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인질극'이라는 소재를 글로 풀어낸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논리적인 사고를 차근차근 전개해가는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인질극이란 급박하고 복잡한 상황 전개를 담아내야 하는데 영상이 아닌 글로 그 상황의 긴장을 충분하게 그려낸다는 것은 여간 힘든게 아니니까.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의 출간소식을 접했을 때 무척이나 궁금했다.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이라니. 범인은 대담하게도 라디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인질극을 중계한다.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인질을 한명씩 죽이겠다는 협박으로 사건은 시작되고 기필코 인질들을 살려내야만 하는 범죄심리학자 이라 자민이 그를 상대한다.











밀폐된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폐쇠적인 공간과 인질범이 내거는 까다로운 조건을 무대로 한 소설이라니, 일단 상당히 매력적이라 주저없이 책을 잡는데는 문제가 없다. 인질범이 왜 그런 파격적인 인질극을 벌여야 했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충분하고 최고의 범죄심리학자였지만 막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라 자민에 대한 설명 역시 충분해서 사건은 더 극적이고 아슬아슬하다. 법학을 전공한데다 정신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작가의 이력이 이야기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이라 자민과 인질범 사이의 냉철하고도 날카로운 대화는 물론이거니와 인질극을 벌인 인물들과 인질극 대처에 투입된 인물들 그리고 장을 넘어가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등 거의 모두에게 작가는 각 인물들이 반드시 구현해야 하는 심리적 변화와 반응을 부여한다. 지켜보는 독자는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통해 인물 심리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고 사건 전개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얻지 않으면 별 재미가 없는 소설이 되므로... 얻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책의 중반을 지난 무렵부터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조금 들기 시작한다. 특히 인질범이 찾는 그녀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 된 그녀의 전화는 점점 동기가 어색해진다. 어차피 약혼자에게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굳이 전화는 왜 했으며 왜 그리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야먄 했는가? 반전의 요소를 적절히 활용해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능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반전을 위한 작위는 오히려 이야기의 매력을 떨어뜨리지 않는가, 이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더구나 원서인 독일 소설을 번역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도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의 문장들이 이 소설 전체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데 큰 몫을 한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범죄수사학 위에서 빚은 스릴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건조한 문체는 어쩔 수 없다지만 스토리 자체가 좋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하다. 거기다 30대 중반의 인질범의 '~하오'체와 적어도 40대 중년 여성 이라의 '~예요'체 대화는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영화상에서의 인질극 장면을 떠올려 보자. 하다못해 인질범이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정도의 말투를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번역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하오'체는 제발 역사소설에서만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마 내가 읽으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의 대부분은 어쩌면 이 이야기가 영상이 아닌 글이기 때문에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폐쇄성이 주는 긴장감을 잘근잘근 전달하려면 아무래도 영상이 더 걸맞을지 모른다. 이 이야기가 영화화가 되고 있다는 소식은 그래서 참 반갑다. 글에서 읽었던 아쉬움들이 영화의 현란한 긴장감 속에서 사라지고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매력인 '인질극의 스릴'과 '인물들의 면밀한 심리'가 더 빛을 발하게 될 거라는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소설은 인물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긴장과 강박 묘사가 상당하고 사건의 개연성 역시 꽤 잘 짜여져 있으니 말이다.



혹시 사건 자체보다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 상태에 더 초점을 두는 독자라면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가 상당히 쏠쏠한 재미로 읽혀지겠다. 긴장감이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스릴러라기 보다는 마치 심리학 책을 들여다보듯 각 인물들의 마음 상태를 따라가면서 그들의 긴장과 좌절, 상실과 아픔을 느끼게 하는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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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마이클 루이스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다지 관심이 많지도 않은 나조차 2008년의 돌연하고 급박했던 미국의 경제위기가 경제사에 길이 회자될 중요한 포인트이자 일본을 관통한 지진만큼이나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온 사건이라고 인지한다. 그러한 인지를 하게 된 가장 커다란 이유는 경제학자들의 '세계관' 즉 그들이 경제에 접근하고 분석하고 그 매커니즘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도록 한 그 강렬한 힘이 2008년 미국 경제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을 비롯해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야금야금 삼켜버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간 그들이 고수해 왔던 그 어떤 것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리얼리티란 실로 두려운 것이다. 춤을 글로 배우고 연애를 글로 배우는 게 위험한 이유와 똑같다. '실사'의 엄청난 리얼리티, 그 예측불가능성과 역동성, 즉흥적이고 신속한 현실 앞에서는 머릿속의 계산은 순식간에 '무'로 돌아간다.

 

 





 

  [눈먼 자들의 경제]라고 해서 나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대단히 위험하고도 옳지 않은 예측을 자신만만해 했던 경제학자들(경제계 인사들)은 과연 무엇에 눈이 멀었던 것일까? 책을 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책이 눈 먼 경제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못을 박고 있었다. 실제로 책의 앞표지에는 이 시대의 지성인들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고 하고 있고 얼굴의 반만 드러낸 남자는 달려화로 렌즈가 가려진 그로테스크한 안경을 쓰고 나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이 책은 '탐욕에 눈먼 경제학자들에 대한 고발'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메이도프 연대기'까지 읽고나면 생각이 바뀐다. 이 책을 쓴 지성인들은 경제학자(경제계 인사들)들만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호황의 끝 모를 부유함에 침식된 이 세대, 막연한 낙관주의와 안일주의로 일관해온 거의 모든 경제인구(경제활동에 동참하거나 경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사실, 우리는 눈이 멀었다'라고 고하는 대담하고 용기있는 책인 것이다.

 




 

 

 미국의 내로라 하는 경제계 인사들과 저명한 기자들이 함께 참여해 완성해 낸 이 책은 두께만 봐도 이 책의 저자들이 얼마나 작정하고 책을 만들었는지가 느껴진다. 707페이지의 [눈먼 자들의 경제] 안에는 그간 뉴스로만 접했던 월가의 사건들을 비롯해서 전혀 생소한 메이도프 사건들까지를 다룬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제서적이나 경제뉴스 보도와 같이 흘러가기를 거부한다. 마치 소설처럼 사건이 일어났을 그 때의 상황이 글 속에 펼쳐쳐 있다. 그제서야 이 책의 뒷표지에 있던 문구가 이해가 된다.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펼쳐지는 경제 이야기" 그래. 이건 경제 르포다. 아주 생동감이 넘치고 비밀스러운 현장에서 빚어낸 그런 르포.

 

특히 마지막 챕터 '메이도프 연대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하다.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인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 사건을 집중 조명해 그를 둘러싼 관계자들로부터 취재한 내용인 메이도프 연대기는 버나드 메이도프 본인의 가택연금과 150년형을 선고받은 아들의 자살 등 충격적인 후기들이 잇다라 더욱 극적인 느낌을 준다. 영화나 드라마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있는게 아니다. 현실이 가장 엄청난 영화이자 드라마인 것을! 더구나 최근 유명 금융 컨설턴트 민씨의 사기 행각이 보도되고 있는 지금이라 메이도프와 관련된 사건취재의 내용은 더욱 흥미롭게 읽게 된다.

 

 

 

 

  [눈먼 자들의 경제]가 고발하는 눈먼자들의 가장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은 단연 탐욕에 눈 먼 경제학자들과 경제 리더들이다. 그러나 그 뒤에 있는 또 다른 무리들 역시 고발하는 손가락질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그들 역시 똑같이 눈멀었기 때문이다. 무지에 눈멀고 안일에 눈멀고 혹은 무관심과 무기력에 눈이 멀고... 이래저래 어쨌든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눈이 먼 것이다. 마치 공기로 숨쉬는 것처럼 '경제'에 귀속되어 경제로 숨쉬고 있는 경제 인구들이 눈이 멀었다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실제로 보고 듣고 접한 것을 정리해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눈먼 자들의 경제]의 13인의 저자들처럼 갑갑하고 어두운 경제의 눈을 뜨게 해줄 존재이겠지. 그런 점에서 로이터 통신의 금융전문 블로거 팰릭스 새먼의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공감이 간다.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이 책은 금융 저널리즘의 최고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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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in Grammar - 딱! 미국 중고등학생만큼만
레베카 앨리엇 지음, 한민정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영어공부를 제대로 해야지 해야지.. 하고 늘 생각만 했었는데

학원을 다니는 것도,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도 이래저리 참 뭐가 안되고 있는 요즘이에요 >,,<

 

원서를 읽거나 미드 혹은 영드를 볼때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영작을 할때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게 아!!!!!!! 문법!!!!!!!!!! 캬악 >,,<

 

국어문법도 무지 까다롭고 어려워서 늘 고민하는데 한국어에 비하여 영어 문법은 쉬운거야.. 라는

고수들의 이야기는 종종 듣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수들의 이야기일뿐 ㅜㅜ

사실 영어문법이 어려운 건 문법 자체가 어려워서라기보다, 영어라는 언어체계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대충대충 배워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기초부터 탄탄히! 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죠 ^^;;;

 

[No Pain Grammar] 라는 영문법 해설서는 그래서 나온 책이에요.

문법을 헷갈려하는 중학생 아들을 위해, 미국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는 이 영문법책!

동기부터 아~~~주 훌륭합니다^^

 

 




 

 

 

SAT 교재로 유명한 미국출판사 바론스에서 나온 교재라서 더욱 기쁘게 읽게 된 책이기도 해요.

미국 학부모들이 교육 교재로 가장 신뢰하는 출판사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SAT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책이라고도 해요.

확실히 좋은 교재를 만든 출판사의 책이라는 건 책에 대한 만족도를 보장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답니다.

 

 


 

 

 

 영어의 아주 기초적인 개념정리를 하기에 안성맞춤!

구성요소 별로 쪼개어서 이해하고 그 다음에 문장을 만들어 보구 그 다음에 글을 통채로 완성해보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가 굉장히 헷갈렸던 부분들이 있는데

이 책 꼭지별로 읽어가면서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던 부분이나 계속 헷갈렸던 부분들을 보완해갈 수 있었어요~~ 컁 ^^*

 

아들을 위해서 책을 만들어진 책이라고 하는데

어느 나라든지 자녀 교육에 열성을 다하는 부모님들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ㅎㅎㅎ

덕분에 바다 건너 저도 도움 좀 받고 있네요

 




 

 

물론 읽기에도 많은 도움을 주겠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 영작 기초를 다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이에요.

토익문제 등을 풀 때 '다음 문장 중에서 잘못된 것을 찾아 바르게 고치세요' 등의 문제를 꼭 틀리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도 추천 ^^ㅋㅋ;;

 

각 꼭지별로 반드시 '머리 굴리기'라는 연습문제를 풀어보게 되어 있어서 본문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게 도와준답니다.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문제들이 아니어서 저는 무척 재밌게 풀게 되더라구요 ㅎ

 

' 중고등학생만큼만 문법을 하자'라는 표지가 괜히 거슬릴수도 있어요.

하지만 영어공부, 미국 초등학생들 교재로 하기도 하는데 ㅎㅎ 중고등학교 문법 수준 정도야 대단한거죠 ^^

 이 책 한 권 본다고 해서 제목 그대로 단번에  'No pain'에 도달하는 건 아니지만 >,,<

적어도 너무 어렵고 골치 아픈 상태가 아닌, 재미있는 기분으로 영어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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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타 ㅣ 이모탈 시리즈 5
앨리슨 노엘 지음, 김은경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불멸이라는 것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대단히 매력적인 소재라는 것은 확실하다.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 그리고 예술 작품들이 불멸의 대상 혹은 불멸 그 자체를 소재로 탄생했다. '영원한 생'을 살아가는 존재는 '죽음'을 넘어서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매혹적인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소름돋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스태프니 메이어가 '뱀파이어'라는 전설적 존재를 통해 그 불멸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환상을 거세게 불러일으켰다면 엘리슨 노엘의 이모탈 시리즈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불멸이 등장한다. 환생과 엘릭서.. 이 두 가지는 한 번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인연의 연속성에 따른 불멸과 몸과 정신 모두를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불멸을 함께 이야기 속에 담아낸다.

 

 

  

 

 

 전생에서 이어져 오는 인생의 무게인 업과 신체와 정신을 아우르는 에너지인 챠크라 등 동양적 사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멸'의 존재들을 이 세계에 그려내고 있는 이모탈 시리즈가 '불멸'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한 여느 판타지와 다른 점은 주인공들의 아름다움이나 압도적인 능력이 아닌 그들의 내면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심리적인 결핍 혹은 불안을 안고 사는 이모탈 시리즈의 인물들은 어느 순간 그 결핍과 불안 때문에 서로 충돌하거나 스스로의 각성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인데 이모탈 시리즈의 다섯번째 이야기인 [나이트 스타]에 이르러 존재의 이유, 생의 이유가 '사랑'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더욱 확실해 진다.

 

 

  "전에는 환생의 핵심이 업의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데이먼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 애쓰며 이마를 찡그렸다.

 "사람은 자기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업을 만들어가는 거야.

이 세상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느냐에 따라 업이 달라지지."

 "그게 뭐야? 그러니까, '진짜' 이유라는 거 말이야?"

 "서로 사랑하는 것. 그뿐이야. 너무 간단해서 아주 쉬워 보이지.

하지만 방금 본 것도 그렇고, 우리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사랑을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어."  

 

  - 본문 중에서 -

 


 

 

 

 

  영원한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영화 하이랜더 시리즈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이랜더의 그도 불멸의 삶을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들을 죽음에 빼앗기면서도 정작 누군가 자신의 목을 베러오면 투철하게 싸워 다음 생을 이어가지 않던가. 이모탈 시리즈의 주된 흐름이 에버와 데이먼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임에도 시리즈 전체가 음울하고 어둡게 느껴지는 것은 '불멸'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고통이 그들의 이야기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모탈 시리즈의 전편들을 읽지 않았음에도 에버와 데이먼의 세계에 곧바로 빠져든다. 지난 4편에 걸쳐온 그들의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에버를 위협하는 헤이븐과 고등학교 전체를 휘어감는 불안한 기운 그리고 에버와 데이먼 사이를 가로지르는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적극적으로 '사랑'의 기치를 내세우는 작가의 소리에 공감하려면 전편의 시리즈들을 읽으며 교감의 시간을 가질 필요를 느낀다. 하긴 몇 백년에 걸친 그들의 인연과 운명을 읽고 교감하려면 시리즈의 중간, 그 한 토막으로 어떻게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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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먹는 심리학 : 인간관계 편 ㅣ 써먹는 심리학 1
포포 프로덕션.하라다 레이지 지음, 최종호 옮김, 박기환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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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살면 살수록 느끼는 데, 살면서 제일 어려운 건 역시 '관계' 아닐까.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평생 관계 속에서 지내는 존재이다보니 그 관계를 맺고 운영해 가는게 특별히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도 종종 심각한 고민이 들 정도로 관계가 어려울 때가 있다. 나만 그런가....

 

 나 스스로의 내면에서 나와 또다른 내가 충돌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도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나와 타인이 충돌하는 걸 조율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 그래서 심리학 책을 두루두루 찾아보기 시작하던 차, 이 책이 걸렸다. [써먹는 심리학]. 보기만 하고, 읽기만 하지 말고 써먹으라는 심리학. 까다롭고 성질급한 상사에게, 도통 속을 알수 없는 능구렁이 동료에게, 천상천하 유아독존 후배에게 써먹으라는 [써먹는 심리학]. 과연 써먹을 만한 심리학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심리학 서적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 중 하나는 나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는 거였다. 내가 나만 이해하고 있으면 모든 게 내 중심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라, 상대의 마음은, 지금 저 사람의 생각은 어떤걸까 하는 점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관계가 참 어렵다. 나와 상대를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어찌보면 '삶은 전쟁'이라는 치열한 문구는 정말 모든 인간사를 관통하는 진리인듯하다. 나를 알고 상대까지 알고 임해야만하는 전쟁 같은게 우리들의 관계니까.

 

 



 

 

 글로만 풀면 어려울수도 있을 그 알쏭오묘한 심리학. 그래서 이 책은 귀엽고 재미있는 만화를 곁들였다. 코알라, 도마뱀, 부끄럼쥐, 캥거루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특성과 기질을 보여주며 '이런 타입의 사람은 이러하니까~'라고 자연스런 이해를 도와준다. 그래서 크게 어렵거나 대단히 전문적이거나 하는 깊은 심리학 이야기는 들어 있지 않다. 다만, '이 까칠한 부장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이 눈치없는 거래처 직원의 속내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때 적용시켜볼만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나 자신에게 적용시켜 볼 만도 하다. 내가 소심하고 조용한 부끄럼쥐인지 아니면 천상천하 유아독존 격의 캥거루타입인지 알아보면서 [써먹는 심리학]이 알려주는 쏠쏠한 생활 심리학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원만한 '관계'에 대한 해법이 보일 법도 하다.



 

 

 

 참참... 그런데 그렇다고 이 책이 무슨 엄청난 심리학 명약이라던가 절대 특효법은 아니다. 어렵고 곤란한 일이 생길 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의 의견을 참고하듯이, 이 책 역시 그저 참고가 될 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책 말미에서 저자들도 그랬지만, 심리학은 성공이나 관계, 교제에 대한 특효약이 아니다. 나와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길러줄 뿐이다. 써먹는 심리학의 제목에 '써먹는'이 들어간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듯.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지 않으면 별 쓸모가 없을 테니까.

 

'춤을 글로 배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관계'를 글로 배웠다는 말은 우스운 소리는 아닐거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의 해법을 각종 서적에서 찾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배움이 글에서 시작했다해도 결국 완성하는 건 진정 생활에 쓰여졌을 때 즉, 내 행동으로 구현되었을 때이겠지. 대단하거나 심각한 심리학 지식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써먹는 심리학]이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생활에 바로 적용시켜 볼 수 있는 쉽고 쏠쏠한 심리학. 나와 타입이 너무나 달라서 혹은 유난히 까칠하고 독해서 어려웠던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이라면 알록달록하고 장수도 적어 더욱 가볍고 부담없는 [써먹는 심리학]을 휘리릭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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