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봤다. 2학년 들어와서 처음 보는 모의고사. 다른 애들처럼 모의고사에 집중해서 특별히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나와주겠지.. 하는 약간의 허세가 있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엄청나게 떨어진 점수는 나를 슬프게 했다. 제일 잘 본 게 언어다. 영어와 수학은.. 정말 말 하기도 싫을 정도로 많이 떨어졌다. 난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또라이같고 정신도 못 차리고 꿈만 다락같이 높은 걸까. 현실을 직시하자. 냉철하고 차갑게 직시하고 내 자신을 똑바로 보자. 나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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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입시설명회 2천명 몰려 교육부가 특목고 학생들의 대학 교차 지원을 불리하게 하는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특수목적고나 자립형 사립고 등 우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고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1일 오후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수도권 특목고·자사고 연합 입시설명회’에는 2천여명의 학부모들이 몰려 기념관 통로까지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에는 외대부속외고와 현대청운고, 명지외고, 상산고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는 실제로 지원하기 위해 찾은 중3 수험생 학부모보다 이들 학교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온 중 1~2학년 학부모가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신아무개(40·강동구 성내동)씨는 “특목고를 목표로 4년 동안 아들을 교육시킬 생각”이라며 “실제로 특목고 입시에서 떨어지거나, 특목고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3년 동안 ‘목표’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신에서는 불리하지만 우수한 학생들끼리 경쟁하며 수능 점수를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도 있었다. 김아무개(53·고양시 일산구)씨는 “딸은 일반고에서 내신 성적을 좋게 받았지만, 수능 점수가 낮게 나와 삼수 끝에 명문대에 입학했다”며 “대입에서 내신보다 수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중1 아들을 자사고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설명회에서 나타난 열기가 특목고·자사고 입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했다. 행사를 주관한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실장은 “학부모들의 관심이 아직 뜨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입학 지원서를 받아보기 전에는 이 열기가 그대로 입시에서도 반영될 거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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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제라는 것이 있다. 전국 초중고교에서 5일제 수업을 한달에 한번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인데 오늘이 바로 그 한달에 한번 온다는 '토요일 휴무'의 날이었다. 그래서 나와 내 동생은 모두 오늘 학교를 안 갔다. 좋아도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공짜로 하루를 벌었다는 생각에 온종일 놀았다. 도서관에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서점에도 갔다. 개학하고 나서 이런 날은 처음이다. 지난 한달 중에 오늘처럼 숨이 트였던 하루가 또 있었을까 싶다. 특히 도서관은 빌리고 안 갖다준 책이 3개월이나 연체가 되어있어서 얼른 갖다줘야 했었다. 도서관을 가려고 해도 어디 시간이 있어야 가든 말든 할 게 아닌가. 너무 바빠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는데 드디어 오늘 싹 반납했다.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앞으로 당분간 도서관 갈 일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일단 연체 때문에 책도 못 빌릴 것이고 무엇보다 또 이렇게 왔다갔다 할 시간이 없다. 정말 내가 봐도 불쌍하지만 그래도 뭐 할 수 없지. 이젠 학교 도서관을 주로 이용해야겠다. 그럴 셈으로 도서위원까지 맡았다. 우리 학교는 아직 책은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필요한 책은 신청하면 제깍제깍 들어올 테니 큰 걱정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체를 아무리 많이 해도 별 탈이 없어서 좋다. 난 1학년 때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6개월 동안 안 갖다 준 적도 있다.

친구에 빌려주고 오랫동안 못 받았던 책도 오늘 돌려받았다. 서로 학교가 달라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 친구인데 오늘은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앞에서 기다렸다가 받았다. 중학교 때는 같은 학교였는데 고등학생 되니 정말 얼굴보기 어렵다. 오늘이 우리가 2학년 되고서는 처음 만나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니 참 반가웠다. 그 애나 나나 참 바쁜 것 같다. 둘 다 중학교때부터 욕심이 많아서 은근히 경쟁심도 갖고 그랬었는데.
아무튼 나는 이로서 친구들에게 돌려받아야 할 책이 일주일전만 해도 4권이었는데 지금은 한권이 되었다. 그 애는 우리 학교 같은 반인데 걔는 맨날 얼굴 보면서도 늘 내 책을 가져오는 걸 까먹는다. 내가 핀도 빌려줬다가 어따가 잃어버렸다. 냉정과 열정 사이 얼른 돌려달란 말이야 버럭버럭.

책을 돌려받고 기왕 거리로 나온 거 새로 나온 문제집이나 보러 갈 심산으로 서점엘 가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자기도 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 중학교 때는 뺀질나게 드나들던 서점인데 그 곳도 정말 오랜만에 오는 셈이었다. 역시 서점에는 유독 고교 문제집 코너에만 사람이 북적거렸다. 참고서를 품안에 가득 안고 지나가는 애들도 보였다. 풀어야 할 문제집이 널리고 널렸다. 집에 아직도 다 못 푼 문제집이 많은데 저 많은 걸 언제 다 보나 막막했다. 우리는 이 문제집 저 문제집 들춰보며 괜찮은 것이 있나 살펴보았다. 값은 비쌌지만 그래도 사고 싶은 문제집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해피올 닷컴에서 학습서 전종 30% 할인을 하던데 정말정말 몽땅 지르고 싶다 지르고 싶다 지르고 싶드아아아.
근데 요즘 문제집들은 왜 그렇게 다 비싼지 모르겠다. 권당 2만원 가까이 되는 것들도 있다. 정말 심하다. 종이는 또 왜 그렇게 맨질맨질 비싼 종이만 쓰는 거야. 난 그런 종이는 막 쓰고 필기하고 그러기가 힘들다.

아무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한가로움을 느껴보는 하루였다. 근데 난 오늘 아침부터 지금 이 시각까지 공부를 단 한자도 안했다. 으하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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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GO 박태민 전상욱 영입 확정


SK텔레콤T1은 21일 GO팀과의 협의를 거쳐 박태민, 전상욱 선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SK텥레콤은 박태민, 전상욱의 영입을 위해 2월말부터 GO팀 조규남 감독과 협상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이적을 확정지은 것은 전상욱. 전상욱은 이미 3월초 GO팀과 협의를 거쳐 이적을 확정짓고, 스토브리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의 연봉은 각각 박태민 1억원, 전상욱 3,0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 정확한 금액은 계약 규정에 따라 밝혀지지 않았다.

박태민은 지난 2월 5차 MBC게임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기록하면서 최고의 저그 플레이어로 각광받아왔다. 박태민은 3월 현재 KeSPA 랭킹 5위, 2004년 승률 랭킹 1위 등을 기록했다.

전상욱은 WCG2004 준우승 및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 진출 등 신예 테란 가운데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왔다.

한편 SK텔레콤은 박태민과 전상욱을 영입하면서 팀 운영방식을 재편했다. 각 종족별로 대표 선수 1명이 각 종족을 책임지는 '종족 주장제'를 도입했다. 주장 임요환을 중심으로 저그 박태민, 테란 최연성, 프로토스 박용욱이 각 종족의 주장을 맡게 된다.



SK텔레콤, 최강 선수라인 갖췄다

'2005 새시즌, 최고의 팀으로 거듭난다.'

SK텔레콤이 박태민, 전상욱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팀으로의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2004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성적하락으로 허덕였던 SK텔레콤이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왔던 두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팀 체질 개선에 나선 것.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선수 영입에 있는 것이 아니다. 팀 주장 임요환을 중심으로한 종족별 주장제를 도입한 데서 SK텔레콤의 의지가 엿보인다. 테란 최연성, 저그 박태민, 프로토스 박용욱을 종족별 주장으로 선임, S급 선수들의 노하우를 다른 선수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겠다는 것.

SK텔레콤측은 "각 주장이 종족별 게임 및 연습을 책임지는 새로운 선수관리 및 훈련 시스템"이라며 "팀단위 리그에서 주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중견, 즉 허리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운영방침은 더이상 S급 선수를 '간판'으로만 활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장을 중심으로 한단계 아래 선수들을 실력을 끌어올려 전체적인 팀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

이는 2004년말부터 부진의 한 원인이었던 저그라인에 박태민이 가세, 완성됐다. '운영의 마술사'라는 박태민의 영입은 개인전 성적 상승은 물론 다른 저그 선수들의 전력 강화에 숨은 의도가 있다.

SK텔레콤은 일차적으로 테란에 임요환, 최연성, 전상욱, 고인규, 프로토스에 박용욱, 김성제, 저그에 박태민, 성학승, 윤종민 등 총 9명의 선수로 차기 시즌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이창훈, 박정길, 김현진은 재계약 여부를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재훈 기자
byjay@fighterforum.com

좋아해야 하는지.. 어째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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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은 나가주세요.


 자신없지만 일단 지르고보는 가설 하나. 과연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소설에 관심이나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그는 원작소설의 이야기를 충실히 옮기거나, 원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원작의 이야기를 대폭 축소하고 변형한뒤,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타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피는 시작한지 얼마안되 곧바로 노인으로 변하면서 소피에 대한 여러 설정은 모두 날라가버리고, 소피가 어떻게 해서 저주가 풀리는지도 설명되지 않는다. 게다가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하울과 캘시퍼의 계약역시 처음에는 그저 ‘계약’이라고 표현되다가 작품 후반에서나 그것이 하울의 목숨과 연관되어있음이 밝혀지고, 아무런 복선도 없는 마지막의 ‘반전’은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당황스러울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설리만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코믹함이 스며들어있다. 하울이나 소피는 그렇다치더라도, 하울의 목숨과 연관되어있는 캘시퍼는 거의 팬시상품용 캐릭터라할만큼 귀엽고, 초반에 하울과 소피의 최대의 적이될것 같았던 황야의 마녀는 작품 중반부터 코믹한 캐릭터로 변신한다. 그러니 하울이나 소피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심각하게 여겨지지않고, 이 때문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원작보다 예쁜 캐릭터로 가득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또다른 작품처럼 보인다.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변화


 실제로 이 작품은 원작소설보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매우 유사하다. 어느날 환상적인 세계에 빠져 모험을 하는 소녀, 잘생긴 소년,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마녀, 그리고 주인공을 남몰래 사랑하는 또다른 존재등의 구성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완전히 동일하고, 그 사이에 쉴새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역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시킨다. 설리먼의 부하인 힌이 특히 그렇다. 힌은 스토리만을 놓고보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캐릭터에 가깝다. 소피가 계단을 올라갈 때 힘들어하는 에피소드는 꼭 힌이 아니라 다른 존재여도 상관없고, 그 에피소드 자체가 스토리보다는 그 순간의 웃음을 주기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환상적인 세계속에서 펼쳐지는 캐릭터의 귀여운 행동이지 논리적인 스토리가 아닌 것이다.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작에서 필요로했던 것은 단지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불가능이 없는 세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바로 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안에서 변화를 준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작소설을 가져와 자기식대로 풀어낸대신, 자신의 스타일에 담긴 자신의 감성과 메시지를 변화시켰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 구성적인 면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닮아있지만, 그것이 전개되는 양상은 전혀 다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소녀가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소피도 성장하지만, 센의 성장과 소피의 성장은 다르다. 센의 성장이 모든 일에 심드렁하던 철없는 아이가 신들의 세계에서 열심히 일하고, 여러 사건을 처리하면서 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여 그 ‘노동과 근면의 세계’를 ‘뒤돌아보지않고’ 떠난 이야기였던것과 달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오히려 소피에게 ‘노는 것’과 ‘아름다운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캐릭터가 대부분 생략되었긴 하지만 소피가 노인의 모습으로 변하기 전의 모습을 보라. 그녀는 파티에도 가지않고, 자기 방에서 일만하며, 이성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다. 게다가 그녀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은 자신은 별로 예쁘지 않다는 말이다. 소피는 근면성실하되 그 나이에 걸맞는 재미있는 삶이나, 미적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러니 소피가 노인으로 변해도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녀의 마인드는 세상 다 산 사람쪽에 가까웠으니까.


 즉,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는 정반대로, 소녀같지 않았던 소녀에게 소녀가 ‘즐겨야할 것’들을 되찾아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숙명, 혹은 젊은이가 져야할 세상에 대한 ‘의무’같은 것이 없다. 대신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을 통해 소피에게 아름다운 꽃밭을 선물해주고, 그녀가 신나게 모험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다. 젊은이들에게 어떤 의무나 강박관념없이 순수하게 즐길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이는 소피가 사랑하게 되는 하울의 캐릭터를 통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울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사상 가장 아름다운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아니라, 가장 가볍고 쾌활한 캐릭터다. 그는 진지하고 성실하거나, 혹은 굳센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야할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막강한 마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설리먼이 자신을 부를까 두려워 소피를 보내려하는 인물이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는 절대로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았던 ‘나약하고 불성실한’ 캐릭터인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작품들이라면 당연히 이런 남자 캐릭터가 소피에 의해 변해야하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반대로 소피가 하울에 의해 변화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만해도 부정당했던 것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르러 오히려 긍정되는 것이다.


바보같은 전쟁을 끝내줘


 다시말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식 청춘 예찬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있어 청춘이란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가까웠다. 청춘의 불안이 어떤 통과제의를 거치면서 ‘어른 이상으로 성숙한’ 존재가 되는 것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였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같이 올바른 가치관만을 추구하고 살았고, 자신이 세계에 ‘좋은 영향’을 줘야한다는 의무감을 지고 살았다. 그러나 하울은 청춘 그 자체를 즐긴다. 그는 성숙해지지도, 세상을 책임지지도 않는다. 그가 조금이나마 성숙해지는 것은 세상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소피를 사랑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가족’을 만들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은 어른의 보호도 받지않은채, 그저 자신들의 힘만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주책맞은 할머니까지 모시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을 통해 누군가를 책임질줄알고, 그래서 진실한 공동체를 만든다는 이 영화의 결론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중 가장 소박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특히 설리먼과 하울, 전쟁과 하울의 성의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작품 초반 하울은 국가의 의무를 무책임하게 저버리는 인물처럼 묘사되지만, 사실 하울의 선택은 지극히 옳은 것이었다. ‘국가를 위해’ 한다는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소수의 권력자들뿐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못해도 거부하는 하울의 선택은 오히려 세상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설리만은 현명하고 온화한듯 하며, 하울이 ‘못된 길’로 빠지지않을까 걱정하지만, 사실 하울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설리만이다. 하울은 설리만이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신의 사랑을 찾고, 자신의 집을 만들어 살아간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어른들이 옳다고 내세우는 가치중 올바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혹시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통해 꾸준히 ‘훈계’하려했던 청춘들의 삶의 방식을 긍정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의 전작들은 불안한 청춘들이 험한 세상을 겪으면서 어른의 세계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어른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전쟁이나하는 존재들이고, 하울이 마법으로 만들어내는 세상이야말로 정말 아름답다. 그래

서 심통맞은 표정으로 하울과 소피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설리만의 모습은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주려했지만 이 대책없는 젊은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더 나이들어보니 이런 청춘들도 참 ‘예뻐’ 보이는 그런 어른 말이다.


감동대신 비명을 지르세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단지 청춘의 삶을 긍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도 청춘이 된듯한 느낌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펼쳐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버린 스토리안에서 폭주하듯 자신의 시각적인 비젼을 펼쳐내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상미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거의 폭주하듯 자신의 비쥬얼적인 가능성을 시험한다. 스토리만 놓고보면 왜 그토록 하울이 전쟁터에서 싸워야하는지, 하울이 갑자기 ’이사‘를 결정하는지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논리적인 결과를 따지기전에 등장하는 수많은 독특한 캐릭터들과, 사람의 눈을 매혹시키는 영상들이다. 모험은 쉴새없이 이어지고, 그에 따라 환상적인 영상들도 계속된다. 물론 이런 경우 대부분 화려한 영상만 가득한 작품으로 끝날뿐이지만, 여기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의 시각적 비젼을 한발짝 더 발전시킨다. 일반적인 셀 애니메이션과 수채화와 유화의 질감을 작품안에 한데 섞어놓고, 전쟁터의 어두움과 하울과 소피가 사는 밝고 아름다운 공간을 적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연출되는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는 원작소설이 글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분위기 를 생생하게 살려낸다. 하울이 성의 내부를 바꾸면서 변화하는 집의 분위기, 즉 어두침침하던 유화와 같던 성 내부가 밝고 화사한 수채화처럼 변하는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즐거움이야말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닐까. 아이와 청년들이 정말 즐거워했던 것은 자신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펼쳐낸 상상력 가득한 영상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작품속에서 하울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길로 이끌려고 했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하울의 삶을 긍정하는 설리먼의 모습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습과도 겹쳐보인다. 어른들은 전쟁을 하는 사이, 청춘들은 자신들의 성에서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얘도 예쁘네


 그러나, 이런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로운 감수성은 아직 완결된 세계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폭주하는 비쥬얼을 보여줬으되 청춘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 바로 사랑의 감정을 이해하는데는 실패했다. 하울과 소피의 사랑, 그리고 소피를 사랑하는 또다른 존재의 사랑은 지금의 청춘이 보기에는 너무나 전형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결국 소피와 하울의 이야기는 선남선녀가 만나 운명적으로 사랑하는 이야기일 뿐이고, 폭주하는 영상미 속에서 황야의 마녀나 설리먼과의 대립, 허수아비와 기타 캐릭터는 거의 어떤 스토리도 부여받지 못한채 하울이 펼쳐놓은 스펙터클한 세계를 바라보는 입장만 봐야한다. 그래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해도 비쥬얼과 공존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서스펜스와 메시지가 공존하는 스토리라인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르러 그 균형이 깨졌다. 아마 미야자키 하야오의 비쥬얼이 가져다주는 매력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중반부 이후로 지루하거나, 혹은 당황스러운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청춘이 ‘폭주’한다는 것은 알았으되, 그것이 어째서 그런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줘야하는지는 아직 모르는 듯 하다(하긴, 알면 그게 이상한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 개인에게나, 그의 애니메이션을 계속 봐온 사람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할아버지가 된 그가 전작에서 젊은이들에게 돌아보지 말고 달려가라고 하더니 이젠 자기도 달릴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미 대가가 된 사람이 여전히 미완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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