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스타 이모탈 시리즈 5
앨리슨 노엘 지음, 김은경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불멸이라는 것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대단히 매력적인 소재라는 것은 확실하다.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 그리고 예술 작품들이 불멸의 대상 혹은 불멸 그 자체를 소재로 탄생했다. '영원한 생'을 살아가는 존재는 '죽음'을 넘어서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매혹적인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소름돋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스태프니 메이어가 '뱀파이어'라는 전설적 존재를 통해 그 불멸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환상을 거세게 불러일으켰다면 엘리슨 노엘의 이모탈 시리즈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불멸이 등장한다. 환생과 엘릭서.. 이 두 가지는 한 번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인연의 연속성에 따른 불멸과 몸과 정신 모두를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불멸을 함께 이야기 속에 담아낸다.

 

 

  

 

 

 전생에서 이어져 오는 인생의 무게인 업과 신체와 정신을 아우르는 에너지인 챠크라 등 동양적 사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멸'의 존재들을 이 세계에 그려내고 있는 이모탈 시리즈가 '불멸'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한 여느 판타지와 다른 점은 주인공들의 아름다움이나 압도적인 능력이 아닌 그들의 내면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심리적인 결핍 혹은 불안을 안고 사는 이모탈 시리즈의 인물들은 어느 순간 그 결핍과 불안 때문에 서로 충돌하거나 스스로의 각성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인데 이모탈 시리즈의 다섯번째 이야기인 [나이트 스타]에 이르러 존재의 이유, 생의 이유가 '사랑'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더욱 확실해 진다.

 

 

  "전에는 환생의 핵심이 업의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데이먼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 애쓰며 이마를 찡그렸다.

 "사람은 자기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업을 만들어가는 거야.

이 세상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느냐에 따라 업이 달라지지."

 "그게 뭐야? 그러니까, '진짜' 이유라는 거 말이야?"

 "서로 사랑하는 것. 그뿐이야. 너무 간단해서 아주 쉬워 보이지.

하지만 방금 본 것도 그렇고, 우리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사랑을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어."  

 

  - 본문 중에서 -

 


 

 

 

 

  영원한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영화 하이랜더 시리즈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이랜더의 그도 불멸의 삶을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들을 죽음에 빼앗기면서도 정작 누군가 자신의 목을 베러오면 투철하게 싸워 다음 생을 이어가지 않던가. 이모탈 시리즈의 주된 흐름이 에버와 데이먼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임에도 시리즈 전체가 음울하고 어둡게 느껴지는 것은 '불멸'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고통이 그들의 이야기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모탈 시리즈의 전편들을 읽지 않았음에도 에버와 데이먼의 세계에 곧바로 빠져든다. 지난 4편에 걸쳐온 그들의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에버를 위협하는 헤이븐과 고등학교 전체를 휘어감는 불안한 기운 그리고 에버와 데이먼 사이를 가로지르는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적극적으로 '사랑'의 기치를 내세우는 작가의 소리에 공감하려면 전편의 시리즈들을 읽으며 교감의 시간을 가질 필요를 느낀다. 하긴 몇 백년에 걸친 그들의 인연과 운명을 읽고 교감하려면 시리즈의 중간, 그 한 토막으로 어떻게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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