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제라는 것이 있다. 전국 초중고교에서 5일제 수업을 한달에 한번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인데 오늘이 바로 그 한달에 한번 온다는 '토요일 휴무'의 날이었다. 그래서 나와 내 동생은 모두 오늘 학교를 안 갔다. 좋아도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공짜로 하루를 벌었다는 생각에 온종일 놀았다. 도서관에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서점에도 갔다. 개학하고 나서 이런 날은 처음이다. 지난 한달 중에 오늘처럼 숨이 트였던 하루가 또 있었을까 싶다. 특히 도서관은 빌리고 안 갖다준 책이 3개월이나 연체가 되어있어서 얼른 갖다줘야 했었다. 도서관을 가려고 해도 어디 시간이 있어야 가든 말든 할 게 아닌가. 너무 바빠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는데 드디어 오늘 싹 반납했다.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앞으로 당분간 도서관 갈 일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일단 연체 때문에 책도 못 빌릴 것이고 무엇보다 또 이렇게 왔다갔다 할 시간이 없다. 정말 내가 봐도 불쌍하지만 그래도 뭐 할 수 없지. 이젠 학교 도서관을 주로 이용해야겠다. 그럴 셈으로 도서위원까지 맡았다. 우리 학교는 아직 책은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필요한 책은 신청하면 제깍제깍 들어올 테니 큰 걱정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체를 아무리 많이 해도 별 탈이 없어서 좋다. 난 1학년 때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6개월 동안 안 갖다 준 적도 있다.

친구에 빌려주고 오랫동안 못 받았던 책도 오늘 돌려받았다. 서로 학교가 달라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 친구인데 오늘은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앞에서 기다렸다가 받았다. 중학교 때는 같은 학교였는데 고등학생 되니 정말 얼굴보기 어렵다. 오늘이 우리가 2학년 되고서는 처음 만나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니 참 반가웠다. 그 애나 나나 참 바쁜 것 같다. 둘 다 중학교때부터 욕심이 많아서 은근히 경쟁심도 갖고 그랬었는데.
아무튼 나는 이로서 친구들에게 돌려받아야 할 책이 일주일전만 해도 4권이었는데 지금은 한권이 되었다. 그 애는 우리 학교 같은 반인데 걔는 맨날 얼굴 보면서도 늘 내 책을 가져오는 걸 까먹는다. 내가 핀도 빌려줬다가 어따가 잃어버렸다. 냉정과 열정 사이 얼른 돌려달란 말이야 버럭버럭.

책을 돌려받고 기왕 거리로 나온 거 새로 나온 문제집이나 보러 갈 심산으로 서점엘 가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자기도 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 중학교 때는 뺀질나게 드나들던 서점인데 그 곳도 정말 오랜만에 오는 셈이었다. 역시 서점에는 유독 고교 문제집 코너에만 사람이 북적거렸다. 참고서를 품안에 가득 안고 지나가는 애들도 보였다. 풀어야 할 문제집이 널리고 널렸다. 집에 아직도 다 못 푼 문제집이 많은데 저 많은 걸 언제 다 보나 막막했다. 우리는 이 문제집 저 문제집 들춰보며 괜찮은 것이 있나 살펴보았다. 값은 비쌌지만 그래도 사고 싶은 문제집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해피올 닷컴에서 학습서 전종 30% 할인을 하던데 정말정말 몽땅 지르고 싶다 지르고 싶다 지르고 싶드아아아.
근데 요즘 문제집들은 왜 그렇게 다 비싼지 모르겠다. 권당 2만원 가까이 되는 것들도 있다. 정말 심하다. 종이는 또 왜 그렇게 맨질맨질 비싼 종이만 쓰는 거야. 난 그런 종이는 막 쓰고 필기하고 그러기가 힘들다.

아무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한가로움을 느껴보는 하루였다. 근데 난 오늘 아침부터 지금 이 시각까지 공부를 단 한자도 안했다. 으하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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