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2004-01-30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아주 익숙한 골방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할 일이 잔뜩 밀린 오후, 여기에 숨어 들면 쿰쿰한 책 냄새가 나는 듯, 마음이 먼저 구석으로 밀려가곤 했지요. 이제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야기거리 풍성한 사랑방같은 분위기지만, 막상 이 곳에 글을 쓰려니,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지 기분이 차분해지네요. 특별히 안부를 물을 것도 없이, 이 곳에 매일 늘어나는 여러 글들을 통해 님의 생활을 이따금 엿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의 리뷰를 읽고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내 머뭇거리는 삶의 자세가 글쓰기의 막막함에서 비롯됨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 그 책을 웃으며 읽다가 문득문득 책상 넘기기를 그만 두곤 했거든요. 특히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 겹쳐져서 이따금 터져나오는 웃음도 무안했습니다. 잠시 서울을 떠났다 돌아오면, 저도 도서관 앞을 서성이며 언젠가 조우하게 될 옛 인연을 기다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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