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터 -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섬찟한 표지다.  

아마도 소통의 부재를 표현하려 한 모양인데 왠지 공포영화에 나오는 귀신의 모습이 떠오르는 

지라 공포영화를 한없이 싫어하는 나로서는 자세히 보지도 못하다가, 또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봤다가 다시 얼른 책장을 펼쳐 시선을 돌리는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심해 잠수부가 

사용하는 (일명 머구리라고 한다) 잠수 헬맷을 쓰고 수의같은 옷을 입은채 창백한 발이 드러나 

있는 사진속 인물.. 거기다 손을 가슴에 크로스해 올려놓은 모습은 마치 죽은 시신의 염하는 

장면이 떠올라 더욱 으시시... 이런 이유로 처음에 난 이 소설이 공포소설인줄 알았다. 귀신이 

등장하는~ 그런데 읽어보니 귀신이나 공포를 일깨우려는 소설이 아니라 소통의 부재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등장인물들의 내면심리를 묘사한 작품이었다. 제목 자체도 얼마나 심오한가.  

1미터라니... 고작 1미터 이내에 있는 사람과 사물들이 나에게는 천리, 만리 밖에 있는 그것들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소설의 배경이 되는 행복요양원에서 주인공 강찬은 유일하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대화가 

통하는 찬강이란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이 설정이 재밌다. 우리가 강찬의 입장이라면 나는 

살아있고,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지만 겨우 1미터 밖에서 나를, 내 눈을 들여다 보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의료진들은 내가 의식도 없는 죽어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니 환장하고 

미칠 노릇이다. 그런데 반대로 실제 우리 주위에서 식물인간이나 의식이 없는 환자들을 

대하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3년이란 시간을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강찬이 이제 

그만 죽어줬으면...하는 바램이 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도 호스피스 병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 6인실의 병실을 사용했는데 이미 

’사형선고’를 받고 죽는날만 기다리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각자 모여앉아 하루하루를 

보내는 곳. 그곳에서 나 역시 아버지를 모시고 일주일여를 생활하다 아버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병실을 같이쓰던 여섯명의 환자들이 모두 제각각이었는데 이미 의식을 잃고 누워만 

있는 분, 반대로 겉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건강해서 환자복을 입고 낮에는 주로 돌아다니다가 

밤에 조용히 침대에 들어가 자고, 또 다음날 아침 일어나 돌아다니던 환자도 있었다. 난 가끔 

그 환자가 차도가 있어 금방 퇴원이라도 할줄 알았다. 마음씨도 착해 다른 환자들이 스스로 

거동이 어려우면 자기가 나서 도와주기도 했고, 어떤 환자분이 링거줄이 꼬여 불편해하자 오랜 

병동생활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선처리 비법을 알려주고 이렇게 해야 거추장스럽지 않다고 

웃기까지 하던 그 젊은 환자. 

그런데 결국 여섯명의 병실 환자중 그 멀쩡해보이던 환자가 제일 먼저 죽음을 맞아 침대를 

비웠다. 삶과 죽음이 혼재되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곳 생활이 기억에 선하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새로운 날을 맞았을까? 그 젊은 환자는 자신이 그리 빨리 죽을거라고 생각을 

했을까? 

  
 

얼마전 읽었던 ’한국인 죽기전에 꼭 해야할 17가지’라는 책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자신이 진료했던 17명의 환자들의 케이스를 기록한 책이었다. 그 책에 나오는 각 

에피소드들의 주인공들은 모두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또 모두들 꼭 살아야만 할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은 죽었다. 1미터에 나오는 

주인공인 강찬과 찬강도 죽는다. 하지만 죽기 직전까지도 그들은 해야할 말을 못하고 그렇게 

떠나보낸다.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막상 건강할땐 자신의 건강을 챙길 여력이 없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걸 모든 이들이 알고있다. 그리고 나이 순서대로 죽는게 

아니라 죽는데는 순서가, 나이가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알고있다. 먼저 죽음을 경험해 볼수도, 

누군가를 위해 내가 대신 죽어줄수도, 죽을때 꼭 가져가야 할것을 내가 가져갈수도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일 일을 모르는 세상을 살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죽음을 대비하고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가? 

꼭 정리해야할 일들이 있다면 갑자기 내가 죽게되더라도 남아있는 사람이 당황해 하지 않게 

준비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마치 내가 당장 죽기라도 할것같은 불쾌한 생각이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예 생각조차 하려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간격은 고작 1미터라는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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