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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먹는 심리학 : 인간관계 편 ㅣ 써먹는 심리학 1
포포 프로덕션.하라다 레이지 지음, 최종호 옮김, 박기환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살면 살수록 느끼는 데, 살면서 제일 어려운 건 역시 '관계' 아닐까.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평생 관계 속에서 지내는 존재이다보니 그 관계를 맺고 운영해 가는게 특별히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도 종종 심각한 고민이 들 정도로 관계가 어려울 때가 있다. 나만 그런가....
나 스스로의 내면에서 나와 또다른 내가 충돌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도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나와 타인이 충돌하는 걸 조율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 그래서 심리학 책을 두루두루 찾아보기 시작하던 차, 이 책이 걸렸다. [써먹는 심리학]. 보기만 하고, 읽기만 하지 말고 써먹으라는 심리학. 까다롭고 성질급한 상사에게, 도통 속을 알수 없는 능구렁이 동료에게, 천상천하 유아독존 후배에게 써먹으라는 [써먹는 심리학]. 과연 써먹을 만한 심리학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심리학 서적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 중 하나는 나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는 거였다. 내가 나만 이해하고 있으면 모든 게 내 중심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라, 상대의 마음은, 지금 저 사람의 생각은 어떤걸까 하는 점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관계가 참 어렵다. 나와 상대를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어찌보면 '삶은 전쟁'이라는 치열한 문구는 정말 모든 인간사를 관통하는 진리인듯하다. 나를 알고 상대까지 알고 임해야만하는 전쟁 같은게 우리들의 관계니까.
글로만 풀면 어려울수도 있을 그 알쏭오묘한 심리학. 그래서 이 책은 귀엽고 재미있는 만화를 곁들였다. 코알라, 도마뱀, 부끄럼쥐, 캥거루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특성과 기질을 보여주며 '이런 타입의 사람은 이러하니까~'라고 자연스런 이해를 도와준다. 그래서 크게 어렵거나 대단히 전문적이거나 하는 깊은 심리학 이야기는 들어 있지 않다. 다만, '이 까칠한 부장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이 눈치없는 거래처 직원의 속내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때 적용시켜볼만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나 자신에게 적용시켜 볼 만도 하다. 내가 소심하고 조용한 부끄럼쥐인지 아니면 천상천하 유아독존 격의 캥거루타입인지 알아보면서 [써먹는 심리학]이 알려주는 쏠쏠한 생활 심리학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원만한 '관계'에 대한 해법이 보일 법도 하다.
참참... 그런데 그렇다고 이 책이 무슨 엄청난 심리학 명약이라던가 절대 특효법은 아니다. 어렵고 곤란한 일이 생길 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의 의견을 참고하듯이, 이 책 역시 그저 참고가 될 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책 말미에서 저자들도 그랬지만, 심리학은 성공이나 관계, 교제에 대한 특효약이 아니다. 나와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길러줄 뿐이다. 써먹는 심리학의 제목에 '써먹는'이 들어간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듯.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지 않으면 별 쓸모가 없을 테니까.
'춤을 글로 배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관계'를 글로 배웠다는 말은 우스운 소리는 아닐거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의 해법을 각종 서적에서 찾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배움이 글에서 시작했다해도 결국 완성하는 건 진정 생활에 쓰여졌을 때 즉, 내 행동으로 구현되었을 때이겠지. 대단하거나 심각한 심리학 지식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써먹는 심리학]이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생활에 바로 적용시켜 볼 수 있는 쉽고 쏠쏠한 심리학. 나와 타입이 너무나 달라서 혹은 유난히 까칠하고 독해서 어려웠던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이라면 알록달록하고 장수도 적어 더욱 가볍고 부담없는 [써먹는 심리학]을 휘리릭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