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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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있네'를 읽고나면 마치 숨가쁘게 빠른 전개의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연예계, 그리고 그들을 취재하며 기사를 만들어 내야하는 연예 전문 기자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이 단순히 가상이야기의 픽션으로만 그치는게 아니라 실제처럼

와 닿는건 바로 작가의 이력때문인데, 작가 이혜린이 실제 2005년 스포츠신문의 연예부

기자 생활을 경험했고, 이 후 경제신문사, 온라인 매체등을 두루 거친 실제 기자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맘먹고 연예계 뒷이야기,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사들의 속성을 파헤치는 글을

쓴것 같다. 새벽부터 밤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신문사, 그리고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

을 따라다니며 기사거리를 찾는 연예부 기자들의 정신없는 일상이 그야말로 숨가쁘게 펼쳐진다.


간혹 인터넷을 뒤적이며 연예 기사들을 보다보면 참 어처구니 없는 기사들을 볼때가 많다.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과연 기사거리가 되는지도 의문스러울 정도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지면이 채워지고, 때론 똑같은 기사가 제목만 바껴서 나오기도 하고...

소설속에서도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모를때는 그런 기사를 쓴 기자들을

욕했는데 그럴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알게되니 앞으로는 그런 기자들을 욕하지도 못하겠다.



"우지환 조져!"

밑도 끝도 없는 하부장의 한마디. 인턴사원으로 갓 입사한 주인공의 고생문이 시작되는 순간이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연예매체들의 연예기사의 냄새나는 뒷이야기들의 비밀을 알려주는

시작이다. 신생 스포츠신문의 출간을 축하하는 인터뷰 요청을 바쁜 스케쥴 탓에 거절한 톱스타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서 길들이기 하는 과정이 묘사된다. 결국 비난기사와 인터넷

댓글들로 인해 확산되는 이미지 실추를 막기위해 소속기획사 사장이 하부장을 따로만나 비위를

맞추게 되면서 '우지환 죽이기'는 바로 '우지환 띄워주기'로 바뀌게 된다.

그뿐이랴 함께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새내기 사진기자는 첫미션이 '소녀시대' 팬티 사진 찍어오기.

좀더 자극적인 사진들과 무대위 노래하는 모습을 각도만 바꿔가며 얼마든지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기사 열댓개를 뚝딱 만들수 있는 소재다.

주인공 이라희가 처음 맡은 5인조 그룹가수의 인터뷰 에피소드~





난 인터뷰에 쓸 거리가 필요해 이상형을 물었따. 요즘 시대에 누가 이상형을 키우냐고
나를 구닥다리 취급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효리는 어떠냐고 재차물었고, 멤버들은
마지못해 이효리도 괜찮다고 했다. "설마, 우리가 효리누나한테 이상형이라고 고백했다
고 쓰는건 아니죠?" "난 그런 기자 아니라니까"
 
   

그런데 결국 다음날 지면에 나간 기사의 제목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있는 5인조 꽃미남 그룹

로미오가 섹시가수 이효리에게 뜨거운 사랑을 고백했다'이다. 이런 기사가 나가고나면 그 밑에 

달리는 댓글들은 정작 인터뷰 하면서 이효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던 인기 아이돌 그룹 로미오에

대해 "너희가 뭔데 이효리를 넘보냐", "너희는 군대 언제가니", 지난해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리더에 대해서는 "군대 빼려고 일부러 사고낸 놈"이란 댓글까지 달린다.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화가날까?



박진영이 트위터에 올린 라면먹는 사진 한장 가지고도 기사를 써야했으며, 스포츠 인턴기자는 상부

지시로 인기 블로거의 글을 베껴 기사를 작성한다. 기자 이름을 내걸고 나가는 기사인데도  기업체

홍보기사도 있고, 온라인용으로 작성하는 기사는 기자 한명당 하루에 20건이 배정되기도 한다.

연예인 매니저와 연예부 기자가 손잡고 소속 연예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만들기도 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로 제목을 만들어 클릭을 유도하고, 낚시질로 네티즌들을 낚고....



이 책을 읽고나니 그동안 스포츠신문의 연예 기사들의 유형이 쫙 정리된다. 

꼭 이럴수 밖에 없는걸까? 아니다... 그런데 우리 연예산업이 이렇다. 이것이 현 주소다.

참 씁쓸하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작가 이혜린은 참 재밌게 글로 옮겨놨다. 행간 곳곳에

유머가 흐른다. 그리고 여류작가가 여자 주인공을 앞세운 소설 곳곳에는 여성직장인들의 

눈으로 바라본 직장문화의 여성차별과 부당함을 고발한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회초년생, 이들이 스포츠신문에 '수습기자'라는 이름으로 입사하고,

실제로는 '인턴사원'인 이들이 받는 급여는 정부지원금 월 50만원. 그러면서 회사는 하루

열다섯시간 이상씩 일을 시키고, 힘들면 그만두라는 위협을 서슴치 않는다. 니들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면서~ 열정을 가지고 내 일처럼 일을 하란다.

열정? 열정 같은 소리 하고있네... 작가가 남기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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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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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섬찟한 표지다.  

아마도 소통의 부재를 표현하려 한 모양인데 왠지 공포영화에 나오는 귀신의 모습이 떠오르는 

지라 공포영화를 한없이 싫어하는 나로서는 자세히 보지도 못하다가, 또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봤다가 다시 얼른 책장을 펼쳐 시선을 돌리는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심해 잠수부가 

사용하는 (일명 머구리라고 한다) 잠수 헬맷을 쓰고 수의같은 옷을 입은채 창백한 발이 드러나 

있는 사진속 인물.. 거기다 손을 가슴에 크로스해 올려놓은 모습은 마치 죽은 시신의 염하는 

장면이 떠올라 더욱 으시시... 이런 이유로 처음에 난 이 소설이 공포소설인줄 알았다. 귀신이 

등장하는~ 그런데 읽어보니 귀신이나 공포를 일깨우려는 소설이 아니라 소통의 부재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등장인물들의 내면심리를 묘사한 작품이었다. 제목 자체도 얼마나 심오한가.  

1미터라니... 고작 1미터 이내에 있는 사람과 사물들이 나에게는 천리, 만리 밖에 있는 그것들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소설의 배경이 되는 행복요양원에서 주인공 강찬은 유일하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대화가 

통하는 찬강이란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이 설정이 재밌다. 우리가 강찬의 입장이라면 나는 

살아있고,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지만 겨우 1미터 밖에서 나를, 내 눈을 들여다 보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의료진들은 내가 의식도 없는 죽어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니 환장하고 

미칠 노릇이다. 그런데 반대로 실제 우리 주위에서 식물인간이나 의식이 없는 환자들을 

대하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3년이란 시간을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강찬이 이제 

그만 죽어줬으면...하는 바램이 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도 호스피스 병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 6인실의 병실을 사용했는데 이미 

’사형선고’를 받고 죽는날만 기다리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각자 모여앉아 하루하루를 

보내는 곳. 그곳에서 나 역시 아버지를 모시고 일주일여를 생활하다 아버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병실을 같이쓰던 여섯명의 환자들이 모두 제각각이었는데 이미 의식을 잃고 누워만 

있는 분, 반대로 겉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건강해서 환자복을 입고 낮에는 주로 돌아다니다가 

밤에 조용히 침대에 들어가 자고, 또 다음날 아침 일어나 돌아다니던 환자도 있었다. 난 가끔 

그 환자가 차도가 있어 금방 퇴원이라도 할줄 알았다. 마음씨도 착해 다른 환자들이 스스로 

거동이 어려우면 자기가 나서 도와주기도 했고, 어떤 환자분이 링거줄이 꼬여 불편해하자 오랜 

병동생활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선처리 비법을 알려주고 이렇게 해야 거추장스럽지 않다고 

웃기까지 하던 그 젊은 환자. 

그런데 결국 여섯명의 병실 환자중 그 멀쩡해보이던 환자가 제일 먼저 죽음을 맞아 침대를 

비웠다. 삶과 죽음이 혼재되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곳 생활이 기억에 선하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새로운 날을 맞았을까? 그 젊은 환자는 자신이 그리 빨리 죽을거라고 생각을 

했을까? 

  
 

얼마전 읽었던 ’한국인 죽기전에 꼭 해야할 17가지’라는 책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자신이 진료했던 17명의 환자들의 케이스를 기록한 책이었다. 그 책에 나오는 각 

에피소드들의 주인공들은 모두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또 모두들 꼭 살아야만 할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은 죽었다. 1미터에 나오는 

주인공인 강찬과 찬강도 죽는다. 하지만 죽기 직전까지도 그들은 해야할 말을 못하고 그렇게 

떠나보낸다.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막상 건강할땐 자신의 건강을 챙길 여력이 없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걸 모든 이들이 알고있다. 그리고 나이 순서대로 죽는게 

아니라 죽는데는 순서가, 나이가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알고있다. 먼저 죽음을 경험해 볼수도, 

누군가를 위해 내가 대신 죽어줄수도, 죽을때 꼭 가져가야 할것을 내가 가져갈수도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일 일을 모르는 세상을 살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죽음을 대비하고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가? 

꼭 정리해야할 일들이 있다면 갑자기 내가 죽게되더라도 남아있는 사람이 당황해 하지 않게 

준비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마치 내가 당장 죽기라도 할것같은 불쾌한 생각이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예 생각조차 하려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간격은 고작 1미터라는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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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이야기 - 별난 사람들의 별나지 않은
세바퀴팀 지음 / 우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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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즐겨 시청하지 않는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몇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세바퀴'다.
드라마는 '근초고왕', 예능프로로는 '개그콘서트'와 '세바퀴', '자기야'가 있다.
처음 '세바퀴'란 프로그램이 '일요일밤에'의 한 꼭지로 전파를 탓을땐 그야말로 쇼킹이었다.
한창 인기있는 꽃띠 연예인들이 하나도 없는, 어찌보면 다들 한물간 중년의 연예인들이 모여
쑥쓰러움, 부끄러움, 창피함, 머뭇거림, 주저함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이 아줌마 특유의 당당함과
시끄러움으로 뭉쳐 직설적인 입담을 과시하는데 이제껏 방송에선 볼수없었던 포맷인지라 오히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고정 게스트들 사이에서 귀여운 '밉상' 역할로 잘 이끌어가는
MC 이휘재, 오랫만에 복귀임에도 예전의 예능감을 잃지않고 매끄럽게 진행을 하던 박미선,
거기다 인기상종가의 김구라로 이어지는 트로이카는 프로그램의 중심을 잘 잡아줬고, 선우용녀,
이경실, 임예진, 김지선, 김현철, 김태현, 조혜련, 조형기등의 고정 게스트들은 자기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어떨때는 "야~ 저런말도 방송에서 하는거야?"
할 정도의 위험한 수위에 오르기도 수차례, 또 어떤때는 슬픈 개인사까지 허심탄회 토로하고,
자기들끼리 위로하고, 재밌는 일 있으면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이건 뭐 방송인지, 회식자리인지
구별이 안가기도 할 정도였으니, 좋게말해 '신선한 충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개판 방송'이었던
거지.. 거기다 매회 꼭 새로운 신인들이 출연해 활기를 북돋우고 재롱을 피워 즐겁게 해주기도
했는데 어찌보면 유이와 조권등이 세바퀴가 키워낸 최고의 히트상품 아닐까 싶기도 한다.
 
나뿐 아니라 세바퀴를 사랑하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에는 어느 채널을 돌리든지 나오는
소수의 한정된 인기스타들이 아닌 평범한, 우리 이웃집 사람들 같은 중년의 연예인들이
해대는 소박한 사는 이야기가 정감이 갔기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세바퀴에서
출연진들이 모여 자기들의 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하야 <별난 사람들의
별나지 않은 그집 이야기>. 방송에서 보여지는 캐릭터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의 모습들과
성격과 과거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내려간 덕에 인간적인 모습을 볼수 있는 책이었다.
임예진, 이경실, 박미선, 김현철, 조혜련, 조형기, 선우용녀, 김지선, 김신영, 이휘재,
창민, 김태현, 조권, 김구라가 차례대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진솔하게 풀어냈다.
 
이렇게 놓고보니 책은 <그집 이야기> 한 권인데 실제로는 14명의 연예인들이 출간한
각각의 수필집을 읽는 느낌이다. 임예진은 문근영 저리가라는 '원조 국민여동생'의
인기 최고 하이틴스타에서 지금의 망가지는 모습까지 본인이 걸어온 길과 느끼는 감정들을
진솔하게 적어냈고, 이경실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억세고 드센 이미지와 다른 자신의
아픈 과거와 집안사를 잔잔하게 밝히고 있다. 박미선은 일이면 일, 살림이면 살림 뭐하나
빼놓지 않고 잘해내는 비결(?)을 밝히고 있고, '이젠 알아줬으면 하는 나의 비밀'편을 통해
김현철은 잘나갔던 과거사를 자랑(?)한다. 이처럼 멤버들이 평소에 하고싶었으나 기회가
없어 하지못했던 말들을 이 책을 통해 시청자들, 아니 독자들에게 맘껏 어필하는 기회로
삼은듯 작심하고 책을 낸 냄새가 폴폴 풍기는 것이다.
 
난 참 유쾌하게 읽었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수 있어
역시 좋았다. 세바퀴를 좋아하지 않거나, 출연 연예인들에게 그다지 개인적인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겠으나, 한번쯤 "얘는 대체 왜이래? 왜이리 경박하고
나대는거야?" (이경실), "얘는 이렇게 망가져도 되는거야? 그래도 예전엔 참~ 예뻤었는데.."
(임예진)등 궁금한 대목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주자.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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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홈베이킹 - 자연을 통째로 구운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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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크로비오틱’이란 이름을 내걸고 먹거리가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마크로비오틱 홈베이킹>을 쓴 저자 이와사키 유카가 이미 <마크로비오틱 밥상>,
<마크로비오틱 아이 밥상>을 내놨고,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자는 웰빙 바람을 타고
’마크로비오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크로비오틱’이란 macro + bio + tic 의 합성어로 크다, 위대한의 macro와 생명을 의미하는 bio,
방법, 기술의 tic 이 결합된 단어다. macrobiotic하면 ’위대한 생명의 기술’이란 뜻이 되니 참
거창한 단어다. 그만큼 기존에 나와있는 가공식품, 정제식품들이 맛과 향과 색깔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수많은 합성화학물질로 뒤범벅이 돼있어서 건강에 좋지 않은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일전에 윌리엄 레이몽이 쓴 ’식탁의 배신’(Toxic Food)에서도 리뷰한 적이 있지만 원래 암이란
병이 그리 흔한 병은 아니었다. 그런데 1990년대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에서부터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그다지 희귀병이 아닌 쉽게 볼수있는 일반병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완치율은 그다지 높지 않아 아직도 ’죽음의 병’이란 이미지가 강한게 사실이다.
오늘 뉴스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을 80세로 봤을때 죽을때까지 암에 걸릴 확률이
34%나 된다는 보도가 나왔으니 이제 ’암’이란 질병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암이 우리생활에 밀접한 질병이 됐을까? <식탁의 배신>에 의하면 1990년대 가공식품
(통조림, 패스트푸드, 조리되어 나오는 식품들)이 대중화 되는 시기에 맞물려 미국사회에서
암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고스라니 한국사회로 전파
되어 우리나라도 2000년대들어 암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이와 마찬가지로 마트
등을 통해 조리되어 나온 식품, 즉 가공식품들이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고 있는 시기와 일치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공식품들에 사용되는 원재료들은 항생제에 절어있는 육류,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워진 곡류와 채소, 화학합성 첨가물, 색소, 방부제, MSG, 트랜스지방
등등으로 똘똘 뭉쳐 우리몸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는 것. 따라서 우리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먹거리부터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하고, 사먹는 음식은 믿을수 없으니 직접
가정식으로 만들어 먹자는 결론을 내고있다.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이 바로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자연식을 추구하는 것이니 다름아닌 건강식이라고 할수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마크로비오틱’은
"동양의 자연사상과 음양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식생활법으로 신토불이(身土不二),
일물전체(一物全体) 등의 원칙을 지키며 유기농 곡류와 채식을 중심으로 식사할 것을 권한다.
장수식, 자연식 식이요법이란 뜻으로 쓰이지만 서구인들에게는 ’동양적 식사법’을 지칭하는
말로 인식되어 있다. 일본에서 1927년 식양회라는 조직이 발족되면서 시작된 이래 미국과 유럽,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지회가 조직되고 국제적 음식문화운동으로 발전했는데
1960~1970년대 미국의 히피와 뉴에이지 세대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기술돼있다.
  
 



 

저자 이와사키 유카는 정통 마크로비오틱 요리 강사로 한국인 남편과 결혼후 한국에서
활동중이다. 2008년 네이버 <To Be Program ’요리사의 요리’>에서 10인의 요리사로 선정
되었고, SBS <100세 건강스페셜>과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하여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소개하고, SBS 드라마 <스타일>에서는 마크로비오틱 쉐프 서우진 역의 류시원
요리자문을 맡기도 했다고..
이처럼 정통 일본식 마크로비오틱 전문가인 그녀도 알고보니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
2002년부터 한국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2003년 호주유학때 만나서 교제중이었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다. 이때 그녀의 직업이 레스토랑 컨설턴트. 일본회사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했는데 양국간의 음식문화를 접하는 일이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그때 과로와 스트레스
로 인해 유아때 앓고 지나갔던 아토피가 재발해 고생을 하던차에 한국인 친구가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때의 일을 이와사키는 이렇게 회상한다.
 
“사실 그분이 말해 주기 전까지는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마크로비오틱이
10여 년 전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는데, 당시 학생이었기 때문에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거죠.” 
 
마크로비오틱은 최초에 일본에서 시작된 운동이지만 정작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슈화되지
못했고 오히려 유럽,미국,러시아등지에서 각광을 받아 일본으로 역수입된 경우이다.
1990년대 후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각종 조리법, 레스토랑등이
생겨났고, 이와사키는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아토피도 깨끗히 치유된것은 물론이고.
 


 

 

 

 

 

 

 
 
천연재료와 화학첨가물을 최소화 하면서 ’화이트푸드’ (백설탕, 백밀가루, 소금등 흰색식품)를
사용하지 않고 버터, 계란, 밀가루, 설탕등이 없이 어떻게 빵을 만드는 걸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빵은 과연 맛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하는데 이와사키 유카의 말을 빌리자면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오히려 더 맛있다는 설명. 난 모르겠다.
먹어보질 않았으니..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리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으니 책을보고 그대로 따라해보면 어렵지 않게 집에서도 자연식을 만들어 먹을수 있을듯하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한번 시도해 볼만한 조리법 아닐까?
모든 음식을 다 직접 만들어 먹을순 없겠지만 이책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조리법을 준수하고
자연재료를 구해다 음식을 조리해 먹는 습관이라도 길러야 할것이다. 요리책을 새로 구입할
의향이 있었다면 ’마크로비오틱 밥상’이나 ’마크로비오틱 홈베이킹’을 추천한다.
이 책은 여러모로 ’식탁의 배신’이란 책과 맞물려 꼭 봐야할 책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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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1-01-1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러운 서평 잘 읽었습니다.
 
이야기 속에 담긴 긍정의 한 줄 긍정의 한 줄
양태석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포켓사이즈다.
처음 책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작은 사이즈 책이 있었나? 싶어서.
거짓말 좀 보태면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사이즈다 보니 서류가방이나 핸드백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아주 좋다. 게다가 소설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게 아니고
짧막한(한장을 넘기지 않는다)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보니 지하철에서, 또는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학생이라면 쉬는시간에 몇장씩 넘기며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첨에 책의 크기에 생소하던 것이 읽다보면 아~ 이래서 이렇게 작게 만들었구나~하고
이해가 된다.
 
이 책을 쓴 양태석님은 동화작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소설집 <다락방>과 동화집
<아빠의 수첩>, <사랑의 힘 운동본부>, <나눔>등이 있다는데 지금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책으로 집을 지은 악어>, <책을 사랑한 꼬마해적>, <명상 태교동화>등의 동화를 꾸준히
내고있는 작가다. 역시나 동화작가들의 글에서 느낄수 있는 따뜻하고, 정감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탓에 책 제목대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각기 가슴 따뜻하면서 읽는이에게
긍정적인 힘을 준다. 이 책 역시 '좋은생각'류라고 보면 된다.
특이한건 목차가 없다는 점이다.
목차는 말 그대로 책의 내용을 어느정도 가늠할수 있게하면서 원하는 대목을 빨리 찾을수
있게하는 역할을 하는데 목차가 없다는건 편식하지 말고 첨부터 끝까지 다~ 읽어라는
저자의 말과 같다. 거기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멘트는 이 책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라는 말과 다름아니다.
 


하루 단 한번만이라도 내안에 있는 작은 속삭임을 들어보세요.

삶에 대한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행복한 삶을 꿈꾸는 _____님께 작지만 소중한 하루의 행복을 드립니다.





소록도의 두 천사 편을 보자.
2005년 11월 신문에 소록도에서 43년간 봉사활동을 하던 오스트리아 수녀 두분이 한국을
떠난 기사가 실린다. 71세 마리안느 수녀님과 70세 마가렛 수녀님 이야기다.
두 사람은 1960년대 초부터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우들을 보살펴 오다 한국을 떠나기 하루전
병원장에게만 출국 사실을 알리고 조용히 떠났다고 한다. 4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한센병
환자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왔고, 장갑이나 마스크도 없이 그들과 생활한 탓에 환자들로부터
가족보다 낫다는 말을듣고, '큰할매', '작은할매'로 불리어왔던 두 수녀님들은 아무도 모르게
소록도를 떠나면서 편지 한장을 남겼다.


  이제 우리 나이도 칠십이 넘었습니다.
  은퇴할 나이에서도 십년이 지났습니다.
  이곳에 더 있으면 괜한 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고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여기있는 동안 부족한 외국인을 큰사랑으로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부디 용서해 주세요. 미안합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리안느와 마가렛 올림.


  

이 기사를 당시 신문에서 접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이십대 꽃다운 청춘에 이역만리 낯선땅 한국이란 곳에 들어와 소록도에서 평생을 봉사하며
사시던 분들이 칠십넘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이제 힘에부쳐 봉사하기가 어려워지니
오히려 주위분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면서 젊은날 떠나온 고향 오스트리아로 떠난것이다.
이 분들의 헌신적인 사랑을 무엇에 비할수 있을것인가. 무엇이 이 분들을 이렇게 살게 하는
것일까? 단지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이 이야기와 더불어 소개된 러일전쟁의 승장 일본의 도고제독이 전승기념식에서
"도고 제독은 조선의 이순신만큼이나 위대한 분입니다"라는 말에 정색을 하며 자신을
이순신장군에 비교하는건 이순신장군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는 일화등은 단순히 가슴이
따뜻해질 뿐 아니라 이야기속 주인공들에 대한 끝없는 존경심과 경외감을 일으킨다.
 
이 책을 읽는것만으로 우리 삶이 획기적으로 바뀔 일은 물론 없겠지만 이 이야기속에 담긴
주인공들의 성품과, 의지와, 사랑은 읽는이들에게 긍정의 힘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살지는 못할망정 본받아 닮으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삶도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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