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였던가.

집에서 학교까지.. 장거리 통학에 몸과 마음이 무척 지쳐있었을때였다. 그날도 지친 몸을 통학버스에 담고 버스 창가에 머리를 기대어 반쯤 잠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이 들어 머리를 들어 버스창 밖을 보니..

개나리였다!

도로 양쪽으로 끝도 없이 늘어선 개나리 무리. 그렇게 수십km를 손흔들며 봄날을 밝혀주던 노란 개나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울적한날의 더없는 위로가 되곤한다.

물설고 낯선 미국.

그런데 갑자기 겹겹이 쌓여가던 낯설임이 일시에 날아가버렸다. 개나리 때문이다. 다른 꽃과는 달리 고국과 별로 차이가 없어보이는 개나리들. 여기저기서 겨우내 추했던 몸을 단장이라도 하듯이 축축 늘어져있었던 검은 가지들이 환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봄의 시작. 봄꽃보다 아름다운 아들의 얼굴.


봄의 시작
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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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0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에도 개나리가 피었군요. 정말 꽃보다 예쁜 건 아이들 얼굴이에요^^
 
Today Is Monday (페이퍼백 + 테이프 1개)
에릭 칼 글 그림 / philomel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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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죠 제법 심층 영어가 들어있답니다^^ 발음도 어렵고? 그런데 그건 엄마 생각이구요 아이들은 우스워서 떼굴뗴굴 구릅니다

첫 영어책일수록 영어만의 리듬감(라임)이 잘 살아있는 책을 접하게 해주세요. 저희 아들도 유치원에서 스토리타임에 선생님이 읽어주셨나 본데 떼굴떼굴 구르며 좋아합니다. 에릭 칼 특유의 색채감도 멋지지만 먹거리와 요일 게다가 활용문장까지 다양하게 아이와 대화할수 있어서 참 좋은 책입니다. 저희 아들은 일부러 엉터리로 이야기해서 노우~하는 선생님 소리를 듣고싶어하는데^^ 이를테면 투데이 이즈 디셈버? 투데이 이즈 미키마우스? 하는 식입니다^^

단순히 요일개념이나 심어주자 하는 마음에서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어주었는데 왠걸요, 아직 일기쓰기는 힘든 나이이지만 매일 아침 일어날때 매일 저녁 잠들때 저희 모자간의 주요한 테마가 이 책에서부터 나온답니다. 날씨와 재미있었던 일, 만났던 사람을 엮어가면서요. 에릭칼과 함께 오늘도 좋은 시간 가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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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크레용 - 0~3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8
조 신타 글 그림, 정근 옮김 / 보림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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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아이의 눈과 어른의 눈은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책이 처음 도착하던날,  " 뭐야 이게?? " 하며 엄마인 내 손에서 한번 후두둑 훑어진 다음 책꽂이 한 구석에 박아 둔 책인데. 조금 전에 아이를 재우면서 우연히 손이 닿길래 꺼내어 진 < 나의 크레용>에 아들녀석이 코를 박고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주 아주 큰 크레용.  코끼리의 크레용이라는 재미난 상상에서 출발해서, 단지 크기만 한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크게 크게 그려지는 아니 크게 크게 그리는 코끼리의 작품들때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정감있게 묶어놓았다. 그러나 엄마인 내 눈에는, 크레용으로 이렇게 저렇게 그린 것 같은 그림도 별 탐스럽지 못하고 스토리도 단순한것이.. 내내 못마땅 하기만 한데도 아들은 그렇게도 재미가 있나보다.  

오히려 아이는, 커다란 책에서 떼굴떼굴 굴어다니는 커다란 크레파스와,  코끼리가 그려대는 섬세하지 못한^^ 그림들에 동화되어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이다..... 아마 내 마음의 눈과 아이 마음의 눈의 차이리라...

어쩌면, 내가 보여주는 명화보다는 코끼리가 그린 그림이 훨씬 아이에게 선명한 세상, 선명한 마음으로 다가섰을지도 모른다. 둔탁하고 단순한 그림속에서 어쩌면 자기 손으로 그린 그림같은 느낌이 들었을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친구같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을까. 파랑크레용으로 그린 동그라미 하나가 연못이 되고, 빨강 크레용으로 휙휙 그린것이 산불이 되어 보이는 마음의 눈을 가지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일다시 이 책을 들고 아들과 함께 읽을것이다. 그전에 탁한 내 마음의 눈이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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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실의 죄수
진 에드워드 지음, 서은재 옮김 / 좋은씨앗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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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존 에드워드의 < 세 왕 이야기 > 때도 그랬고 < 3호실의 죄수 > 도 그렇고.. 별것 아닌것 같은 어른동화 같이 보였으나 읽고나면 항상 마음 한가운데가 둥~ 하고 울리는 것이..

아주 단순한 구조이기도 하고 전반부에선 충분히 동의할수 없는 작가의 상상도 있다. 그러나 금빛으로 흐르는 책의 흐름을 방해할만큼은 아니다. 세례요한의 곁에서, 사회적 성공이나 종교적 안위를 보장하던 이들의 몰락은 익히 들어온 설정이라 치더라도, 단문이 주는 어감과 반전, 작가의 섬세함과 영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책이다.

한참, 먼지같은 인생, 이대로 주저앉아 아무일도 이루지 못하고 마감될것 같아 조바심나고 무너졌던 시기에 접한 글인지라 더 강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의 어떤 순간에서는, < 세왕 이야기> 보다도 더 인생의 질곡을 깊이 이해할수 있는 글이라 여겨진다.  아울러 침묵하시는 듯한 하나님, 그러나 우주보다도 광할하신 하나님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것이다.

가장 적절한때에 가장 적절한 책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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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토크 - 만 0~4세 하루 30분 말걸기 육아
샐리 워드 지음, 민병숙 옮김, 주현실 감수 / 마고북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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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말이 늦은 저희 아들을 위해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나 구체적인 문장들이 잔뜩 들어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속에서 말하는 원리란 그저 하루에 딱 30분을 내어 아이와 놀아주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책 한권이 모두 읽히더군요. 먼저 말늦은 저희 아들의 월령(36개월 이후)부분을 먼저읽고 난후, 처음부터 읽어보았습니다.

아하! 바로 이게 문제였구나..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실천방법?은 없는것 같은데도 , 저희 아들 말 늦는 데 제가 한몫? 톡톡히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제가 <언어적>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주지 못했는지 말입니다. 책은 월령별로 상세하게 나누어서 저자의 경험담과 30분 토크 육아의 자세를 먼저 짚어줍니다. 그리고 월령에 맞추어 해주어야 할 부모의 언어적 역할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아직은 이른 대화내용들을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열거하더군요.

저도 그렇지만 제가 생각해볼때 한국부모들은 두가지 공통되는 버릇이 있는것 같습니다. 하나는 과도한 교육열에 의해, 아이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부모입장에서 (무의식중에) 분류하여 오히려 크나큰 세상을 다양하게 경험하지 못하고 편협되고 닫힌 지식만 전달하게 되는것. 또하나는 '과도한' 전달입니다. 저역시 후자에 해당했구요. 단순하고 단답적인 대화를 해야할때 온갖 수식어가 붙은 장문의 서사시?를 전달했으니 그것이 아무리 명 문구요 과학적이요 예술적으로도 수려한 문장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싶으네요.

책의 원리중에 정말 명심해야 될것은 30분 대화의 주체가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뜻보면 놀아줄때 항상 아이중심으로 놀아준것 같은데 책을 읽다보니 아니더군요. 진정한 '아이중심'놀이며 대화가 무엇인지 알게되었습니다.

저희 아들은 이중언어권에서 말을 찾아야만 하는 환경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있더라도 말이 늦거나 표현력이 분명치 않은 아이 부모님이시라면, 다른 육아책보다 이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하루 30분이 한달뒤에 분명한 효과를 나타내더군요. 저는 따로 시간을 낼수가 없어서 잠자기 전 30분을 완전히 아이손에 잡혀 놀아주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와의 친밀감은 물론이고 잠자리 투정도 없어졌고 무엇보다 아이어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아이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넘기는 법, 그리고 아이와의 대화속에 부모의 어떤 태도나 언어에 문제가 있는지 잘 들여다볼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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