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자수 - 소중한 이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자수 한 땀
장정은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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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5학년 쯤이었나, 그때 한창 자수가 유행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패션잡지에, 티셔츠에 수를 놓아 개성있는 패션을 입어보라 어쩌라는 내용의 기사가 수록되었을 정도였다.

나는 그때 순 눈대중으로 해바라기를 수놓는 법을 익혀서는 하얀색 니트에 수를 놓아서 입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내게 가르쳐 준것은 나는 수놓기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사실 한 가지였다. 그 이후에 다른 무늬를 더 배워보겠다거나 해보겠다는 일은 일체 없었을 뿐더러 자라면서 단추달기, 찢어진 곳을 임시방편으로 꿰매어 입기 정도 말고는 수놓기에 관심도 인연도 없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가, 그저 단순히 나의 취향이 조금 바뀌었기 때문인가.

부쩍 자수에 눈이 간다. 특히 아이보리색이나 하얀색 천에 소박하지만 명랑한 색감의 꽃이나 무늬들이 수놓인 것들을 볼 때면 절로 마음이 즐겁다.

 

눈으로 보면서 마음이 자꾸 즐거워지다보면 신기한 일이 생긴다. 눈으로 보기만 할게 아니라 내가 내손으로 해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슬금슬금 솟아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자수는 어렵다. 어릴 때 해봐서 너무나 잘 알지.

그래서 단번에 복잡하고 어려운 스티치나 도안에 도전하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오랜만에 자수에 도전해보려는 나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좋은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것만큼은 꼭 지키면 될 일이다. 눈을 흡족하게 해주는 어여쁜 도안이면서도 스티치는 가능한 쉬울 것!

 

[선물자수]라는 책을 통해 다시 '자수'에 도전해보게 된 것은 참 행운이다.

비교적 쉬운 스티치로 단정하고 예쁜 도안과 소품들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만족스런 일인지 모른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장정은씨가 펴낸 이 책은 21개의 크고작은 자수 아이템의 도안과 제작법을 담고 있다.

아기옷이나 일반티셔츠 등 의류를 비롯하여 카드, 장식용 액자, 거울, 주차 번호판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소품들에도 자수를 활용하여 독특하면서도 소중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너무 어려운 스티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보들이 신중히 한 땀 한 땀 도전하다보면 무난하게 완성할 수 있어, 누구든지 수록된 작품들을 구경하다보면 당장이라도 따라하고 싶어서 손이 간질간질해질 것 같다.

 

어느 날 나는 퇴근하고 늦은 밤 혼자 방에 앉아 있다가 정말 난데없이 바늘에 실을 꿰었다.

아무 준비물도 계획도 없이 불현듯 도전한 자수라서, 책에서 가장 쉬운 스티치를 찾아, 가장 무난한 도안을 따라 그리고 책이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갔다.

수틀도 없고, 천도 빳빳하지 않은 티셔츠였지만 뭐 어떠랴. 갈매기 같은 M자가 나오고 엄한 곳을 꿰매어 다음날 아침 내가 무슨 정신으로 이렇게 했지? 라고 생각했지만 뭐 그것도 어떠랴.

조용한 한밤중에 손을 움직여 홀로 집중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재미이고 힐링이 된다는 걸 배웠다.

저자가 쓴 '조금 엉성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가 참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었다.

 

이제는 수틀을 구해보련다. 수틀도 구하고 빳빳한 천도 구해서 [선물자수]에 실린 작품들을 하나 하나 따라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힐링이 된 자수들이 누군가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될수 있다면 그것도 너무 좋은 일일거다.

완벽하게는 못해도 적어도, 누군가가 받고 예뻐해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는 날까지, [선물자수[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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