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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해줄까요 - 닥터 호르헤의 이야기 심리치료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지현 옮김 / 천문장 / 2017년 5월
평점 :
보통 우리가 ‘사람’이라고 지칭할 때, 거기엔 두 가지 존재가 있다. 눈에 보이는 외면만 가리켜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그 사람’이라고 부를 때, 거기에는 그의 몸을 가리켜 부른다기보다 그의 생각, 사상, 말 등 그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가리킬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이 내면이라는 게 보이지 않다보니 사람들의 눈은 종종 외면에만 머물러 혹은 붙잡혀 내면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몸을 씻고 향수를 뿌리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아플 때는 약을 먹고. 그렇게 우리의 외면은 다듬어지고 관리할 수 있지만, 우리가 외면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사이 내면은 방치되기 십상이다. 외면이 번듯해지고 잘 가꿔지면 내면도 그에 따라 갈 것 같은데,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오히려 반대라는 걸 느낀다. 내면이 번듯해야 외면이 따라간다는 것을, 오히려 외면과 내면의 괴리가 클수록 사람은 갈등을 느끼고 번민하고 고뇌하지 않는가.
이렇게 내면의 가치를 인식하고 나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한 가지 벽에 부딪힌다.
그럼 무형의 내면을 어떻게 다듬고 관리할 것인가하는.....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심리학자 호르헤 부카이는 무형의 내면을 비추어보는 도구로 ‘이야기’를 택했다. 내면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심리학의 이론 혹은 실천적 지침 등으로 다가가는 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우화로 때로는 동화로, 때로는 네팔의 어느 수도승에게서 들어볼법한 이야기 50편이 책 [이야기해줄까요]에 들어있다.
호르헤 부카이가 심리치료에 사용한 이야기를 엮은 [이야기해줄까요]는 데미안이라는 한 청년이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호르헤 부카이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데미안은 불만 많고 고집 센,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그와 비슷한 고민과 고통을 안고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한다. 그는 ‘나는 누구인지, 왜 나는 이렇게 용기가 없는지, 나는 왜 이렇게 못났는지, 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지, 내 마음의 평온은 어떻게 해야 생기는지, 행복은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부조리하고 폭력적이고 가식적인지’ 등등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한번 이상은 꼭 떠올렸을 고민들을 토로한다. 그리고 호르헤는 그의 고민에 따라, 나 자신과 나아가 사람들의 내면을 비춰 보여주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하여 각각의 고민에 대한 나름의 길과 해법을 제시한다.
날개를 펴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으로 자기 자신을 밀어 넣는 모험이 없으면 날개가 있어도 평생 단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다.
보석은 보석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메시지들이다. 하지만 50편의 이야기 중에 정말 소름 끼치도록 처절한 그리고 가장 현실적이고도 날카로운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죽었다고 생각한 남자]였다. 내가 지금 이미 죽었다고 오해하고, 나 편할대로 나 자신을 다루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하여 비극을 자초한 그런 사람은 아닌지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타인의 충고를 기뻐 반기지 않는다. 나도 그렇고. 그래서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는 훈수는 때로 부담스럽다. 어느 때는 반발도 산다. 하지만 이야기는 다르다. ‘옛날에 이런 왕이 살았는데 이렇게 이렇게 되었어~’라는 거울은 참 다양한 것들을 비추어 보여준다. 이야기의 거울을 곰곰이 들여다보며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때묵은 나를 다듬어보는 일. 호르헤 부카이의 [이야기해줄까요]가 주는 근사한 기회다.
‘누가 알아주기나 해?’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서로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다.
‘나만 바보가 될 수는 없지.’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혼자 웃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즐기지 못한다.
‘누군가 먼저 시작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파티에서 춤을 추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바보다. 지금보다 더 바보가 되지 않은 이유는 바보짓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가 24시간뿐인걸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나 자신에게 진솔해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면 나는 훨씬 더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관대하고 상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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