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이어 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여러 영웅이 그의 코스튬을 입게 된 데에는 제각기 사연이 있을 것이다. 삼촌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라든가, 조국을 위해 간절히 입대를 바라다가 홍보대사가 되었다든가, 테러리스트들에게서 빠져나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여기 시커먼 망토를 두르고 휘날리는 거대한 박쥐가 한 마리 있다. 공포를 몰고 다니는 이 박쥐의 태어나게 된 계기는 꽤나 유명하다. 부모님에 대한 복수와 범죄의 처단. 

 

 




The Year One

 

『배트맨 : 이어 원』은 배트맨의 탄생을 보여 준다. Year 1.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노릇을 하기 시작한 그 첫 해. 1월 4일부터 12월 3일까지. 고든이 고담으로 발령받고, 브루스 웨인이 고담으로 돌아온 날로부터 시작된 1년의 시간이 여기에 압축되어 있다. 브루스가 배트맨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시행착오, 실험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해가 끝날 때 쯤, 배트맨은 고담에서의 위치 또한 완성하게 된다.

 




거리가 만들어준 매력

 

배트맨 이어 원에서 배트맨을 찾는 건 꼭 숨바꼭질을 하는 것과도 같다. 그는 배트맨의 특기 그대로 기척 없이 불연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야기는 고든과 브루스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주며 시작했지만 브루스는 배트맨이 되자마자 족적을 숨긴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배트맨은 어느 순간 나타나 도시 괴담, 그리고 경찰의 적이 된다.




독자는 고든의 시선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고든의 눈을 통해 고담과 썩은 경찰 조직을 보고, 배트맨을 만난다다. 이런 장치를 통해 고든의 비중이 확 오른 탓에 '고든 : 이어 원'을 보고 있나 싶기도 했다. 배트맨이 자신의 위치를 확립해가듯 고든도 마찬가지로 고담에서 흔들리고 적응하고 뿌리를 내려가니까. 고든으로 대변되는 고담 시민의 눈으로 보는 배트맨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에게서 거리를 둠으로써 배트맨이 고담에서 차지하는 위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변해가는지. 배트맨이 어떤 상징이 되어 가는지.

 


4대 배트맨 코믹스라고 불리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고담의 흑기사, 뱃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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