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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12종
조지프 W. 락.배리 L. 던컨 지음, 홍연미 옮김 / 이채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푸하하하~ 우선 한번 웃고 시작하자.
잠깐!
거기 웃지 못하고 인상쓰는 남자분. 너무 불편해마시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싸구려 욕설로 도배되어 있거나 부정적인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를.(p.15)
남성들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책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많은 남자들의 참모습이 어떤지를 이야기할 것이니까. (중략) 검열받지 않은 관점들은 거리에서 만나는 평범한 남자들에게도 추한 그림을 덧씌울 수 있다. 남자들을 있는 그대로 보라. 그렇게 되면 당신은 관계를 시작할 때 미리 충분한 경고를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적절한 무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p.18)
문제가 많은 남자들을 묘사하고 이해하려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절한 시작은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나를 진단하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진화와 유전적·문화적 요소, 어릴 적 성장한 가정의 분위기가 어떻게 그런 특질을 낳았으며, 우리 사회가 그 남자들로 하여금 변화하지 말도록 어떻게 부추기는지를 살펴본다. (p.30)
제2장 왜 나쁜 남자가 되었는가 / 유전자와 진화 / 심리적 영향력과 어린 시절의 훈련 / 문화적 기대치 / 여성의 적(敵)은 여성:그들을 조장하는 여자들 / 집단적 환상 - 세상 만물은 변화한다 / 남자다움, 지나치면 질병이다
당신 남자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미안하게도 또 금세 어쩌면 당신을 불편케 할 이야기들로 책은 전개된다.
제2부 어떤 남자를 피해야 할까에서는 보스/해결사/척척박사/트집쟁이/탁월한 위장꾼/카멜레온/돈 주앙/마마보이/영원한 틴에이저/오락가락 기회주의자/과묵남/냉혈한 의 나쁜 남자 12종을 분석, 알기쉽게 설명해준다. 뒤이어 제3부 나쁜 남자 조기 발견과 피하기에 바톤을 받아 제4부 나쁜 남자 대처법까지 만약 남자인 당신이 이 책을 읽을 때는 나쁜 남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외되어 있는 듯 불쾌한 감정이 솟구칠 지도 모르니 크게 숨 한번 들이쉬고 읽으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그러나 당신뿐 아니라 내게도 이 책이 재미있진 않았다.
괜찮은 사내들과 사귀거나 같이 사는 여자들이 굳이 이런 책을 집어들 이유가 있겠는가? 이 책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한 당신을 위한 것(p.16)이라고 애초에 독자층을 지정해둔 채 쓴 것이라서인지 내게도 크게 감흥을 주진 못했다. 다만,
이제 남자들은 특정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거나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이 자신들의 편견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편견 가득한 행동이나 대화는 지하로 침잠해 들어가고 대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겉치장을 하게 된다. 그 방법은 갈수록 더 교묘해지고 있다.(p.42)
라는 지은이의 말에 애초 동조하고 있었던 바 한번 살펴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뿐이다.
이미 임자기 있는 몸이라고? 더 이상 남자를 가려 대할 필요가 있겠냐고? 글쎄, 내가 이성애자 여자인 이상 남자는 끊임없는 내 연구대상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이 책을 접하면서 생각했다. 왜 만날 여자들만 이런 책을 보는 것이지?
'애스홀(asshole)'형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들은 대개 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만약 변화하고 싶어한다면 당신이 아닌 '남자'가 자기 관리서를 읽어야 하며, 정신과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그쪽이어야 하고, 친구나 가족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남자여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런 책을 읽고 상담실을 찾는 사람은 '제정신인'당신이다. 상처받는 것은 여자들이며, 지금의 상태에 대해 괴로워하는 것도 여자들이며, 결국 뭔가 변화를 꾀하는 것도 여자들이다. 당신이 지금의 상태가 편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역시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는 말기를, 설령 그가 당신 앞에서는 끙끙 신음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말이다. 정말 마음이 불편하다면 뭔가 방법을 모색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런 경우 이성적인 단 하나의 추정은 그가 지금의 상태에 나름대로는 만족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중략) 하지만 솔직히 상황을 인정한다면 당신은 한층 희망적이고 정확하며 도움이 되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 (p.24~25)
결국, '그들을 조장하는 여자들'이라는 말처럼 여자들에게도 일말의('일말의!'다) 책임이 있긴 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또 제 아무리 멋지고 괜찮고 정상적인(?) 남자라 하더라도 그 남자가 과연 내 짝이 될 수 있을만한 '나'인가를 확인함도 우리 여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초간편 '애스홀 선별 테스트'
1.조잡한 문신을 하고 있다.
2.당신보다도 많은 장신구를 주렁주렁 걸고 다닌다.
3.옷장 속의 옷들이 색깔이나 구입 날짜, 옷감에 따라 가지런히 정리 되어 있다.
4.뭐든 비치는 것이 보이면 자기 모습을 들여다본다. 거울, 자동차 미러, 심지어는 토스터기까지.
5.저녁 값을 내려고 할 때면 언제나 카드가 말을 듣지 않는다.
6.옛 애인이 무척 많았는데 그 여자들은 하나같이 '나쁜 년'들이었다.
7.처음 데이트에서 청혼을 한다.
8.차체보다 엔진이 커서 요란한 소리를 내는 차를 몰고 다닌다.
9.자기 성기에 별명을 붙여 주고 그 말을 입에 올린다.
10.이 책 제목(원서명)을 얘기했는데도 웃지 않았다.
아까 웃고 시작하자고 했는데 웃지 않았던 사람들 너무 걱정마시라. 10번에서 덜컥 극비도 걸렸다. 책을 읽고 있는데 쓱 처다보더니 "이것도 샀냐?"하고는 똥씹은 표정을 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남자는 자기가 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솔직히 인정하고 도움을 청한다. (p.133)니 곧 표정을 풀고 내용을 이해하며 솔직히 인정하는 정상적인 남자일테니까.
결국 그 승리는 당신과 그, 두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