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까지 살던 곳은 정말 깊고 깊은 강원도 산골이었습니다.
앞, 뒤 어딜봐도 산 뿐이었지만 집 앞 개울은 제 마음을 어디로든 흐르게 해주었지요.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도 개울을 거슬러 올라 어디에서든 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겨울 아침에 눈을 채 뜨지도 못하고 이불 속으로 온 몸을 끌어 넣으며 듣는 소리가 있었어요.
엄마가 아침밥 짓는 소리였지요.
도마 위로 칼이 지나가는 소리, 고소한 밥 냄새 그런 것 말이지요.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 불을 넣어 바닥은 일어나기 싫게 따뜻하고, 엄마가 부엌에 있다는 안도감에 살짝 다시 잠들곤 했지요.
그 기억이 겨울이면, 아니 뜬금없이 어느때든 떠올라서 저를 흐뭇하게 만들어주곤 합니다.
아주아주 힘들고 지친 날 그때 기억을 더듬으면서 저를 위로하기도 한답니다.
우리집 꼬맹이는 이제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잠들 땐 제 쭈쭈를 만지고 자야하지요.
어쩌다 피곤해서 저절로 떨어져 잠이 들때를 빼고는 늘 제가 함께 있어야 잠이 들곤 한답니다.
물론 아침에도 제가 옆에 있어야 합니다.
일어나서 꼼지락 거리면서 '엄마'를 부르지요.
아빠가 옆에라도 갈라치면 저리가라며 엄마를 찾아요.
제가 옆으로 가면 동굴놀이를 하자기도 하고, 안아달라고도 하고 그럽니다.
저는 이불로 동굴을 만들어 같이 들어가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곤 간지럼태우기, 발 주물러 주기, 안아주기, 뽀뽀해주기 이런 것들을 퍼부어대지요.
녀석은 그때마다 숨이 넘어갈 듯 깔깔거리곤 해요.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채 말예요.
아이와 보내는 이런 아침 시간이 제게는 참 고맙고 기쁜 시간입니다.
내가 때때로 위안받고 행복해하는 내 원형같은 어린 시절 그 아침처럼
내 아이도 어른이 된 뒤에 저와 보냈던 이 아침들을 기억할까요.....?
바람이라면
이런 아침들을 기억해서 마음 속 깊은 곳에 사랑 받고 자랐음을 느꼈음 좋겠네요.
그 기억이 어떤 아픔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운 메이 아줌마>에 서머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