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2004-01-30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아주 익숙한 골방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할 일이 잔뜩 밀린 오후, 여기에 숨어 들면 쿰쿰한 책 냄새가 나는 듯, 마음이 먼저 구석으로 밀려가곤 했지요.
이제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야기거리 풍성한 사랑방같은 분위기지만, 막상 이 곳에 글을 쓰려니,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지 기분이 차분해지네요.
특별히 안부를 물을 것도 없이, 이 곳에 매일 늘어나는 여러 글들을 통해 님의 생활을 이따금 엿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의 리뷰를 읽고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내 머뭇거리는 삶의 자세가 글쓰기의 막막함에서 비롯됨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 그 책을 웃으며 읽다가 문득문득 책상 넘기기를 그만 두곤 했거든요. 특히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 겹쳐져서 이따금 터져나오는 웃음도 무안했습니다.
잠시 서울을 떠났다 돌아오면, 저도 도서관 앞을 서성이며 언젠가 조우하게 될 옛 인연을 기다려볼까 합니다.
 
 
쎈연필 2004-01-3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이 궁금했습니다. 님이 이곳을 처음 찾아주셔서, '고백'을 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제가 이렇게 서재를 가꾸었을런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 조선남자님 서재에 제가 멋쩍은 과거이야기를 늘어놓고 지울까말까 소심해 있을 때, 님이 달아준 따뜻한 답글에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처음'이라는 말씀에 예전 생각이 나네요. <식물들의 사생활> 리뷰에서 님이 소설쓰시는 분이란 걸 어림짐작했었습니다. 그 사실으로도, 또 같은 소설을 읽고 같은 이유에서 공감할 수 있다는 연유로도, 선인장님은 그리운 분입니다. 이해경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 괜찮으시다면 들려주세요^^.
돌아오셔서 '첫 문장'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해당하는 첫 문장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