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흐린 날엔 그림책을 펴세요
야나기다 구니오 지음, 한명희 옮김 / 수희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 어른이야말로 그림책을’

야나기다 구니오씨가 내세운 슬로건인데요.
백만 번 공감 가는 말이에요.

‘그림책은 인생에 세 번’이란 먼저 자신이 아이였을 때, 다음에는 아이를 기를 때, 그리고 세 번째는 인생 후반이 되고 나서, 라는 의미다.        165쪽.
 

이 중 첫 번째 시절을 나는 못 겪어서, 세 번째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서
내가 느낄 수 없는지라 그 부분은 패스하고요.
제가 이야기 할 수 있고, 백만 번 공감하는 두 번째 경우에 대해 얘기할게요.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앞으로 아이의 풍족한 삶에 보탬이 될 수 있길 기대하며 책을 많이 읽었어요.
아이가 태어나, 100일이 지나면서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지요.
내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내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 밑바탕엔 솔직히 말해, 독서로 인해 내 아이가 조금 더 똑똑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적어도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도 그 마음이 밑바탕에 있었지요.
그러던 것이 아이를 위해 어떤 책을 읽어주면 좋을까 에서 시작해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책은, '즐거움을 위한 도구'임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 즐거움이 살아가는 큰 힘이 됨은 두말 할 필요도 없지요.

이런 깨달음(호호)을 얻기까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상처를 받기도 했고요.
지금은 다 내 안에 좋은 경험의 보약으로 남아 저를 키우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많이 아파했어요.
덕분에 그런 시간들을 겪으면서 아이를 위해 어떤 책이 좋은지 서서히 눈 떠가기 시작했지요.
뭐, 아직도 먼먼 길이지만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들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아이 책을 고르면서 제가 그림책을 무척이나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이 공감했답니다.
‘그림책은 아이만 읽는 책이 아니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그림으로 덧 설명하는 것이 그림책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알게 되었거든요.
아이보다 내가 먼저 감동하고
아이보다 내가 먼저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하고
위로도 받았거든요.
 

“그림책은 어른이 되어(특히 인생 후반이 되어) 읽으면 
  삶과 생명과 사랑에 대해 작품에 담긴 깊은 의미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인생은 노년이 되면 내리막길이라 하지만 마음의 세계는 죽을 때까지 계속 상승해 간다.”

“판타지의 감성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가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월 2만 원을 그림책에 투자하되, 특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늘 곁에 두고 읽는 그림책’으로 삼으면 그것이 마음의 재산이 된다.”

“어른이 그림책을 곁에 두고 읽으면 반드시 아이도 바뀌게 된다.”     168쪽.

힘이 들고, 지치는 날엔 그림책을 느껴보세요. 분명 위로 받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림책이 아픔을 치유해주는 마법의 약이 될 수도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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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유치원에서 세상을 배운다
박상미 지음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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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가 점점 자랄수록 엄마는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많네요.
유치원... 이것도 정말 고민되는 부분이더군요.
아무 고민없이 그저 앞집 아이들이 다니고, 괜찮다고 하기에 같은 어린이집에   입학해서 2년 째 다니고 있는 울집 녀석..
한해를 보내고 나니 무언가 부족한점도 보이는 듯 하고
내 아이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더 가르쳐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으면서 고민은 시작되었지요.

그래서 결국 내년엔 어린이집을 바꿔볼까 짐짓 마음먹고,   나름 '카더라 통신'에 의해 좋은 유치원이라는데를 보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무언가 정보가 있다면 좋겠다 싶어 읽게되었지요.
 

유치원에 관한 정보는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엄마가 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네요.
무엇이든 어떤 정보든 내 안에 받아들이면 참 든든해지죠.
이 책 역시 그런 부분이 있네요.
아이의 유치원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라면 한번 쯤 읽어봄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아이를 향한 엄마의 정성은 정말 무한하겠지요. 그런데 텔레비전이나 육아 잡지,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엄마가 늘 뭔가를 만들거나,
사거나, 또 그럴듯한 일을 해줘야만 엄마의 역할을 다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자꾸 남들은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는지 하는 외적인 일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요리하고, 아이의 이름을 새기려고 예쁜 자수를 놓고, 멋진 사진을 찍어 올리는 동안 혹시 아이가 방해되는 짓이라도 하면 소리를 버럭 지르지는 않았을까?
엄마가 그런 일들에 몰두하는 동안 아이는 장시간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 오락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263쪽.
                                                                   

가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다보면  이런 불안한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나는 아이한테 너무 아무것도 안 해주는건 아닌가?'
아이를 너무 방목(?)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초조함 같은 것 말예요.
아직 육아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지 못한 탓에 종종 어떤 블로그를 볼 때면 조바심에 저를 못살게 굴기도 하지요.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또 주변에서 그런 것도 안 하면 안 된다고 말할 때
내 아이가 그 대다수에 포함되지 못해도 조바심을 치지 않으시는 부모들에게는 아이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습니다."  280쪽.


저는 결국 아직 아이에 대한 강한 믿음과 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거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아이에 대한 믿음이라 생각합니다.

책 끝자락에 "60점 부모만 되세요" 라는 말에 무한한 위로를 받았어요.
국가자격증 시험도 60점이면 합격이잖아요.
60점 부모만 되도 어디에요?  
(이것도 자기 위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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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 그림책을 선택하는 바른 지혜 행복한 육아 15
마쯔이 다다시 / 샘터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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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기 시작한건 스물이 넘어서였다.

그 후에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단편적이고, 협소한 읽기였다.

물론 지금도 그 수준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과라면 지금은 책 읽기를 뺀 내 생활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책을 왜 읽을까?

나는 왜 아이에게 책을 읽히려고 하는 걸까?

백일도 안 된 누워있는 녀석 눈앞에 책을 들이밀어야 했던 내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최근에는 아기 때부터 그림책을 사주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출판량이 많아졌고, 글자를 배우는 연령이 어려졌고, 그에 따라 그림책을 읽어주는 대상 연령도 차츰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기를 위한 그림책으로 무엇이 적당한가요?’라고 서점에서 질문하는 부모들이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똑똑하게 키우려고 아기 때부터 그림책을 사서 읽어주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어느 틈엔가 물건에 의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물질주의 방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요.

아기의 지능과 마음을 성장시키는 것은, 팔다리를 움직이고 말을 하는 아기의 행동이지 그림책이라는 물건이 아닙니다. 물건을 제공하면 아이가 금방 똑똑해질 것 같아 안심하고 물건을 제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 어쩐지 불안해지는 것은, 현대인이 빠지기 쉬운 공통의 심리상태인지 모릅니다. 확실히 물질은 부의 상징이지만 과연 그 물질들이 아이의 마음까지 풍성하게 해줄까요.

136~137쪽.

이 부분을 읽다가 뜨끔했다.

이런 마음이 내게도 있었음을 깨달았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이런 마음이 없다.

책 읽기는 아이가 즐거움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기로 했다.

내가 그러하듯이....

좋아하는 책을 만나면 찌릿찌릿 전기가 통한다.

야릇한 기쁨과 흥분이 범벅이 돼서 내 마음이 붕 떠오른다.

이 마음이면 되지 않겠는가?

내 아이에게 책이란 이런 마음을, 이런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친구이면 되지 않겠는가?

책 읽기를 통해 무언가 얻으려고 했던, 혹은 주고자 했던 무엇인가를 내려놓고

단지 즐거움을 위한 책읽기만을 남겨두어야겠다.


‘어린이와 독서’ 문제는 긴 안목으로 보십시오. 독서는 당장의 학교 성적과는 관계가 없더라도, 그 어린이가 한평생 살아갈 인생 성적표에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133쪽.


‘그림책을 선택하는 바른 지혜’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그림책뿐만 아니라 책 읽기에 대한 기본적인 지혜를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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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구슬 - 유금 시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
유금 지음, 박희병 편역 / 돌베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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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게 된 건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한 까닭도 있지만 『말똥구슬』이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거기 덧붙여 유금이 유득공의 작은아버지이며 연암 일파 사람이라지 않는가. 평소 서얼출신 연암 일파에 무작정 좋은 느낌을 갖고 있었던 나는『말똥구슬』이란 책이 어떤 글을 담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유금(柳琴) 1741 ~ 1788. 시인이자 실학자이다. 연암 일파의 일원이며, 저명한 실학자 유득공의 작은아버지다. 작은아버지라고는 하나 유금과는 나이 차가 일곱 살밖에 나지 않아 서로 아주 친밀하게 지냈다. 유금은 기하학과 천문학에 조예가 깊고, 거문고와 해금 연주에 뛰어나며 전각(篆刻)에도 일가를 이루는 등, 문학과 예술과 자연과학에 두루 탁월했다.

정조 7년 극심한 가뭄이 들어 이조판서로 있던 서호수(연암일파 중 한 사람인 서유구의 아버지임)가 상소를 올려 용미차(양수기) 제작을 건의했는데 정조는 이 건의를 받아들였고 유금은 이때 서호수의 요청에 따라 용미차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듯 빼어난 재주와 세상을 향한 뜻을 품은 인물이었지만 서얼이란 출신성분 때문에 끝내 벼슬에 기용되지는 못하고 평생 포의로 살다가 하직하였다. 유금이 재주가 있음에도 그 재주를 펼쳐보지 못 하고 평생 포의로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서얼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는 서얼에 대한 극심한 차별이 있었다. 정조는 서얼 금고의 문제점을 완화하고 검서관이라는 직책을 신설하여 이 자리에 서얼을 임명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대다수 서얼들은 여전히 정치․사회적 진출이 막혀 있었다. 그렇다고 수공업이나 장사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만일 양반이 그런 일을 하면 비천하게 여겨 더 이상 양반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양반은 가난해 굶어 죽을지언정 생산직에 진출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생계가 막막한 현실임에도 사회적으로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려 시라도 짓지 않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유금의 시를 읽으며 그 마음을 짐작해본다.


유금의 시는 고사나 전거(典據)를 사용하지 않아 자연스럽고 담백하다.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조곤조곤 말하듯 하여 정답기까지 하다. 소박하고 어렵지 않아 나처럼 시를 잘 모르겠는 사람도 읽기 쉽고 그 마음 또한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들을 아끼고, 자신의 처지를 애달파하는 마음이 그의 시에 담겨있어 진실함이 느껴진다.

『말똥구슬』엔 유달리 벗에 관한 시가 많은데 이는 유금이 평생 벼슬이 없는 선비로 살아가면서 달리 위안받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유금이 특히 가까이했던 벗은 이덕무, 박제가 등 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서얼로서 유금과 신분적 처지가 같았다. 이들에게 벗은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동시에 살아가는 힘이었을 것이다. 즉, 벗이 나이고, 내가 벗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벗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시 곳곳에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애잔하게 한다.

새벽 북소리 은은히 들리고
밥솥에선 푹푹 김이 나누나.
앉아서 먹구름 개길 기다렸더니
뜨락 나무에 후두후득 빗소리 듣네.
(......)
 

이처럼 비 내리니 글쎄 형암은
남성에 대체 어찌 갈라나.
모를레라 그이도 집에 앉아서
내가 어찌 갈라나 걱정할는지.
(......)

큰딸은 처마의 낙숫물로 장난치고 있고
막내딸은 침상에서 자고 있어라.
그 어미는 서쪽 창 아래에 앉아
눈을 깔고 무명을 손질하고 있네.
 

-「무자년 한가위에 아우 및 조카와 성묘가려고 했으나 비가 와서 못 가게 되자 함께 시를 읊으며 회포를 풀다」 중에, 110쪽.

*형암 : 이덕무의 호

박지원이 써 준 『말똥구슬』서문에‘말똥구리는 제가 굴리는 말똥을 사랑하므로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고, 용 또한 자기에게 여의주가 있다 하여 말똥구리를 비웃지 않는 법일세.’란 말이 있다. 이 말을 듣고 유금이 시집 이름을 『말똥구슬』이라 했다고 한다. 담백하고, 애틋하면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를 읽다보면 유금이 왜 시집 제목을 『말똥구슬』이라 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마음이 한없이 우울하고 초라한 날 유금이라는 가난하고 불우했지만 재능 있었던 한 사람이 꾸밈없이 진솔하게 읊은 시들을 읽어봄은 어떨까.

그리하면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이라 위안 받을 수 있지 싶다.

이 글을 쓰면서 곱씹어 시를 읽으니 애잔하고 따뜻한 기운이 내 온 마음에 꽉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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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의 중국식당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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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이었다.

겨울바람은 스산했고, 누군가를 만나러 떠나기엔 길이 너무 미끄러웠다.

보고 싶은 사람들은 너무 멀리 있었기에 내 기분은 한 없이 가라앉았다.

누군가와 수다를 떨기라도 하면 겨울바람보다 더 스산한 내 마음이 좀 잔잔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펼쳐 든 책이 허수경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허수경은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등의 시집을 낸 진주출신 시인이다. 라디오 프로 원고를 쓰는 일로 진주의 가족을 부양하다가 92년에 저기 멀리 독일에 고고학을 배우러 가서 아직까지 그곳에 있다. 시인과 고고학이라... 얼핏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읽다보면 그녀에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은 독일에서 ‘이름 없는 나날’이라 부른 나날을 보내는 동안 먼먼 ‘그들’에게 말을 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짧은 이야기, 긴 이야기가 있는데 짧은 이야기는 아끼고 아껴 썼지만 오히려 더 강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시와 같은 느낌인 듯 하면서도 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반면 긴 이야기는 긴 이야기대로 잔잔하면서 진한 울림을 준다.


……기숙사 방 안에서 감기라도 앓는 봄날이면, 말에서 놓여난 자유를 아직도 자유답게 누리지 못하고 다시 그 말의 굴레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지켜보면서, 아직 나는 이곳에 더 머물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는 고개를 흔든다. 말을 하는 근원을 나 스스로가 알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날, 그리고 그 새로운 언어가 나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날, 나는 내 코끝으로 스치던 냄새들을 새로운 말로 적을 수 있으리라. 그때면, 나는 다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을 수 있으리. 163쪽.


허수경은 아직도 ‘스스로가 알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한 것일까 그리하여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언제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끊을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늦어지든 빨라지든 이미 그녀의 말로 나는 위안받고 행복해졌음을 그녀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읽는 동안 진주의 ‘꽃밥’이 먹고 싶어졌고, 막걸리가 마시고 싶어졌고, 그런 것들이 나를 위로 했고, 스산한 마음은 훈훈하고 아늑한 글들로 포근해졌다.  

내 안의 오래된 골목길을 오래오래 거닐 수 있었다.
 

작가는 ‘말의 굴레 안으로 들어가려는’ 자신을 보면서 ‘말에서 놓여난 자유를’위해, 먼 이국땅에 있다지만 나는 그녀의 말로, 그 말을 글로 풀어놓은 글로, 위로받고 평안을 얻었기에 감사한다. 그녀의 삶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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