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제 - 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 엮음 / 차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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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제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요즘 연예계에 비유하자면 난 백제 왕팬이자 백제홀릭인 셈이다.

원래부터 국사가 좋았다. 학창시절 가장 좋아하던 과목도 국사였고, 당연히 시험점수도 높았다.

국사, 그 중에서도 왕조의 건국과 패망의 역사, 전쟁사가 주관심사였는데 그 중심에는 백제가 있었다.



삼국시대가 성립하기 전 남쪽에는 삼한이 있었는데 마한, 진한, 변한이 그것이다.

백제가 마한을 병합하여 대국이 되었고, 신라는 진한을 흡수, 통합하면서 국가의 기틀을 잡았으며,

변한지역에서는 가야가 건국했다. 후에 가야는 신라에 병합되어 이로써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가 형성된다. 흔히 우리는 고구려는 대륙의 기질을 가진 큰나라, 중국의 왕조와 어깨를

나란히 한 강대국으로 인식하고, 신라는 삼국통일의 대업을 달성한 삼국의 승자로 배워왔다.

그런데 백제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바도 없거니와 기껏 삼천궁녀를 거느리고 주색에 빠져 나라를

잃은 의자왕이 백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일 뿐이다. 실제로는 의자왕이 '해동증자'로 불릴만큼

효성이 지극하고 현명하며 용감무쌍한 왕이었고, 삼천궁녀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삼국중 가장

문화가 발달한 국가었다는 사실은 조용히 묻혀버린체 잊혀진 국가로만 남아있다.



사실 삼국시대에서 가장 국력이 약하고 뒤떨어진 나라는 신라였다.

드라마 '주몽'이나 최근의 '근초고왕'으로 잘 알려져 있듯이 고구려와 백제는 그 뿌리가 부여국에 

있어 서로 형제국과 다름없었으나, 전통적으로 적대국이었고(드라마에서는 소서노가 주몽에 배신당해

쫒겨온 탓에 백제는 처음부터 고구려에 원한이 깊은것으로 나온다), 서로 세력을 확장하는데 걸림돌

로 치부될 뿐이었다. 백제로서는 대륙진출의 걸림돌이 고구려였고, 고구려로서는 중국과 상대하는데

후방의 골칫거리가 백제였을 것이다.








중국 문화를 받아들여 꽃피우는 루트도 서로 달랐다.

고구려는 북방의 문화를, 백제는 수로를 통한 남조문화를 받아들여 발전시켰다.

정작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군사력이나 문화가 가장 약했던 나라였고, 고구려가 그토록 지켜왔던

중국의 한반도 침략을 오히려 배후에서 당나라를 끌어들여 한반도 공략의 빌미를 제공하는 짓을

저지르고 만다. 혹자는 신라가 당나라를 이용해 삼국을 통일했다고 하나, 이는 천부당만부당 한 얘기다.

신라가 당나라를 이용한게 아니라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던 당나라가 신라를 이용하여 한반도를

점령한 것이다. 하마터면 백제와 고구려 멸망이후 신라까지 당에 병합됐다면 고대로부터 우리민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으로만 남게 될뻔한 것이다. 다행히 나당전쟁에서 신라가 승리하여 그 넓은 고구려땅을

다 내주고 백제,신라 영토만 수호한 것도 천만다행이라 할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삼국통일 당시

신라가 가장 약했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백제 의자왕으로 수시로 침략을 당했고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워지자 당나라의 힘을 빌려 백제를 막아내려던게 결국 우격다짐으로 삼국을 통일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항상 국력이 약해 한때는 백제와 연합하여 고구려의 남하를 막고, 또 고구려에 조공을 

바치며 백제를 근근이 막아내던 신라가 정작 후세 역사에서는 승자의 위치를 맘껏 누릴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나라 역사의 근간이 되는 삼국사기,  삼국유사가 신라의 입장에서 씌여졌기 때문이다.



신라입장에서 볼때 고구려는 대국이었고, 백제는 눈엣가시였으니 잔인하고, 미개한 나라로 볼수밖에.

뿐만아니라 철저히 백제의 문화유산은 파괴되고 유린당해 지금껏 제대로 전해오는게 없을 지경이다.

지금도 경주를 가보면 찬란한 신라의 문화가 잘 보전되고 도시 자체가 관광도시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충남 공주를 가보라. 아니 부여를 가봐라. 남아있는 백제 문화가 뭐가있는지...

700년동안 이어져온 찬란한 백제문화는 이제 중국사서 속에서만 그 흔적을 찾을수 있게되었다.

백제의 요서경영설. 정작 우리나라 사서에서는 언급조차 안돼있고, 오늘날 주류 역사학자들로부터서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축받은 백제의 요서경영설이 중국측 사서에는 꽤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점도

아쉬울 뿐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문헌 발굴과 현지답사등이 절실해 보이는데 주류사학자들

에게는 관심밖의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백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최인호의 소설 '잃어버린 왕국'을 만나고서 부터다.

말은 소설이지만, 픽션이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을(물론 작가의 가설과 주관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취하며 백제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소설이었는데 이제껏 학교에서 배워왔던, 또는 역사책들에서

봐왔던 모든 사실이 흔들리고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쇼킹이었다. 어찌 소설가가 이 방대한

문헌을 조사하고, 답사하며 고대 왕국의 흔적을 찾아낼수 있었을까 하는...

훗날 존경받는 어느 노사학자 한분이 후배들을 꾸짖으며 그랬다고 한다. 한낱 한명의 소설가가

해내는 일을 전문가라고 칭하는 젊은 사학자들이 못하고 있다고.



SBS 대전방송이 역사스페셜 다큐멘터리로 잃어버린 왕국, 백제에 대해 심도있게 조사해서

방영했고, 방송자료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

왜 우리는 백제를 가리켜 자꾸 잃어버린 왕국이라 칭할까? 700년이나 한반도의 주축이 되어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나라임에도 오늘날 그 어떤 흔적을 찾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정확히 백제의 영토는 어디까지였으며, 소서노를 따라 남하한 비류와 온조는 왜 함께하지

못했으며, 왜 큰아들 비류가 아닌 작은아들 온조가 백제의 왕이 되었으며, 중국 문헌에 기록된

백제의 요동경영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일본 천황이 백제의 후손이라는 사실등이 왜곡되어

알려지거나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까지 전해져오는 문화유산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에 기록된 백제의 모습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 '대백제'는 그 예전 최인호의 소설에서 봐왔던 백제의 또다른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해

다시한번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백제가 건국 당시부터 비류백제와

온조백제 두 나라로 건국되었고, 우리가 아는 백제는 온조백제며 비류백제는 미추홀(지금의 인천)

에서 건국했다가 웅진으로 천도후 해상세력을 규합하여 요서로, 왜로, 월주로 진출한 주체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다 광개토대왕의 백제 침공당시 온조백제(한성백제)는 조건부로 항복하고, 

비류백제(웅진백제)는 패망한다. 패망한 비류백제의 지도층은 일본으로 건너가 천황가를 정벌하고

백제계 천황시대를 개막하는데 그게 오진왕조다.

실제 현 아키히토 천황은 2001년 "내 몸에 백제 무령왕의 피가 흐르고 있다"라고 밝혀 일본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24대 천황이었던 칸무천황은 "내 어머니는 백제 직계 왕족이다"라고도 했다.



'대백제' 책이 백제 재조명의 화두를 던진  점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고, 신빙성있는 역사적 가설들을

수박 겉핧기 식으로 소개만 하고 넘어가는 부분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 할수있다. 다만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좀 더 활발한 백제역사의 연구가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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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의
이시형 지음 / 생각속의집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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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강과 관련해서 서점가에 유행하는 화두가 있다면 단연코 '세로토닌' 일 것이다.

언제부터선가 주위에서 세로토닌, 세로토닌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마음건강,

스트레스 해소, 웰빙생활의 진리가 되버린듯 하다. 오늘 읽은 이 책도 제목은 '위로'지만

부제가 '세로토닌 마음처방전'이다. 그럼 세로토닌 분비법이나 건강하게 살기위한 팁을 주는 책일까?

그렇지 않다. 표지나 책의 부제와는 다르게, 이 책은.... 시집이다.



삶의 순간에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 그리고 그 상황속에서 외롭고 고통스러워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적절한 시 한 편을 소개하고, 그 시와 어울릴법한 해석과 조언들을 이시형 박사가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저자 이시형 박사가 스스로 내린 정의를 소개하자면,



"외롭고 쓸쓸할 때마다 위로가 되어준 한 편의 시와 그 마음 이야기를  이곳에 정성껏 담았습니다.

건강한 시는 건강한 마음을 불러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시를 세로토닌 포엠(serotonin poem),

그 시가 전해주는 마음의 평온을 세로토닌 마인드(serotonin mind)라고 부릅니다. 가까이 놓아두고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십시오"  라고 얘기한다.



뇌와 우리 몸 곳곳에서 밝은 햇볕과, 호흡법에 따라 특정시간에 분비된다는 세로토닌.

긍정과, 희망과, 건강의 호르몬이다. 고통도 잊게하고, 아픈곳도 치료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불러오며,

젊어지고, 예뻐진다는 그 세로토닌. 이 시집, 아니 이 한권의 책이 읽는 독자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고비의 순간을 상정하고, 그 상황에 도움이 될만한 시를 한편

소개한다. 대략적인 책의 구도를 살펴보면

일상속에서 편에서는 

                      - 혼자의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할 때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 자신에게 실망하여 스스로가 싫어질 때 (감사의 기도, 성 프란체스코)

                      - 이유없이 불안감이 다가올 때 (어떤 결심, 이해인)

                      - 술과 담배를 끊고 싶은데도 잘 안될 때 (단식, 김종제)

                      - 나이를 낮추어 말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청춘, 사무엘 울만) 등등...

연애와 결혼 편에서는 

                      - 우연히 첫사랑을 만났을 때 (다시 첫사랑으로 돌아갈수 있다면, 장석주)

                      - 사랑이 두려워서 마음을 열지 못할 때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 친구의 결혼생활이 궁상스럽게 보일 때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이런 식의 구도로 되어있다. 그렇게 일상속에서, 연애와 결혼, 가족의 울타리, 직장생활,

대인관계 이들 다섯개의 큰 틀을 설정하고 그 틀안에서 다시 세부적인 상황들로 채워넣는다.



특히 가슴에 와닿았던 대목은 애인이 결별을 통보해올 때와 남들에게 나의 단점을 숨기고 싶을 때,

외모가 멋진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들때, 어머니의 빈자리가 그리워질 때 등이었다.

아니 딱히 몇가지 상황을 짚을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상황을 우리들이 겪어왔고, 지금 겪고있으며

앞으로 겪을 일들인데 그때 이시형 박사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글과 함께라면 이 세상 아무도

내 편이 없다고 외로워할때 분명 큰 힘이 될듯 하다. 








남자들은 결혼 후 한 여자의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빠로, 부모님의 아들로 살아갈 때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부모님과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를 빠져나와 내가 울타리를 새로 치고,

그 안에서 나의 가족을 만들어 외부로부터 지켜 나가는 삶이 시작되기 때문인데 이때는 누구에게 

의지하지도,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도, 어린양을 부리지도 못한다.

항상 외부에서 오는 위협으로부터 우리가족을 안전하게, 편안하게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으로

울타리 역할을 하느라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고, 험상궂은 얼굴을 만들며 바둥거리고 살아간다.

이럴때 이시형 박사의 '위로'가 한 템포 쉬어갈수 있는 마음의 위안을 주리라 생각된다.

비단 남자들에게만 해당되랴..  "나중에 시집가서 꼭 너 닮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는 엄마의

말에 실감하며 나를 그렇게도 예뻐해 주셨던 아빠생각에 눈물 짓는 모든 아내, 엄마, 며느리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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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아빠소입니다. 

알라딘 신간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10월, 11월 읽고싶은 책으로 올렸던 책들이 줄줄이 

미끄러져 아쉬웠었고, 12월에는 2권의 도서가 모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젠 읽고 싶은 도서를 선정하는 미션 페이퍼가 몇개나 맞출수 있나~ 하고 예측하는 

장이 된것 같아 페이퍼 작성도 신이나네요 ^^ 

이번달엔 4권의 도서를 추천합니다. 도서 설명은 알라딘에서 인용합니다.

 

   우리시대 진정한 남우(男優) 14인의 인터뷰를 한 권에 엮었다.  

   정보석, 김명민, 김창완, 김윤석, 오만석, 이선균, 안재욱, 이정길,  

   엄태웅, 이범수, 이순재, 류진, 유준상, 최수종. 지금도 뚜렷한  

   연기색깔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 14명의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관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다양한 청춘의 순간들을 이 한 권의 책에 솔직 담백하게  

  그려놓았다. 저자는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 녹화장을 

  찾은 청춘의 다양한 모습들, 이십대와 서른 사이의 미묘한 심리  

  변화의 순간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삶에 대한 가볍지 않은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한국 문학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의 

  한국 문학 고군 분투기. 에이전트 이구용이 우리 문학을 해외에 수출한 

  과정과 고군분투를 낱낱이 밝힌다.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의 일상이  

  손에 잡힐 듯 담겨 있는 책으로, 에이전트의 독법으로 읽은 신경숙, 김영하, 

  조경란, 한강, 차인표 등 작가와 소설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맛집 아닌 곳이 없고, 각종 미디어와 맛집 블로그에서 

  맛집 정보를 쏟아내는 맛집 춘추전국 시대이다. 그렇다보니 그중 진짜 

  맛집을 가려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맛집 정보가 양적으로는 많아졌는지 

  모르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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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스 -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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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연코 지금까지 수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리뷰를 써왔지만 이 책 '팅커스'만큼 

어렵게 읽은책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제목에 '끔찍하게 지루하다'고

표현했을까!







책은 그리 크지 않은 사이즈에 242페이지로 두껍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하고서도

한번에 두시간을 계속해서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의당 소설이라 함은 기승전결이

있고, 사건이 있고, 사건이 진행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해결후의 결말이 있는 

법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소설의 종류가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가 아니더라도

정도만 다를뿐이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팅커스'는 변변한 위기감도, 절정도, 사건의 해결도 없다. 시종일관 죽음을 앞둔

주인공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의 과거 회상과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를 비롯한 3대에 

걸친 가족들의 얘기만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술되고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배경설명과 상황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문장을

읽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내가 이런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도

모를 의문이 몰려온다. 책의 절반을 넘길때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아마도 쉽게

책을 펼쳐들었던 독자라거나 일반적인 소설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필시 책장의 1/3을 넘길때쯤 독서를 포기하고 말것이다. 틀림없다...



그럼 나는 왜 이토록 지루하고, 어렵고, 이해하기도 난해한 비전공자의 박사학위

논문같은 책을 읽은것일까? 



'팅커스'는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퓰리처상은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보도,문학,음악 부문의 시상인데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에 있는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매년 4월에 수상자를 발표한다. 며칠전

리뷰글을 썼던 동화 '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말려'가 '뉴베리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작가 로이스 로리의 작품이라고 소개한바 있는데 아동도서의 가장 권위있는 이 상과

마찬가지로 퓰리처상 역시 수상자격이 미국시민이거나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게 다가 아니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 발표됐을때 쏟아지던

찬사는 이루 표현할수 없을 정도였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에서는 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이 소설을 번역한 유명한 번역가인 정영목씨는 심지어

-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죽기 여드레 전부터 환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라는 구절과

마주쳤다면 이제부터는 아예 딴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신발 끈을 조여맬 것, 아니, 

신발을 벗어버릴 것 - 이라고까지 했으니 이 소설을 처음 접한 독자들에게 얼마나

큰 기대감을 줬겠는가를 예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 (전략) 그의 언어는 눈부시다. 심지어 새 둥지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짧은 구절조차

눈부시다. 소설가가 왜 장인인지 보여주는 놀랍고 화려한 본보기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 '팅커스'는 진정 주목할 만하다. (중략) 이 작품은 소설이 줄수있는 최고의 특권을

독자에게 부여한다 - (소설가 메릴린 로빈슨)

- 엄청난 힘과 독창성이 넘치는 작품. 이 작품에서는 놀라운 문체의 자유를 엿볼수

있다. (중략) 대단히 깊은 감동을 준다 - (소설가 배리 언스워스)

그리고 처녀작으로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NPR의

<2009년 최고의 데뷔작>에 선정됐다는 사실들로 인해 나는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번이고 중간에 내려놓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마침내 완독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바꼈을까?



미국 최고의 평론가들이 극찬한 이 작품을 한국의 평범하고도 내공이 얕은 일반

독자의 눈높이를 가진 내가 읽었으니 당연히 평가가 같은수가 없다. 오늘 내가 쓰는

'팅커스' 리뷰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단히 독창적인 작품이다.

여지껏 시도하지 않았던(아니 여러작품에서 시도했으되 내가 몰랐을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처녀작인 이 작품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작가 폴 하딩의 역량을 맘껏 표현한

작품이다. 



둘째, 마치 현미경으로 주위 사물을 보는듯한 사실적이고 섬세한 문장이 돋보인다.

아까 위의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찬사중 "심지어 새 둥지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짧은 

구절조차 눈부시다"고 한 대목에서 알수 있듯 극한의 미사어구들과 형용사, 부사등을

사용해 짧은 한줄의 글을 열줄, 스무줄로 늘려놓는 재주가 돋보인다. 이는 평론가들에게

놀랍다는 찬사를 들었지만 영어권이 아닌 나라들의 일반 독자들 눈높이에서는 놀랍도록

지루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만들어낸 근본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셋째, 가족애를 그린 작품이다. 20세기 초 미국 동부의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이 녹아있다. 그러면서 정신병원에 간 할아버지, 간질병을 앓고있는 아버지,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에 암에걸려 죽어가는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의 가족사를 통해 미워하지만

결코 미워할수 없는 가족들간의 애증을 그려냈다. 

조지는 간질병에 걸려 자신의 손을 물어뜯은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죽거나 그러는게 아니라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던듯 그렇게

사라져 버렸으면..그러면 어머니나 가족들이 덜 고통스러울텐데..그렇게 미워했으면서도

정신병원에 보내질걸 알고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마침내 조지는 마지막 죽음의 순간 환각속에서 집에 돌아온 아버지를 만난다.



이 책이 어렵게 출간돼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되기까지 이야기를 또 하지 않을수 없다.

작가 폴 하딩은 대학 졸업후 무명밴드의 드러머였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밴드가

해체되자 막상 딱히 할일이 없었던 그는 평소 하고싶었던 글쓰기를 실현하고자

창작교육 과정을 이수했고 몇년 동안 이 작품을 써왔다. 하지만 무명의 작가로서

책을 출간하는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는데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다가 간신히

비영리 문학전문 출판사에서 인정을 받고 소규모 서점들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키다

비평가와 언론의 주목을 받고 마침내 퓰리처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처음 작품 구상이후

10 여년이 걸린 일이다. 수많은 출판사들로부터 초기에 퇴짜를 맞은 이유가

느리고, 명상적이고, 잔잔하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오히려 같은 이유로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최고 권위의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됐으니, 만약 초기의 좌절로 주저앉고

포기했다면 오늘날의 영광의 순간도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않다.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는 많은 문학도들에게도 그러하겠거니와 일반

독자들에게도 지금의 시련과 좌절에 주저앉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도전하면 지금의 시련이 훗날 성공의 큰 밑거름이 되리라는 사례를 보여준다고

할수있다.



자, 너무 길게 왔다. 확실히 특이하고, 놀랍도록 지루한 작품임에 틀림없으나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문학을 접해보고 싶은 분이 있다거나, 또는 퓰리처상 수상작은 도대체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는 문학도들은 기꺼이 이 개성있는 작품을 읽어보기 바란다.

하지만 당신이 일반 눈높이를 가진 독자라면, 지적 수준의 향상을 위해 읽어도 좋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첫장을 넘기길 권하고 싶다.

번역가 정영목씨의 문구를 살짝 각색해서 표현하자면,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죽기 여드레 전부터 환각에 빠지기 시작했다"라는 구절과

마주쳤다면 이제부터는 내 지적수준과 인내력을 시험해 본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속에

빠져들기 바란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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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1-01-08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 말려! 생각하는 책이 좋아 8
로이스 로리 지음, 손영미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오늘은 처음으로 아동도서 리뷰를 하게됐다.

정말 오랫만에 하게된 즐거운 독서~ ^^

제목은 '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말려'다. 짱구는 못말려가 생각난다.  ㅡㅡ;







코믹한 표지그림과 제목이 동화의 성격을 알게해준다.

작가는 로이스 로리.

아동도서를 잘 아는 분은 혹시 작가의 이름을 들어봤을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녀의

이름을 모를터. 당연하다. 아동문학가이니까~ 아동도서만 써온 저자를 아동도서에 관심없는 독자들이

어찌 알겠는가. 그럼 아동도서를 많이 보는 독자들은 그녀의 이름을 잘 알까? 그렇지않다.

로이스 로리는 미국의 유명한 동화작가임에도 국내에는 저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않다.

그리고 국내에서 유명세도 떨어지고.. 하지만 아동도서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최고권위의

'뉴베리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최고 아동도서 작가이다.



뉴베리상은 최고권위의 아동도서 작가상임에도 수상작가가 미국 국적을 가졌거나 미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폐쇄성을 단점으로도 가지고 있다. 독서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높이고 아동문학 창작에

대한 열의를 고취시키고자 1921년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제안했고 이듬해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로이스 로리는 1990년에 'Number the Stars<별을 헤아리며>'로 뉴베리상을 수상하고,  1994년

'The Giver<기억 전달자>'로 두번째 뉴베리상을 수상한다.

'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말려'는 기존에 우리가 읽었음직한 '왕자와 거지'를 연상시키는 줄거리를

가지고 유머러스하게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았다. 왕궁의 따분한 생활을 지겨워하던 패트리샤 공주는

시녀와 옷을 바꿔입고 마을로 내려가 평민들의 삶을 체험하게 되고, 16세 생일날 의무적으로 결혼을

해야한다는 관습에 저항하지만 실패하자 기왕 결혼할거면 평민들의 학교에서 만난 훌륭한 평민

선생님과 결혼하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미워할수 없는 말괄량이, 사고뭉치 공주다.



단순한 스토리 같은 이 동화가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음절과 발음을 이용한 작가의 유머가

곳곳에 등장하는데 소리를 잘 못듣는 공주의 엄마, 즉 왕비를 등장시켜 말장난을 하고 있는 대목

에서 작가의 위트가 돋보인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은 이러한 말장난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이들에게는 큰 웃음을 주며

공감거리가 될수 있겠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의 어린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가 될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역시 아동문학의 가장 큰 특징인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이란 요소때문에 책을 읽는것이

즐겁다. 이 책에서도 결국 실현이 불가능할것 같았던 공주와 평민선생님의 결혼이,

- 공주는 16세 생일날 청혼하는 귀족과 결혼해야한다는 관습 - 공주를 사랑하는 왕비가 즉석에서

평민 선생님에게 작위를 수여함으로서 이뤄진다는 해피엔딩 구도를 가지고있다. 그러면서

신분의 귀천에 상관없이 귀족들은(있는자들은) 평민들을 (없는자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안아줘야 한다는 교훈적인 요소를 담는다. 또한 잘못된 관습은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과,

어려워 보이는 일도 (공주와 평민의 결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시도하면 이뤄질수 있다는

교훈도 준다.



비록 이미 찌들어버린 어른의 눈에서 볼땐 말도안되는 작위적인 설정과, 과하게 오버스런 

인물들의 캐릭터만 보이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말괄량이 패트리샤 공주에게 자신들을 

(딸들이라면) 감정이입하며 즐겁게 동화속에 빠져들지 않을까?

나야 여섯살 된 큰딸에게 선물하려 책을 받아봤지만, 취학전 아동들이 스스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고,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수준의 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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