온답니다. 서브 팝업으로 있는 피라미드까지 구경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가장 익숙한 신화가 하나 나오네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올링포스 궁전입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중요한 신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답니다.

 

 

 

어이쿠야. 구석에서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밀회를 즐기고 있네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뒷장까지 계속됩니다. 뒷장에서는 아르고호가 나오죠. 영웅들의 모험담을 들려줍니다.

 

  

 

 

 

탭을 펼치면 나오는 서브 팝업 중의 하나입니다. 헤라클레스의 열두가지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잽을 당길 때마다 그림이 하나씩 넘어갑니다. 총 12개!

 

 

 

그리스 뒤로는 토르가 나오네요. 망치로 뿅뿅. 책을 펼치자마자 묠니르를 힘차게 휘두릅니다.

로키도 숨어있어요.

 

 

북유럽을 벗어나면 낯선 신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하와이, 화산의 여신 펠레라고 합니다. 화산을 박차고 튀어나오죠. 사부다 팝업의 재미는 바로 움직임입니다. 사진으로는 표현을 하기 힘들죠. 팝업북은 직접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게 천지차이라니까요.

 

일본의 이자나기, 이자나미 신화도 있고요.

 

 

 

옥황상제도 있네요! 넘기면 손오공도 나와요.  

 

 

 

아즈텍, 인디언 신화도 나옵니다. 꽤나 꼼꼼하게, 재미있게 신들의 세계가 표현되어 있어요.

 

 

사부다와 레인하트의 팝업북은 참 화려해서, 모으는 것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볼 때마다 뿌듯뿌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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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Novelty Book)
Marion Bataille 지음 / Tate Publishing & Enterprises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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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북을 모으다보니 어느 샌가 화려한 팝업기술을 사용하는 것보다, 간단한 기술로 기발한 효과를 낼 때 더 감탄하게 됩니다. 나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록 간단한 장치지만 생각해내지는 못하는 아이디어. 간단한 것으로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센스. 어떤 디자인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도 나고요.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 별거 아닌 재료만을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 어느 쪽이 더 어려울 지는 자명하잖아요? 물론 저 같이 좋은 재료로도 맛없는 걸 만들어내는, 아니 재료를 어떻게 구할지조차 모르는 사람에게야 양쪽 다 대단해보이기는 합니다만...





『10』은 그런 간단한 장치를 이용한 책입니다. 정말 간단해서 보면 다 따라 만들 수 있어요. '에이 내가 직접 만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내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10은 다른 여느 팝업북보다도 꽤나 디자인적인 책입니다.  표지부터 참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이지 않나요?  




케이스에서 책을 꺼내면 하얗고 단순한 표지가 나옵니다.
10은 제목 그대로 숫자에 관한 책인데요.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차례대로 나옵니다. 팍 튀어나오는 팝업도, 살아움직이는 인물도 없는 단순한 숫자들이죠. 



첫장을 펼치면 01, 그러니까 1이 나옵니다. 아무것도 없는 흰 종이에 1뿐이에요. 



그러나 1은 10으로 변합니다. 



다음은 2가 나옵니다. 



2는 9로 변신하고요.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이런 식으로 변해요. 간단하죠? 



4는



7로.



5는 6으로. 
6은 5로.
7은 4로.
8은 3으로.
9는 2로.



마지막에는 돌고 돌아 다시 10. 그리고 1.




작가인 Marion Bataille는 팝업 전문 작가가 아니라 아트북 작가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조형미 있지 않나요? 디자인이 어린이들을 위한 숫자 놀이 팝업북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요.

이런 센스! 솔직히 너무 부럽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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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이어 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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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웅이 그의 코스튬을 입게 된 데에는 제각기 사연이 있을 것이다. 삼촌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라든가, 조국을 위해 간절히 입대를 바라다가 홍보대사가 되었다든가, 테러리스트들에게서 빠져나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여기 시커먼 망토를 두르고 휘날리는 거대한 박쥐가 한 마리 있다. 공포를 몰고 다니는 이 박쥐의 태어나게 된 계기는 꽤나 유명하다. 부모님에 대한 복수와 범죄의 처단. 

 

 




The Year One

 

『배트맨 : 이어 원』은 배트맨의 탄생을 보여 준다. Year 1.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노릇을 하기 시작한 그 첫 해. 1월 4일부터 12월 3일까지. 고든이 고담으로 발령받고, 브루스 웨인이 고담으로 돌아온 날로부터 시작된 1년의 시간이 여기에 압축되어 있다. 브루스가 배트맨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시행착오, 실험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해가 끝날 때 쯤, 배트맨은 고담에서의 위치 또한 완성하게 된다.

 




거리가 만들어준 매력

 

배트맨 이어 원에서 배트맨을 찾는 건 꼭 숨바꼭질을 하는 것과도 같다. 그는 배트맨의 특기 그대로 기척 없이 불연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야기는 고든과 브루스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주며 시작했지만 브루스는 배트맨이 되자마자 족적을 숨긴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배트맨은 어느 순간 나타나 도시 괴담, 그리고 경찰의 적이 된다.




독자는 고든의 시선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고든의 눈을 통해 고담과 썩은 경찰 조직을 보고, 배트맨을 만난다다. 이런 장치를 통해 고든의 비중이 확 오른 탓에 '고든 : 이어 원'을 보고 있나 싶기도 했다. 배트맨이 자신의 위치를 확립해가듯 고든도 마찬가지로 고담에서 흔들리고 적응하고 뿌리를 내려가니까. 고든으로 대변되는 고담 시민의 눈으로 보는 배트맨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에게서 거리를 둠으로써 배트맨이 고담에서 차지하는 위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변해가는지. 배트맨이 어떤 상징이 되어 가는지.

 


4대 배트맨 코믹스라고 불리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고담의 흑기사, 뱃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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