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보인다 - 다큐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
KBS 다큐멘터리 3일 제작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아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함이요, 사랑하는 것은 진정으로 보기 위함이니, 보면 모으게 되나, 다만 헛되이 모으는 것은 아니어라"

 

조선 후기 문인 유한준의 말이다.

아는 것은 사랑하기 위하여, 사랑하는 것은 보기 위하여, 그리하여 알고 사랑하고 보게 된 것을 모으게 되니 그것은 헛된 일이 아니라 한다.

 

알지 못하니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고, 사랑하지 못하니 보지 못하는 것이다. 알고 사랑하고 진정으로 보아야 그것을 모으고 소중히 품게 되는데, 그래야 헛되이 흘러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 인생이 남는 법인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이것이 참 어렵다. 모여지고 고여지고 쌓이지 못하고, 무엇이든 쉽게 흘러가고 금방 사라지고 잘 버려지고 무너지는 것에 더 익숙한 게 우리 세상이지 않나. 진정보다 헛된 것을 더 편안해하고 즐거워하는 탓에 우리는 보려고도 하지 않고, 사랑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다큐멘터리 3일은 언제나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주었다.

 

이 자그만 땅에서 부대끼고 요동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만드는 공간과 시간과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모아 만든 그 영상을 보면서 어느 때에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도전을 받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런 생명력을 느낀 시청자는 나뿐만이 아니었나보다. 많은 한국인이 이 프로그램에 공감하고 동감했기에 10년간 제작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알지 못하여 사랑하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그 익숙하고도 낯익은, 아주 사소하고 무가치하게 보였던 풍경들을 새롭게 조명해 온 <다큐멘터리 3>. 이 프로그램이 담았던 공간에 대한 기록이 책으로 엮여 나왔고, 나는 이 프로그램을 사랑했던 만큼 이 책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나는 경주에 다녀왔다. 고루하고 익숙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했던 경주는 너무나 새롭고 아름답고 빛나는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경주로부터 모아온 소중한 것, 진짜 경주의 얼굴을 간직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것이 실은 얼마나 다채롭고 신선한 풍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발견한 후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목소리가 더 마음 깊이 와 닿았는지 모른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애정을 담아 새롭게 조명해 낸 제작진의 10년의 노력에는 존경을 보내며, 어느 한 장소도 소홀함 없이 각각의 풍경이 품고 있는 의미와 가치들을 정성스럽게 기록해 주어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다. 단순한 장소 소개가 아니라 한 편의 에세이처럼 글이 아름다워서 영상으로 볼때와는 또 다른 감동과 느낌을 전해준다.

휴가나 여러가지 이유로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이 책을 만나기를 바란다. 단순히 몸이 떠났다가 몸이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으로 떠나가서 마음으로 알고 사랑하고 보고, 그 모든 순간을 모아오는 진짜 여행을 이 책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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