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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크레용 - 0~3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8
조 신타 글 그림, 정근 옮김 / 보림 / 1996년 8월
평점 :
확실히, 아이의 눈과 어른의 눈은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책이 처음 도착하던날, " 뭐야 이게?? " 하며 엄마인 내 손에서 한번 후두둑 훑어진 다음 책꽂이 한 구석에 박아 둔 책인데. 조금 전에 아이를 재우면서 우연히 손이 닿길래 꺼내어 진 < 나의 크레용>에 아들녀석이 코를 박고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주 아주 큰 크레용. 코끼리의 크레용이라는 재미난 상상에서 출발해서, 단지 크기만 한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크게 크게 그려지는 아니 크게 크게 그리는 코끼리의 작품들때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정감있게 묶어놓았다. 그러나 엄마인 내 눈에는, 크레용으로 이렇게 저렇게 그린 것 같은 그림도 별 탐스럽지 못하고 스토리도 단순한것이.. 내내 못마땅 하기만 한데도 아들은 그렇게도 재미가 있나보다.
오히려 아이는, 커다란 책에서 떼굴떼굴 굴어다니는 커다란 크레파스와, 코끼리가 그려대는 섬세하지 못한^^ 그림들에 동화되어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이다..... 아마 내 마음의 눈과 아이 마음의 눈의 차이리라...
어쩌면, 내가 보여주는 명화보다는 코끼리가 그린 그림이 훨씬 아이에게 선명한 세상, 선명한 마음으로 다가섰을지도 모른다. 둔탁하고 단순한 그림속에서 어쩌면 자기 손으로 그린 그림같은 느낌이 들었을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친구같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을까. 파랑크레용으로 그린 동그라미 하나가 연못이 되고, 빨강 크레용으로 휙휙 그린것이 산불이 되어 보이는 마음의 눈을 가지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일다시 이 책을 들고 아들과 함께 읽을것이다. 그전에 탁한 내 마음의 눈이 깨끗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