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핏 - 건강하고 마른 여자들의 기적의 작은 습관
카비타 데브간 지음, 양희경 옮김 / 스토리3.0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동은 귀찮고, 굶는 건 더 싫다!

그래 이 맘이 내 맘이다.

 

길고 가늘고 탄탄한 모델의 몸매가 시선을 사로 잡는 표지의 이 책, [미라클핏]은 건강하게 마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책이다.

 

저자 카비타 데브간은 영양학자이자 체중 관리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년 간의 축적한 연구 결과와 사례, 경험들을 바탕으로 비교적 쉽게 마를 수 있는 비법들을 정리했다.

 

여기서는 비법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비법이라기보다는 생활 습관에 대한 가이드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떤 다이어트 방법을 추천하는 대신 사소한 군것질, 출퇴근이나 업무 중 몸을 움직이는 형식, 다이어트를 돕는 마음가짐 등 건강하게 마르는 데에 필요한 습관들을 정리했다.

 

마인드부터 점검하라, 날씬함을 유지하는 식습관, 일상이 운동이 되는 생활습관. 저자의 가이드는 마인드-식습관-생활습관의 흐름으로 크게 마음, 먹는 것, 움직이는 것의 세 가지 단계로 이어진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는 3개월 단위로 월별, 주별, 일별 각각에 따른 다이어트 팁을 실었다. 이 외에도 균형 잡힌 마른 몸매를 위한 꿀팁, 건강하게 마른 몸이 즐길 수 있는 레시피와 매일 먹은 음식이나 마인드를 기록하여 정비할 수 있는 다이어리 페이지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는 그동안 누구도 몰랐던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이라든지, 전혀 아무도 몰랐던 몸 말리는 비기들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고 몸매 관리에 열심인 사람들이라면 인터넷에서든 책에서든 어디서든 한번쯤은 봤을 것 같은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새롭고 재미있는 포인트는 이 책의 주제에 있다. 저자는 얼마나 몸을 말리든, 살을 얼마나 빼든 간에 '건강'을 잃지 말것을 내내 강조했다. 그리고 건강을 지키는 다이어트를 위하여 마인드부터 정비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했다

 

저자는 단순히 적게 먹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다이어트 수칙보다는 마음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500g을 빼기 위하여 고통을 참고 운동을 하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걸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기를 권하고, 원푸드 다이어트나 혹독하게 식이를 제한하는 다이어트보다는 지방, 단백질, 무기질 등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먹을거리를 더 깊이 생각해보도록 자세히 설명해준다.

 

[미라클핏]의 표지처럼 길고 마른 몸매는 일단, 타고나야 한다. 타고난 체형이 하늘하늘 마른 타입이 아니기에 나는 저런 몸매가 내 몸에서 나오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내 몸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늘고 탄탄한 느낌을 내보는 게 지금의 현실적인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나 전략적인 식이요법도 필요하겠지만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고칼로리 간식을 무심코 먹는 습관,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만 있는 습관, 무기질 섭취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습관 등이 있다면 아무리 효율적인 운동을 하고 식단을 정확하게 지켰다고 해도 그 다이어트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미라클핏은 건강하게 마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인만큼 건강해지고 예뻐지는 몸. 그런 몸을 만들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
다니구치 지로 지음, 신준용 옮김 / 애니북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내 아버지를 참 미워했었다. 유년기에서 청소년기까지 내 눈에 비친 아버지는 대화도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무뚝뚝한 아저씨였다. 나는 일평생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고 확신했기에 마음껏 아버지를 미워하고 비난했다. 아버지 같은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며 아버지 같은 인생을 살지도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공격적인 무언과 경멸의 눈빛으로 아버지에게 시위했다.

나중에, 나중에. 20대 중반이 넘어서 세상을 몸으로 배우게 되고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측은하고 지질한 것임을 알게 된 후에, 그때서야 나는 내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철없던 내가 지녔던 아버지에 대한 불효를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나는 내가 걸어온 저 궤적, 아버지를 미워하다 뒤늦게 이해한 후에 철없던 시절을 뉘우치는 저 과정을 낱낱이 그린 타인의 이야기를 읽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는 있겠지만, 이토록 폐부를 찌르고 나조차 잠시 잊었던 내 무형의 감정들을 선명하게 담아낸 이야기가 있을 줄 몰랐다.

 

다니구치 지로가 1994년에 발표한 작품 [아버지]는 소설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가 주는 울림과는 다른, 훨씬 깊고 진득한 여운과 감상을 준다. 사람에 대한 묵직한 성찰이 담긴 이야기는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혹은 몸짓)과 담담하고 침착한 대사의 조화 위에서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이 작품은 아버지의 일생을 회고하는 주인공의 결정적인 사건 혹은 미묘한 순간을 붙잡아 그림으로 옮기고 카타르시스를 강요하지 않는 담백한 대사로 독자와 교감한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주인공이 십수년 만에 고향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와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기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님을 찾아가지 않았던 주인공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향 땅을 밟는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이 그에게 남긴 상처와 허무 그리고 오해를 차근차근 되짚어 가는 회상과 고향이라는 공간이 주는 아련한 정취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가 창조한 작품들의 힘은 세밀한 관찰과 분석을 바탕으로 한 묘사다. 그의 묘사는 단순히 시각적인 풍경을 잘 그린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풍경과 대사로 독자의 마음 깊숙이 작품의 분위기를 전이시킨다. 강렬한 자극으로 설득하려 하지 않음에도 독자는 쉽게 작품 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곤 고독함을 느꼈던 청소년기의 주인공이 홀로 조깅을 하는 아침 풍경, 엄마를 잃는다는 두려움에 내달렸던 거리,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심경 속에 마주한 장례식장 등 주인공의 정서를 함께 따라 마치 나의 기억을 더듬어 가듯, 읽어가듯 작품을 보게 된다.

 

작품의 중간 중간, 나는 참 많이 울었다. 20여 년 전의 작품인데도, 이 작품을 그린 작가는 내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은데도, 내 일기장의 기록을 그린 것 같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나는 펑펑 울며 페이지를 넘겨갔다. 이토록 깊은 흡인력은 이미 대가 혹은 명장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다니구치 지로의 빼어난 그림과 묵직한 스토리텔링이 결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른 만화만의 강력한 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만화는 독자의 시간을 가뿐하게 사로잡는다. 하지만 독자가 느끼는 감동까지 가볍다고 추측한다면 오해다.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 특히 이 작품 [아버지]는 결말에 이르러, 분초에 따라 흘러가는 영상이나 활자에 감상을 고정해둔 글자의 힘을 초월하는 어떤 감동을 남긴다.

 

아침 안개가 풀잎을 적시듯, 아버지의 마음을 고요히 스며들 듯 느끼게 하는 이 책의 뒷표지에는 박인하 교수의 추천사가 이렇게 실려 있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와 또 아버지가 될 남성들에게 원한다.’ 나는 여기에 이렇게 더하고 싶다. ‘또한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모든 자녀들, 아버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니가 없어진 후로 로코를 돌본 게 누군지 아나? 니 아부지였다.
와 그랬는지 아나? 니가 언제 돌아오더라도 기뻐할 수 있게 해주려고 했던 기라."

외삼촌의 그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나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가 없다. 어두운 창고, 외삼촌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술은 살아있는 기라 항상 신경써서 돌봐줘야 하는기라. 누룩방이나 술독 벽 같은 데도 잘 살펴보고 말이다. 니가 정성을 들여서 말을 걸어주면 술도 화답해서 좋은 술이 되는 기다.
229-23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해줄까요 - 닥터 호르헤의 이야기 심리치료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지현 옮김 / 천문장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통 우리가 사람이라고 지칭할 때, 거기엔 두 가지 존재가 있다. 눈에 보이는 외면만 가리켜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그 사람이라고 부를 때, 거기에는 그의 몸을 가리켜 부른다기보다 그의 생각, 사상, 말 등 그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가리킬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이 내면이라는 게 보이지 않다보니 사람들의 눈은 종종 외면에만 머물러 혹은 붙잡혀 내면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몸을 씻고 향수를 뿌리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아플 때는 약을 먹고. 그렇게 우리의 외면은 다듬어지고 관리할 수 있지만, 우리가 외면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사이 내면은 방치되기 십상이다. 외면이 번듯해지고 잘 가꿔지면 내면도 그에 따라 갈 것 같은데,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오히려 반대라는 걸 느낀다. 내면이 번듯해야 외면이 따라간다는 것을, 오히려 외면과 내면의 괴리가 클수록 사람은 갈등을 느끼고 번민하고 고뇌하지 않는가.

 

이렇게 내면의 가치를 인식하고 나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한 가지 벽에 부딪힌다.

그럼 무형의 내면을 어떻게 다듬고 관리할 것인가하는.....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심리학자 호르헤 부카이는 무형의 내면을 비추어보는 도구로 이야기를 택했다. 내면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심리학의 이론 혹은 실천적 지침 등으로 다가가는 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우화로 때로는 동화로, 때로는 네팔의 어느 수도승에게서 들어볼법한 이야기 50편이 책 [이야기해줄까요]에 들어있다.

 

호르헤 부카이가 심리치료에 사용한 이야기를 엮은 [이야기해줄까요]는 데미안이라는 한 청년이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호르헤 부카이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데미안은 불만 많고 고집 센,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그와 비슷한 고민과 고통을 안고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한다. 그는 나는 누구인지, 왜 나는 이렇게 용기가 없는지, 나는 왜 이렇게 못났는지, 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지, 내 마음의 평온은 어떻게 해야 생기는지, 행복은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부조리하고 폭력적이고 가식적인지등등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한번 이상은 꼭 떠올렸을 고민들을 토로한다. 그리고 호르헤는 그의 고민에 따라, 나 자신과 나아가 사람들의 내면을 비춰 보여주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하여 각각의 고민에 대한 나름의 길과 해법을 제시한다.

 

날개를 펴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으로 자기 자신을 밀어 넣는 모험이 없으면 날개가 있어도 평생 단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다.

보석은 보석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메시지들이다. 하지만 50편의 이야기 중에 정말 소름 끼치도록 처절한 그리고 가장 현실적이고도 날카로운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죽었다고 생각한 남자]였다. 내가 지금 이미 죽었다고 오해하고, 나 편할대로 나 자신을 다루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하여 비극을 자초한 그런 사람은 아닌지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타인의 충고를 기뻐 반기지 않는다. 나도 그렇고. 그래서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는 훈수는 때로 부담스럽다. 어느 때는 반발도 산다. 하지만 이야기는 다르다. ‘옛날에 이런 왕이 살았는데 이렇게 이렇게 되었어~’라는 거울은 참 다양한 것들을 비추어 보여준다. 이야기의 거울을 곰곰이 들여다보며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때묵은 나를 다듬어보는 일. 호르헤 부카이의 [이야기해줄까요]가 주는 근사한 기회다.

 

 

 

‘누가 알아주기나 해?’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서로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다.

‘나만 바보가 될 수는 없지.’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혼자 웃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즐기지 못한다.

‘누군가 먼저 시작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파티에서 춤을 추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바보다. 지금보다 더 바보가 되지 않은 이유는 바보짓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가 24시간뿐인걸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나 자신에게 진솔해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면 나는 훨씬 더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관대하고 상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

-9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물 자수 - 소중한 이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자수 한 땀
장정은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초등학교 5학년 쯤이었나, 그때 한창 자수가 유행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패션잡지에, 티셔츠에 수를 놓아 개성있는 패션을 입어보라 어쩌라는 내용의 기사가 수록되었을 정도였다.

나는 그때 순 눈대중으로 해바라기를 수놓는 법을 익혀서는 하얀색 니트에 수를 놓아서 입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내게 가르쳐 준것은 나는 수놓기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사실 한 가지였다. 그 이후에 다른 무늬를 더 배워보겠다거나 해보겠다는 일은 일체 없었을 뿐더러 자라면서 단추달기, 찢어진 곳을 임시방편으로 꿰매어 입기 정도 말고는 수놓기에 관심도 인연도 없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가, 그저 단순히 나의 취향이 조금 바뀌었기 때문인가.

부쩍 자수에 눈이 간다. 특히 아이보리색이나 하얀색 천에 소박하지만 명랑한 색감의 꽃이나 무늬들이 수놓인 것들을 볼 때면 절로 마음이 즐겁다.

 

눈으로 보면서 마음이 자꾸 즐거워지다보면 신기한 일이 생긴다. 눈으로 보기만 할게 아니라 내가 내손으로 해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슬금슬금 솟아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자수는 어렵다. 어릴 때 해봐서 너무나 잘 알지.

그래서 단번에 복잡하고 어려운 스티치나 도안에 도전하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오랜만에 자수에 도전해보려는 나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좋은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것만큼은 꼭 지키면 될 일이다. 눈을 흡족하게 해주는 어여쁜 도안이면서도 스티치는 가능한 쉬울 것!

 

[선물자수]라는 책을 통해 다시 '자수'에 도전해보게 된 것은 참 행운이다.

비교적 쉬운 스티치로 단정하고 예쁜 도안과 소품들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만족스런 일인지 모른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장정은씨가 펴낸 이 책은 21개의 크고작은 자수 아이템의 도안과 제작법을 담고 있다.

아기옷이나 일반티셔츠 등 의류를 비롯하여 카드, 장식용 액자, 거울, 주차 번호판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소품들에도 자수를 활용하여 독특하면서도 소중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너무 어려운 스티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보들이 신중히 한 땀 한 땀 도전하다보면 무난하게 완성할 수 있어, 누구든지 수록된 작품들을 구경하다보면 당장이라도 따라하고 싶어서 손이 간질간질해질 것 같다.

 

어느 날 나는 퇴근하고 늦은 밤 혼자 방에 앉아 있다가 정말 난데없이 바늘에 실을 꿰었다.

아무 준비물도 계획도 없이 불현듯 도전한 자수라서, 책에서 가장 쉬운 스티치를 찾아, 가장 무난한 도안을 따라 그리고 책이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갔다.

수틀도 없고, 천도 빳빳하지 않은 티셔츠였지만 뭐 어떠랴. 갈매기 같은 M자가 나오고 엄한 곳을 꿰매어 다음날 아침 내가 무슨 정신으로 이렇게 했지? 라고 생각했지만 뭐 그것도 어떠랴.

조용한 한밤중에 손을 움직여 홀로 집중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재미이고 힐링이 된다는 걸 배웠다.

저자가 쓴 '조금 엉성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가 참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었다.

 

이제는 수틀을 구해보련다. 수틀도 구하고 빳빳한 천도 구해서 [선물자수]에 실린 작품들을 하나 하나 따라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힐링이 된 자수들이 누군가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될수 있다면 그것도 너무 좋은 일일거다.

완벽하게는 못해도 적어도, 누군가가 받고 예뻐해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는 날까지, [선물자수[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하면 보인다 - 다큐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
KBS 다큐멘터리 3일 제작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아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함이요, 사랑하는 것은 진정으로 보기 위함이니, 보면 모으게 되나, 다만 헛되이 모으는 것은 아니어라"

 

조선 후기 문인 유한준의 말이다.

아는 것은 사랑하기 위하여, 사랑하는 것은 보기 위하여, 그리하여 알고 사랑하고 보게 된 것을 모으게 되니 그것은 헛된 일이 아니라 한다.

 

알지 못하니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고, 사랑하지 못하니 보지 못하는 것이다. 알고 사랑하고 진정으로 보아야 그것을 모으고 소중히 품게 되는데, 그래야 헛되이 흘러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 인생이 남는 법인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이것이 참 어렵다. 모여지고 고여지고 쌓이지 못하고, 무엇이든 쉽게 흘러가고 금방 사라지고 잘 버려지고 무너지는 것에 더 익숙한 게 우리 세상이지 않나. 진정보다 헛된 것을 더 편안해하고 즐거워하는 탓에 우리는 보려고도 하지 않고, 사랑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다큐멘터리 3일은 언제나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주었다.

 

이 자그만 땅에서 부대끼고 요동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만드는 공간과 시간과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모아 만든 그 영상을 보면서 어느 때에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도전을 받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런 생명력을 느낀 시청자는 나뿐만이 아니었나보다. 많은 한국인이 이 프로그램에 공감하고 동감했기에 10년간 제작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알지 못하여 사랑하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그 익숙하고도 낯익은, 아주 사소하고 무가치하게 보였던 풍경들을 새롭게 조명해 온 <다큐멘터리 3>. 이 프로그램이 담았던 공간에 대한 기록이 책으로 엮여 나왔고, 나는 이 프로그램을 사랑했던 만큼 이 책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나는 경주에 다녀왔다. 고루하고 익숙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했던 경주는 너무나 새롭고 아름답고 빛나는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경주로부터 모아온 소중한 것, 진짜 경주의 얼굴을 간직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것이 실은 얼마나 다채롭고 신선한 풍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발견한 후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목소리가 더 마음 깊이 와 닿았는지 모른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애정을 담아 새롭게 조명해 낸 제작진의 10년의 노력에는 존경을 보내며, 어느 한 장소도 소홀함 없이 각각의 풍경이 품고 있는 의미와 가치들을 정성스럽게 기록해 주어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다. 단순한 장소 소개가 아니라 한 편의 에세이처럼 글이 아름다워서 영상으로 볼때와는 또 다른 감동과 느낌을 전해준다.

휴가나 여러가지 이유로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이 책을 만나기를 바란다. 단순히 몸이 떠났다가 몸이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으로 떠나가서 마음으로 알고 사랑하고 보고, 그 모든 순간을 모아오는 진짜 여행을 이 책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