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로 하는 생각 중에 하나가 뭐냐면, 사람은 정말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 저마다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사실인가. 근데도 나는 요즘 들어서야 새로이 깨달았다. 나는 그간 사람을 대하면서, 내가 마음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나를 모두 내어놓았다고 생각했고, 상대도 나에 대해 모두 이해했으리라 생각했고, 나도 상대를 모조리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된 생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까워도,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해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완벽하게 아는 건 불가능하다. 설령 그게 가족이든, 배우자든, 그 무엇이든.
이건 내가 요즘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느정도 마음을 닫고 지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엄마에게도 나는 속시원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나는 엄마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를 가장 알고 있다고 생각한 엄마마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신다는 걸 알았을 땐,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긴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어. 당연한 걸.
요즘들어 나는 정말 '당연한 것'을 새롭게 깨우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