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마이클 루이스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다지 관심이 많지도 않은 나조차 2008년의 돌연하고 급박했던 미국의 경제위기가 경제사에 길이 회자될 중요한 포인트이자 일본을 관통한 지진만큼이나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온 사건이라고 인지한다. 그러한 인지를 하게 된 가장 커다란 이유는 경제학자들의 '세계관' 즉 그들이 경제에 접근하고 분석하고 그 매커니즘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도록 한 그 강렬한 힘이 2008년 미국 경제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을 비롯해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야금야금 삼켜버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간 그들이 고수해 왔던 그 어떤 것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리얼리티란 실로 두려운 것이다. 춤을 글로 배우고 연애를 글로 배우는 게 위험한 이유와 똑같다. '실사'의 엄청난 리얼리티, 그 예측불가능성과 역동성, 즉흥적이고 신속한 현실 앞에서는 머릿속의 계산은 순식간에 '무'로 돌아간다.

 

 





 

  [눈먼 자들의 경제]라고 해서 나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대단히 위험하고도 옳지 않은 예측을 자신만만해 했던 경제학자들(경제계 인사들)은 과연 무엇에 눈이 멀었던 것일까? 책을 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책이 눈 먼 경제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못을 박고 있었다. 실제로 책의 앞표지에는 이 시대의 지성인들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고 하고 있고 얼굴의 반만 드러낸 남자는 달려화로 렌즈가 가려진 그로테스크한 안경을 쓰고 나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이 책은 '탐욕에 눈먼 경제학자들에 대한 고발'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메이도프 연대기'까지 읽고나면 생각이 바뀐다. 이 책을 쓴 지성인들은 경제학자(경제계 인사들)들만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호황의 끝 모를 부유함에 침식된 이 세대, 막연한 낙관주의와 안일주의로 일관해온 거의 모든 경제인구(경제활동에 동참하거나 경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사실, 우리는 눈이 멀었다'라고 고하는 대담하고 용기있는 책인 것이다.

 




 

 

 미국의 내로라 하는 경제계 인사들과 저명한 기자들이 함께 참여해 완성해 낸 이 책은 두께만 봐도 이 책의 저자들이 얼마나 작정하고 책을 만들었는지가 느껴진다. 707페이지의 [눈먼 자들의 경제] 안에는 그간 뉴스로만 접했던 월가의 사건들을 비롯해서 전혀 생소한 메이도프 사건들까지를 다룬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제서적이나 경제뉴스 보도와 같이 흘러가기를 거부한다. 마치 소설처럼 사건이 일어났을 그 때의 상황이 글 속에 펼쳐쳐 있다. 그제서야 이 책의 뒷표지에 있던 문구가 이해가 된다.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펼쳐지는 경제 이야기" 그래. 이건 경제 르포다. 아주 생동감이 넘치고 비밀스러운 현장에서 빚어낸 그런 르포.

 

특히 마지막 챕터 '메이도프 연대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하다.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인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 사건을 집중 조명해 그를 둘러싼 관계자들로부터 취재한 내용인 메이도프 연대기는 버나드 메이도프 본인의 가택연금과 150년형을 선고받은 아들의 자살 등 충격적인 후기들이 잇다라 더욱 극적인 느낌을 준다. 영화나 드라마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있는게 아니다. 현실이 가장 엄청난 영화이자 드라마인 것을! 더구나 최근 유명 금융 컨설턴트 민씨의 사기 행각이 보도되고 있는 지금이라 메이도프와 관련된 사건취재의 내용은 더욱 흥미롭게 읽게 된다.

 

 

 

 

  [눈먼 자들의 경제]가 고발하는 눈먼자들의 가장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은 단연 탐욕에 눈 먼 경제학자들과 경제 리더들이다. 그러나 그 뒤에 있는 또 다른 무리들 역시 고발하는 손가락질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그들 역시 똑같이 눈멀었기 때문이다. 무지에 눈멀고 안일에 눈멀고 혹은 무관심과 무기력에 눈이 멀고... 이래저래 어쨌든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눈이 먼 것이다. 마치 공기로 숨쉬는 것처럼 '경제'에 귀속되어 경제로 숨쉬고 있는 경제 인구들이 눈이 멀었다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실제로 보고 듣고 접한 것을 정리해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눈먼 자들의 경제]의 13인의 저자들처럼 갑갑하고 어두운 경제의 눈을 뜨게 해줄 존재이겠지. 그런 점에서 로이터 통신의 금융전문 블로거 팰릭스 새먼의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공감이 간다.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이 책은 금융 저널리즘의 최고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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