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붉은 리본
전경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에 비가 내린다.
그 비가 모든 것을 쓸어내렸으면... 하고 나지막히 속삭여본다.
전경린작가처럼 이제 그만 자아와의 화해를 통해 친숙함을 형성해야지 않겠느냐고...
어쩌면 발가벗은 느낌이 들런지도 모른다. 발표하게 되리라 생각지 못했다는 작가의 말을 순수하게 곧이곧대로 이해한다면 이 조각조각의 말알들 수수함에도 불구하고 영롱하고 찬란한 빛으로 눈이 부신 말알들에 나는 탐닉하지만, '탐닉'이란 놈의 성질이 본래 부정의 의미를 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듯이 작가는 발가벗은 채 거리에 던져질 지도 모를 위험을 감내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처참하거나 비참하지 않고 그저 아련한 아픔으로 가만히 끌어안았을런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흔히 그렇게 묻겠지만, 난 어쩌자고 그렇게도 깊은 수렁 속에서 태어났는지......
작가의 입이 오물거리듯 달싹이는 이 말알은 아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갈 힘이며 삶의 기운이며 삶의 행복인 듯 하다. 흔히 그렇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 모든 수렁이, 이 깊은 수렁이 결국엔 나를 살아가게 만들고 그 수렁안에 비추이는 빛을 감사히 여기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리하여 이 책은 쉬 읽어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