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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로 하는 생각 중에 하나가 뭐냐면, 사람은 정말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 저마다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사실인가. 근데도 나는 요즘 들어서야 새로이 깨달았다. 나는 그간 사람을 대하면서, 내가 마음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나를 모두 내어놓았다고 생각했고, 상대도 나에 대해 모두 이해했으리라 생각했고, 나도 상대를 모조리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된 생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까워도,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해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완벽하게 아는 건 불가능하다. 설령 그게 가족이든, 배우자든, 그 무엇이든.

이건 내가 요즘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느정도 마음을 닫고 지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엄마에게도 나는 속시원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나는 엄마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를 가장 알고 있다고 생각한 엄마마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신다는 걸 알았을 땐,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긴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어. 당연한 걸.


요즘들어 나는 정말 '당연한 것'을 새롭게 깨우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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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2-0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른한 오후님~ 오랫만에 제 서재에 댓글남겨 주셨더군요. 반갑습니다. ^^ 요환사랑은 여전한데 바라는만큼 성적을 못 내줘서 슬픔이 있죠. ㅡㅜ 최연성도 좋아하는 선수지만 그래도 이번에 임요환이 4강 진출하면 좋겠어요.^-^

나른한 오후 2006-02-18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영엄마님 오랜만이예요^^ 요환선수한테 바라는 욕심이 끝이 없으시네요^^(하긴 저도 그렇지만..) 잘 하겠죠~ 잘 할꺼예요! 믿자구요 아자~
 

얼마전에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봤다. 2학년 들어와서 처음 보는 모의고사. 다른 애들처럼 모의고사에 집중해서 특별히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나와주겠지.. 하는 약간의 허세가 있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엄청나게 떨어진 점수는 나를 슬프게 했다. 제일 잘 본 게 언어다. 영어와 수학은.. 정말 말 하기도 싫을 정도로 많이 떨어졌다. 난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또라이같고 정신도 못 차리고 꿈만 다락같이 높은 걸까. 현실을 직시하자. 냉철하고 차갑게 직시하고 내 자신을 똑바로 보자. 나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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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제라는 것이 있다. 전국 초중고교에서 5일제 수업을 한달에 한번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인데 오늘이 바로 그 한달에 한번 온다는 '토요일 휴무'의 날이었다. 그래서 나와 내 동생은 모두 오늘 학교를 안 갔다. 좋아도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공짜로 하루를 벌었다는 생각에 온종일 놀았다. 도서관에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서점에도 갔다. 개학하고 나서 이런 날은 처음이다. 지난 한달 중에 오늘처럼 숨이 트였던 하루가 또 있었을까 싶다. 특히 도서관은 빌리고 안 갖다준 책이 3개월이나 연체가 되어있어서 얼른 갖다줘야 했었다. 도서관을 가려고 해도 어디 시간이 있어야 가든 말든 할 게 아닌가. 너무 바빠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는데 드디어 오늘 싹 반납했다.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앞으로 당분간 도서관 갈 일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일단 연체 때문에 책도 못 빌릴 것이고 무엇보다 또 이렇게 왔다갔다 할 시간이 없다. 정말 내가 봐도 불쌍하지만 그래도 뭐 할 수 없지. 이젠 학교 도서관을 주로 이용해야겠다. 그럴 셈으로 도서위원까지 맡았다. 우리 학교는 아직 책은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필요한 책은 신청하면 제깍제깍 들어올 테니 큰 걱정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체를 아무리 많이 해도 별 탈이 없어서 좋다. 난 1학년 때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6개월 동안 안 갖다 준 적도 있다.

친구에 빌려주고 오랫동안 못 받았던 책도 오늘 돌려받았다. 서로 학교가 달라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 친구인데 오늘은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앞에서 기다렸다가 받았다. 중학교 때는 같은 학교였는데 고등학생 되니 정말 얼굴보기 어렵다. 오늘이 우리가 2학년 되고서는 처음 만나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니 참 반가웠다. 그 애나 나나 참 바쁜 것 같다. 둘 다 중학교때부터 욕심이 많아서 은근히 경쟁심도 갖고 그랬었는데.
아무튼 나는 이로서 친구들에게 돌려받아야 할 책이 일주일전만 해도 4권이었는데 지금은 한권이 되었다. 그 애는 우리 학교 같은 반인데 걔는 맨날 얼굴 보면서도 늘 내 책을 가져오는 걸 까먹는다. 내가 핀도 빌려줬다가 어따가 잃어버렸다. 냉정과 열정 사이 얼른 돌려달란 말이야 버럭버럭.

책을 돌려받고 기왕 거리로 나온 거 새로 나온 문제집이나 보러 갈 심산으로 서점엘 가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자기도 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 중학교 때는 뺀질나게 드나들던 서점인데 그 곳도 정말 오랜만에 오는 셈이었다. 역시 서점에는 유독 고교 문제집 코너에만 사람이 북적거렸다. 참고서를 품안에 가득 안고 지나가는 애들도 보였다. 풀어야 할 문제집이 널리고 널렸다. 집에 아직도 다 못 푼 문제집이 많은데 저 많은 걸 언제 다 보나 막막했다. 우리는 이 문제집 저 문제집 들춰보며 괜찮은 것이 있나 살펴보았다. 값은 비쌌지만 그래도 사고 싶은 문제집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해피올 닷컴에서 학습서 전종 30% 할인을 하던데 정말정말 몽땅 지르고 싶다 지르고 싶다 지르고 싶드아아아.
근데 요즘 문제집들은 왜 그렇게 다 비싼지 모르겠다. 권당 2만원 가까이 되는 것들도 있다. 정말 심하다. 종이는 또 왜 그렇게 맨질맨질 비싼 종이만 쓰는 거야. 난 그런 종이는 막 쓰고 필기하고 그러기가 힘들다.

아무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한가로움을 느껴보는 하루였다. 근데 난 오늘 아침부터 지금 이 시각까지 공부를 단 한자도 안했다. 으하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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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동물이다.

잊어버리고 잊어버리고 또 잊어버린다.

대단하기도 하다. 어쩌면 그렇게 쉽게 까먹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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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를 좋아하는 학생이다. 나는 정말 우리 학교가 좋다. 우리 학교 특유의 분위기를 동경하고 사랑한다. 세월이 흐르면 나는 학교가 그리워 다시 오고 또 오고 그러다 지나간 시간들을 눈물나게 붙잡고 싶어할 것임을 확신한다. 그래서 지금이 이보다 더 내 인생에서 소중하게 남을 시간은 없다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학교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내가 몸담고 있는 동아리이다. 요즘은 학교 생활의 절반이 이 동아리에 관련된 일이라서 더 애착이 간다. 무엇을 하는고 하면 작은 교내의 독서 토론 동아리인데 이 동아리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신입생 모집에서 경쟁률이 가장 높았댄다. 무려 지원자가 50여명이어서 반 친구들은 -그 수북히 쌓인 정성스런 신청서들-에 깜짝 놀라고 다른 동아리 애들도 시샘을 했다. 우리 학교의 한 학년 인원이 300명을 조금 넘는다는 것, 게다가 우리 동아리는 많이 뽑는 것도 아니고 1차 2차 3차 거르고 또 걸러서 10명만 뽑아간다는 것을 감안 할 때 50명은 정말 대단한 수치 아닌감? 우리 학교가 동아리 활동이 왕성하지 않은 학교도 아니고 활성화된 동아리만 해도 10개는 넘을 것인데 이제 고작 "4기" 째를 맞이하는 우리 독우회가 이렇게 반응이 좋은 건 작년이나 지금이나 참 대견(?)하고 뿌듯한 일이다.

작년에 내가 이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 동기는 순전히 중학교 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의 권유로 모인 아이들과 독서토론 대회 준비를 하다 도저히 기한까지 맞출 수가 없어서 참가를 포기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아쉬움이 너무나 커서 두고두고 남았었다. 그러다 새로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1기 창단멤버 적부터 쭉 우승신화를 일궈내온 독서토론 동아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장에 신청서를 질렀다. 다른 학교였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우리 학교였기 때문에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2차 논술을 보고 3차 면접을 통과할 때까지 쭉 그런 생각을 했는데 사실 지금도 내가 그 때 떨어지지 않은 게 신기하다. 나보다 명석하고 우수한 애들이 많이 떨어졌었다. 처음 지원을 할 적에 아 쟤도 지원하네 싶었던 아이들이 모두 떨어졌다. 그런 애들을 제치고(?) 내가 뽑힌 건 도대체 무슨 운이 작용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우리 과에 독우회이면서 나의 마니또인 남자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실제로 그 선배가 신청서 들어왔을 적부터 내 이름을 동아리 선배들에게 말하고 다녔다든데 흠..

아무튼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나는 어느새 모든 학교 행사와 일정의 주축이 되는 2학년이 되었다. 동아리 신입생을 뽑는 일도 우리 학년의 몫이다. 포스터와 홍보 오디션 뽑힌 아이들과의 대면식 모든 것을 주관한다. 덕분에 3월달의 2학년은 갓 입학한 신입생들보다 바쁘다. 그네들은 이제 막 입학해서 '체감상으로는' 우리보다 더 바쁘고 우린 좀 익숙해져서 덜 하겠지만 어쨋든 할 일은 훨씬 많다.

요번에 우리 동아리에 지원하는 아이들의 신청서를 보니 개성도 문체도 관심있는 책도 각양각색이었다. 마음 같아선 다 뽑아주고 싶었지만 그게 되나. 이번 주까지가 동아리 홍보 마지막 주여서 질질 끌지 말자는 생각에 목요일 날 2차 논술 심사를 했다. 아이들이 많아서 교실을 2개나 빌려야 했다. 양 교실에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는 그 눈빛들에 내 자신이 뭐라도 된 것 같아서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논술 문제를 나눠주고 쓰는 요령을 대강 알려준 뒤에 앞쪽에서 2학년들과 자습을 하려고 했으나 도저히 공부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1학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소곤소곤 떠들었는데 다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어찌나 할 얘기가 많던지. 새 학생 회장 선거에서부터 각 반 임원들 얘기가 주를 이뤘고 우리 독우회 부원중에 학생회에 들어간 사람이 많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만큼 학교에서 주축을 이루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겠지? 흐흐흐.

그러다 시험을 치루는 도중에 갑자기 일이 발생했다. 수위 아저씨가 교실로 들어오시더니 우리더러 누가 이 교실 쓰라고 했냐면서 막 화를 내시는 거였다. 우리는 그저 다목적실 교실이 비어있길래 잠깐 빌린 것 뿐인데 그게 원래는 그러면 안되는 거였나? 우리만 쓰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모든 동아리들의 활동의 장이 되어온 다목적실이었다. 그런데도 아저씨는 지금까지 이 교실을 허락없이 쓴 모든 아이들에게 할 화풀이를 우리에게 다 퍼부으셨다. 그 아이들이 우리가 아니라고 말을 해도 막무가내로 너희가 나를 언제까지 놀릴 것이냐며 역정을 내셨다. 우리는 1학년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밖으로 나가서 얘기하자고 그랬는데도 자꾸만 버티시다가 나와서도 온 복도가 떠나가라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하고 화를 냈다. 죄송하다고 몇번을 말해도 똑같은 말만 계속 했다. 친구가 무릎까지 끓으면서 사과했는데도 화가 안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가 이 정도로 사과해야 한다는 사실이 웃겨서 그 아저씨가 퍼붓는 말도 안되는 화풀이에 그래서요라고 응수했다. 모모양은 그 아저씨의 입을 어떻게서든 막으려고 하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니 거기서 울긴 왜 울어. 나는 우리가 상대를 해주니까 더 기가 올라서 말을 막하는 거라 생각하고 그냥 교실로 돌아와버렸다. 그리고 놀란 1학년들에게 거듭 사과를 하고 시험 시간을 30분 연장해주기로 했다. 돌아와서도 승질만 났다. 혼자 쌓인 걸 왜 우리한테 풀어서 애를 울리고 난리야.

그렇게 어찌어찌 2차 논술을 끝마치고(결국 그 날 야자는 몽땅 제낀 셈이 되었다) 아이들의 신청서와 논술 답안지를 모아보니 그걸 일일이 다 읽고 점수 매기는 일이 남아있었다. 시험을 치루면서도 저 많은 페이퍼를 언제 다 읽나 막막했는데 그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걸 또 순위를 매겨서 20명을 가려내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3학년 선배님의 말씀을 들으니 글이 좀 떨어지더라도 면접 때 이 애는 한번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싶다 싶은 애가 있으면 주저말고 뽑으라고 했다. 우리 중에서도 모모군이 그런 케이스(신청서와 논술은 별 볼일 없었는데 면접에서 대박난)라고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는데 읽다보니 도리어 내가 논술 시험을 받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주어진 예시문들을 잘 이해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그 선택지를 공부해야했고 주어진 질문을 제대로 잡아내고 답변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틀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수십개의 답안지를 보며 잘하고 못함을 가리자니 죽을 맛이었다. 5점 만점인데 2점 3점 이렇게 나눌 수가 없어서 내가 준 점수는 3.8, 4.2 식으로 보다 더 세분화되었다. 그럼에도 막상 점수를 매기면 너무 후한 것은 아닌가 혹은 너무 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본 것을 또 보고 몇번을 비교 대조해 봐야 했다. 내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한 아이가 생기면 안되지 않는가. 작년에 시험을 치뤘던 사람이고 우리 학교 아이들의 특유의 그 자존심(왠만한 모든 시험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다는)을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나는 내 공부 시간까지 할애해서 논술 심사에 쏟아부었다. 답안지들이 다 고만고만한 것 같았다. 무쟈게 힘들었다. 머리가 뽀개지는 것 같았다.

나의 논술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페이퍼는 아직도 쌓여있다. 면접 질문들도 만들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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