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로 하는 생각 중에 하나가 뭐냐면, 사람은 정말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 저마다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사실인가. 근데도 나는 요즘 들어서야 새로이 깨달았다. 나는 그간 사람을 대하면서, 내가 마음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나를 모두 내어놓았다고 생각했고, 상대도 나에 대해 모두 이해했으리라 생각했고, 나도 상대를 모조리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된 생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까워도,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해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완벽하게 아는 건 불가능하다. 설령 그게 가족이든, 배우자든, 그 무엇이든.

이건 내가 요즘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느정도 마음을 닫고 지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엄마에게도 나는 속시원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나는 엄마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를 가장 알고 있다고 생각한 엄마마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신다는 걸 알았을 땐,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긴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어. 당연한 걸.


요즘들어 나는 정말 '당연한 것'을 새롭게 깨우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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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2-0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른한 오후님~ 오랫만에 제 서재에 댓글남겨 주셨더군요. 반갑습니다. ^^ 요환사랑은 여전한데 바라는만큼 성적을 못 내줘서 슬픔이 있죠. ㅡㅜ 최연성도 좋아하는 선수지만 그래도 이번에 임요환이 4강 진출하면 좋겠어요.^-^

나른한 오후 2006-02-18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영엄마님 오랜만이예요^^ 요환선수한테 바라는 욕심이 끝이 없으시네요^^(하긴 저도 그렇지만..) 잘 하겠죠~ 잘 할꺼예요! 믿자구요 아자~
 
지오디 - 7집 하늘속으로 [CD+강풀 만화책 스페셜 패키지]
god (지오디)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리뷰를 적기에 앞서 굳이 분류를 하자면 나는 god팬이다.
(팬의 정의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다른 가수들 씨디는 잘 사지도 않으면서
god가 앨범을 내면 거의 의무감에 사게 되니 팬이라고 해도 맞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god 2집과 3집을 가장 좋아했다.
2집부터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서 3집 때 펑 터트린 샴페인 같다고나 할까.
지금 들어도 3집은 곡마다 줄줄이 명작이다. 180만장인가 팔렸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만 하다-싶을 정도로.
4집 5집은 그다지 즐겨 듣지 않는 앨범에 속하고
6집도 그다지 내겐 마음에 드는 앨범이 아니었다.('길', '사랑? 사랑', '보통날'은 좋아하지만)


이번 7집. lucky seven이라더니 정말 lucky다.
마치 3집 때 같다. 그 땐 정말 한달동안  god 앨범을 귀에 달고 살았는데
요즘의 내가 그렇다. intro부터 outtro까지 버릴 곡이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도 놀랍고 반가운 건 god의 또 한번의 발전.
특히 호영씨같은 경우는 이제 보컬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량이 늘어난 게
확 귀에 들어온다. 노래를 듣다 보면 태우의 목소리와 많이 닮은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5번 트랙 'Falling'과 8번 트랙 'stay in night' 에서 들리는 음색은 손호영의 목소리가 가진
특유의 얇음-의 매력이 아주 잘 드러난다. 참.. 노력을 많이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김태우라는-
자신보다 훨신 넓은 구역의 목소리를 뽑아내는, 그러면서도 매 앨범마다 자신을 발전시키기까지하는-
보컬리스트의 옆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서 자신을 연마해가기가 쉽지 않을텐데.
데니씨의 랩이 가장 귀에 착착 감기는 곡은 3번 트랙 '나 그대에게'에서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스러운 파트이다. 어찌나 마음에 들었는지 노래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들어맞는 랩을 들어본 건
?내 입술 나른한 커피처럼 이후 처음이다라고 말하면 좀 과장이려나.^^
김태우의 목소리가 가지는 최대의 매력은 'friday night'류의 곡이 아닌
이번 7집의 '유죄' 같은 곡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날/ 두사람 모두/ 사랑한다는/ 에서
느껴지는 딱딱 끊어지면서도 곡의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키는 파트는 김태우-였기 때문에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곡을 아슬아슬 절정으로 이끌면서 클라이막스를
마무리하는 김태우의 능력은 4집 '길'에서 여지 없이 드러났지만 이번 앨범의
'유죄' 나 'two love'같은 곡에서도 그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준형씨의 경우 훅을 장식해주는 영어랩과 빠른 비트의 댄스곡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무죄'와 'it's alright'서 그런 효과가 잘 나타난다.

두서없이 적었지만 정말 그만큼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곡들이 이번 앨범에 잔뜩 포진해있다.
곡 하나하나 버릴 만한 곡이 없고 몇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을 반복해 들어도
전혀 질릴 줄 모르겠는 앨범이다.
그네들의 앨범을 비교해서 평가를 내리자면
2집의 완성도를 훨씬 상회하며 3집과도 거의 필적할 만하다고 감히 말해본다.^^
(다른 건 몰라도 멤버들의 목소리가 이루는 조화는 7집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네명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졌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으므로)

 

아. 그리고 뭣보다 앨범 자켓의 완성도는
god 앨범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어떤 CD도 이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
앨범은 없었다~ 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그 만큼 자켓이 예쁘답니다. 아마도 수작업으로 한 듯..)

 

 




CD 겉 표지.






이건 안에 들어있는 강풀 책자.



이건 브로마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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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못 보고 살 정도로 바쁜 요즘..
그래도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그 속에 내 꿈이 흘러가고 있을지 알아?

아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은 기나긴 중간고사 마지막 날
실수 하지 말고 끝까지 잘하자 박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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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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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라. 뭔가 익살스러우면서도 갓 구어낸 냄새가 나는 제목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빵굽는 타자기가 아니라 빵굽는 컴퓨터가 되어야 하겠지만
좌우간 타자기가 빵을 굽는댄다. 타자를 찍는 게 아니고? 왜 어째서?

폴오스터에게 집필활동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지만
그의 생계를 책임져 주지는 못했다. 그는 집필활동은 커녕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도
버거웠고, 그에 비해 책을 내면서 얻어지는 수완이란 턱없이 적었다.
닥치는 대로 번역거리를 찾아다니고, 카드게임을 만들어 팔 궁리를 하면서
그는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상상속의, '진짜' 빵을 굽는 타자기를.

그는 말한다. 글을 쓴다는 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는 것이라고.
글쟁이가 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이었노라고.
그의 모습에서 글쟁이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주위에서 문학을 하고, 글을 써내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그들은 또 얼마나 좌절과 실패를 거듭하는가. 그럼에도 그들은 왜 문학을 하고
글 쓰기를 멈추지 않는가. 빵굽는 타자기를 그리면서도 집필에 몰두하는 그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정말로 선택이라도 받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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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단편집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이상원 옮김 / 좋은생각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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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대가의 소설을 접할 적에는 나도 모르게 고무되고 만다.
무수히 쏟아지는 작품에 대한 찬사들, 해석들, 평론들 속에서
나만의 시각으로 그 작품을 바라보기란 단연코 쉽지 않으며
심지어 지나친 자만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라는 톨스토이의 찬사가 무색하지 않다고 동조를 해야 하는지,
'뭔가 일이 일어나려고 하면 끝나버렸어 허무주의가 이런 건가봐' 라고 그저 무덤덤하게 내뱉어야 하는지.
그렇지만 한가지는 알겠다. 체호프는 문장을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는 것.

'인생은 멋지고 신비로우며 심오한 의미로 가득 찬 것이라 느껴진다'
'세상은 편안하고 구슬프게 아름다운 곳으로 변모한다 별빛도 감동한 듯 다정하게 빛나고'
'저 멀리 하늘과 땅이 아스라이 섞여드는 지평선에는...이제 더 이상 밤길도 클림도 무섭지 않다'

다시금 생각해봐도 이 작가의 장소와 정경, 인물간의 대화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재능은
돋보이는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작가고 내가 읽은 책은 그의 단편을 모은 150쪽이 채 안되는
양장본 정도지만 체호프가 대단한 작가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주위 사람들은 허무하단 말을 참 많이 했다. 나도 이렇게 끝맺음을 툭툭 자르듯이
하는 작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뭐, 이틀 열흘 갈 진한 여운을 남겨야만
강렬한 단편이고 좋은 단편인가? 그건 아니랜다. 모두들 끝은 허무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든단다. 나도 그렇고.

이 책을 읽고 요즘들어 부쩍 자주 하는 생각인데
정말 러시아는 대단한 문호가 많은 나라다. 문학의 나라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내가 러시아어과에 들어오길 잘했지. 빠따무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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