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법칙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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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사람은 점이 아니라 선이라는 것이다. 인연을 두고 인생을 두고, 우리는 흘러간다고 표현한다. 생각해보면 멈춰 있는 것은 없다. 완전무결한 무관계 속에서 독수공방하는 자도 없다. 어떤 인간이든 과거로부터의 줄기를 받은 한 갈래의 선이다. 몸도, 생각도 결국에는 나를 둘러싼 선의 접점이 만든 흔적들이니까.

 

더 중요한 건, 선의 접점이란 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은 이리저리 정처 없이 흐를 뿐이다. 계획한다고 만사가 계획한대로, 다짐한다고 모든 일이 다짐 그대로 되지 않는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사람은 단호하고 엄정한 심판자인 시간이 일방통행으로 내어둔 선 위를 걸어간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닿을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걸 아는 건 아무 의미 없는지도 모른다. 닿는다는 건 끝. 사람에게 끝이야 죽음밖에 더 있나. 종착지가 어디인가에 집중하는 건 길의 영역이다. 선의 영역은 따로 있다.

 

[선의 법칙]이 따라간 주요 인물들의 궤적이 올곧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벽이 나타나면 잠시 혹은 아주 오랜 시간 그 자리에 고여있거나, 더 낮은 곳을 향하여 돌아 흐르는 것이 선의 법칙이다. 윤세오, 신기정, 조미연, 부이, 이수호, 신하정 모두 선의 법칙에 충실하게 움직인다. 장애물을 만나면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진로를 틀고, 다른 선을 만나면 그 접점만큼의 관계만 간직한 채 각자 서로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이 선의 법칙에는 아주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선의와 악의. 선은 움직이되 의지를 갖고 움직인다. 때로 의지가 선을 움직이게 만든다.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할지언정 의지라는 것은 선이 결코 버릴 수 없는 숙명이다. 이 의지라는 미지수가 골치 아픈 이유는, 선이 지닌 선의와 악의가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의이기도 하고 악의이기도 한 이 의지의 모호성은 고장난 나침반이다. 선은 갈팡질팡한 궤적을 그리면서도 스스로가 어떤 모양으로 흐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이란 본래 그럴 리 없는 일도 하는 존재였다. (본문 페이지 78)’ 차라리 면처럼, 동전의 앞뒤가 분명하듯 선의와 악의가 분명하게 분리된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궤적은 보다 명료하고 서로의 입장은 더 명쾌했을까. 나는 너를 그리고 너는 나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부질없는 질문이다. 사람이란 스스로를 이해하는 일조차 실패한다. 내 안에서 하루에도 몇 천 번씩 얼키고 설키는 선을 풀다 풀다 다 풀지 못하고 종착지에 도달해버리고 마는 존재다. 그래서 작가는 어쩔 수 없이, 하는 수 없이 우리를 으로 두어야 했나보다. 의도치 않게 엉키고 때로 꺾이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끊임없이 흐르고 흐른 만큼의 궤적을 틀림없이 남기는, 그것이 사람이니까.

 

작가는 미약하고 불안하게 움직이는 개인을 따라가며 점도, 면도 아닌 가느다란 선으로서의 우리들을 지면에 옮긴다. 차분하고 덤덤한 문장으로 노정을 안내한 작가는, 하얀 종이 위에 까만 잉크가 제멋대로 그린 선을 조망하듯, 분명하고 적나라하게 나타난 삶을 목도하게 했다. 세오의 집요하고 안쓰러운 악의 때문에, 신기정의 무심하고 냉담한 애도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나마저 건조하고 염세적인 기분으로 끌어내려지곤 했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러 나는 세오와 이수호에게 든 연민을 죄책감 없이 간직하게 되었다. 그물처럼 엮인 선의 도가니를 자유롭게 부유한 부이에게서, 이수호의 집에서 조용히 나온 세오에게서 나는 [선의 법칙]의 선이, ()과 더불어 선()의 법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기정이가 세오의 손을 잡아쥐었던 것처럼, 어딘가에서 세오와 닮은 선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 접점에서 잠시 그 선을 안아주고 싶다. 나 역시 세오와 같은 궤적을 그리게 되었을 때, 선의와 악의가 뒤섞인 한가운데에서 침전하고 있을 그때, [선의 법칙]에서 만났던 말들을 떠올릴 수 있기를.


윤세오를 만나도 그럴 것이다. 윤세오가 동생에 대해 애기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을 것이다. 말을 하지 않으려 해서가 아니라 아는 게 없어서. 그래도 윤세오가 제 삶을 사느라 동생을 모른 척한 게 아니라는 건 알았다. 동생과 달리 윤세오의 삶이 밝고 따스했던 것도 아니었다. 젊은 애다운 광채를 뿜어내지도 않았다.
부이의 얘기를 들으면서 신기정은 세 사람을 두고 해온 자신의 짐작이 대부분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 사람은 그저 홀로 존재하다가 어느 시기에 서로 연결되었을 뿐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 누구의 삶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지 않았고, 무관하게 홀로 있지도 않았다.
궁금했다. 세 사람은 비슷한 실패를 겪었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시절이 낭랑하게 흘렀을 것이다. 친구를 잃고 시간과 희망을 잃었을 것이다. 물론 돈도. 동생처럼 많은 액수의 빚을 지기도 했을 것이다. 같은 실패를 경험한 후 시간을 통과하면서 동생은 죽고 윤세오와 부이는 살아남았다. 살아서 누군가를 뒤쫓게 되었을지라도.
페이지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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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리스트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임재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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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많으면 살기 편한세상이라고. 그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다. 나 역시 그런 말에 일부 공감한다. 일부가 아니라 아주 많은 부분을 공감한다. 돈만 많으면, 얼마나 편리하고 안온하게 살 수 있을까. 하지만 돈이 많으면 살기 좋은세상이라는 말에는 반대한다. 편한 것은 편한 것일 뿐, 좋은 것과 다르다. 이 소설의 출발은 거기였다. 좋은 삶은 과연 어떤 삶인가? 작은 화장품회사를 일류기업의 반열에 올린 한 여성 CEO는 죽으면서 그녀의 딸에게 말도 안 되는 조건부 유언을 남겼다. ‘딸아, 네가 14살에 작성했던 라이프리스트(내 인생동안 꼭 해야 할 일)를 완수하렴.’. 두 아들에게는 억대 자산을, 며느리에게는 회사를 상속한 엄마는 정작 딸인 주인공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해고까지 당한다. 번듯한 화장품회사 홍보실장에서 순식간에 백수가 된 주인공은 그때부터 그녀의 라이프리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주인공 브렛이 14살에 쓴 라이프리스트는 뭐 크게 대단한 내용이 아니었다. 강아지를 기르고 말을 기르고 아이의 엄마가 되고 아빠와 화해하고 지금 가장 친한 친구와 영원한 우정을 간직하고 뭐 등등등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서른이 넘은 싱글 여성이 저런 목표들을 달성하기에는 굉장한 부담이 따른다. 강아지야 뭐 어느 정도 현실성 있지만, 도시에서 말을 기르라니 거기에 아이 엄마가 되라니. 더구나 아빠와 친구 같은 관계는 아이가 아니라 도리어 어른이게 더 힘들고 어려운 과제 아닌가. 라이프리스트 목표 달성의 기한은 1. 1년의 4계절을 보내며 주인공은 참 많은 변화를 겪는다. 이야기의 끝은 물론 해피엔딩. 엄마는 하나뿐인 딸에게, 그것도 그녀의 영혼을 다 바친 사랑의 결실인 유일한 딸인 브렛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커다란 유산을 상속해주었다.

 

나는 내가 14살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지? 내 인생에 어떤 기대를 걸고 꿈을 가지고 살았던가? 돌이켜 본다. 그때 내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지금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 서랍장 제일 안 쪽 구석에, 표지가 해지고 종이가 노랗게 바랜 내 오래된 일기를 꺼내보아야겠다. 시간이 오래된 먼지 냄새로 깃들어 있는 내 삶의 기록. 어쩌면 거기에도 내 인생의 중요한 어떤 것을 일깨워 줄 라이프리스트가 들어있을지 모르니까.

 

 

"부자들은 그러나 봐." 제이 오빠가 말한다. "그 사람 아버지가 무려 서른 개가 넘는 특허를 가지고 있대. 다른 주에도 집이 있고, 카리브 해에 섬도 가지고 있고 자식은 허버트뿐이래."
"나 같은 사람에게 흥미 없을 거야. 교사에다 필슨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
셸리가 그만하라는 듯이 손을 젓는다. "그런 당분간이잖아. 유산 상속이 미뤄졌다는 얘기는 제이가 벌써 했대."
입이 벌어질 일이다. "뭐?" 나는 오빠를 본다. "왜 그런 말을 했어?"
"그 사람과 수준이 맞는 사람이란 걸 알리고 싶을 거 아냐?"
오빠의 말에 불편한 감정이 밀려온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어떤 곳에 사는지, 얼마나 돈을 버는지 같은 것에 따라 사람ㅇ르 판단하는 사람? 내가 앤드루하고 만났던 친구들이 모두 부유하고 매력적이었던 게 그냥 우연이었나? 전율이 인다. 엄마가 내게 앞만 보고 질주하는 삶과 깊이 없는 만남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라고 떠밀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더디고 화려하지 않게 보일지 몰라도, 난 처음으로 살아가는 일을 즐기며 가고 있다.

p308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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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하면 보인다
신기율 지음, 전동화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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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무당이나 영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첫눈에 혹은 단번에 상대의 말 아래, 표정 너머에 깔려있는 무언가를 읽어내는 사람.


영국드라마 셜록을 보면서 셜록이 참 직관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사실 셜록같은 사람은 직관이라기보다 관찰력이 유난히 민감하고 엄청난 부류인 듯하다.


이 책은 '직관'을 관찰이 아닌, 어떤 '감응'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기, 혼, 정신 뭐 이런 영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랄까.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Part 1. 나를 밝히는 내면의 빛, 직관의 스위치를 켜다

모든 존재와 공명할 수 있는 힘
공감하는 순간 치유는 시작된다
멀리서도 첫사랑을 알아보는 이유
유령 DNA가 당신 곁을 맴돈다
나를 기억하는 물건과 이별하는 방법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주는 존재
징조를 해석해주는 직관의 전령사
빛처럼 번쩍하고 찾아오는 영감의 순간

Part 2. 숨겨진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는 법

그녀에게서 차향기가 났다
오장육부 비실이똥
내 몸 안의 자연
몸의 언어를 알아듣는다는 것
마음의 울림이 시작되는 12개의 선
마음을 리셋하는 날
직관의 스위치를 켜다
자석이 된 마음, 공전하는 욕망
노력중독
저 별에서 보면 우리도 별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힘, 우울
경중과 강약이 사라진 삶
천라지망, 운명의 그물에 걸린 사람들
사춘기와 사추기
죽음은 또 다른 삶을 선물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직관하면 보인다'는 책의 제목에 충실한 내용뿐이다. 직관의 비법이라든가, 직관의 세계가 주는 어떤 강렬한 이점이라든가 이런 내용들은 기대하지 말자.

저자는 그가 직관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계기들(개인사 위주), 직관과 관련한 여러 사례나 연구 자료들을 차례로 설명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직관력이 어디로부터 출발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저자는 상대를 관찰하는 힘, 날카로운 직관력의 근원을 자기 자신, 자아의 관찰로부터 탐색한다.


옛날에도 사는 게 그랬을까? 살면 살수록, 내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은 정말 엄청나다. 옆집 누구, 친구 누구, 아는 사람 누구, 심지어 잘 알지도 못하는 연예인이나 SNS 지인 누구. 나를 휘두르는게 사람뿐이면 그래도 좀 다행이다. 거기에 온갖 물욕이 어우러져서 참... 이것 참.... 내가 나답게, 내 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해마다 깨닫게 된다.


저자는 직관의 눈을 뜨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소리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말한다. 그리곤 몸속 장기들의 울림, 내가 먹는 음식, 내 몸의 명당혈 등등 자기 자신을 먼저 알아볼 것을 권한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내 성격이 어떤지 등 개성에 대한 관찰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내는 울림에 먼저 집중해보기를 권하는 것이다. 몸을 읽고 다스리며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점차로 마음과 정신을 읽고 다스리는 단계로 들어간다.


책의 표지에서는 '직관'이 가진 대단한 힘과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직관 그 자체에 대해서보다 세상의 섭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남들에게는 없는 '직관'의 힘이 흥미로워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끝에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더 자유롭고 올바르고 충만하게 살수 있을까'라는 성찰로 책을 덮게 된다. 셜록같은 직관력의 비법을 품은 비서는 아니나, 정신줄을 제대로 잡고 살고 싶을 때 가볍게 읽어보면 괜찮을 책이다.

그런데 노력이라는 말 속에는 ‘우리는 모두 같다.’라는 묘한 전제가 숨어 있다.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모든 인간들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거북이 같은 몸을 가진 사람도 노력만 하면 토끼처럼 잘 뛸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러나 인간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내면과 몸은 너무 다르다. 수많은 은하계에 똑같이 생긴 별이 없듯, 지천으로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어느 것 하나 똑같지 않다. 한배에서 난 자식들이 다 다르고, 심지어 쌍둥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노력이라는 말은 그런 자연스런 다름을 때때로 망각하게 만든다.
페이지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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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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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늘 바쁜걸까?

왜 나는 늘 시간이 없는걸까?딱히 남들보다 대단한 일을 하며 사는 것 같지 않은데..... 나만 이러고 사는걸까.... 에휴 다 그러고 살겠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푸념이다. 당장 우리 어머니만 해도, 뭐가 그리 바쁘신지, 만나서 점심 한끼를 하기가 어렵다. 나도 바쁘고 엄니도 바쁘시고.

 

바쁘다 바쁘다 바쁘다.. 시간이 없다.....

 

이런 군소리는 곧 지친다 지친다 지친다.... ... 피곤하다..... 로 이어진다.

 

그런데 참 고약한 것은, 바쁘다 지친다 하면서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쉴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

 

워싱턴포스트의 기자가 쓴 이 책 [타임 푸어]는 시간에 쫓기다못해 시간이 야금야금 잡혀먹히는 현대인의 고통을 파고들었다. 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일은 줄지 않고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상황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을까?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 위해 일하는 것인데, 일은 하면 할수록 오히려 여유라는 녀석은 멀어져만 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바쁘다 바뻐, 를 입에 달고 숨가쁘게 사는 것이 한국인 종특 (외국인도 아는 빨리빨리!라는 말이 있는 나라이니)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시간 빈곤증은 한국만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하는 전지구적 문제였던 것이다!!!

 

어디 단순히 시간이 없다는 문제뿐인가. 육아와 집안일을 둘러싼 남편과 아내의 스트레스 역시 동서양을 막론한 이 시대의 문제였다.

 

요즘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은 정말 가관이다. 성별에 관련한 사건, 역할 혹은 사회처우에 대한 기사만 올라왔다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이상한 종자들이 나타나 개싸움을 벌인다. 남자탓이니 여자탓이니, 남자가 잘났니 여자가 잘났니, 역차별이니 성차별이니 어쩌고 저쩌고. 에효..... 이런 개싸움 역시, 유교문화가 낳은, 한국에서만 있는 특이한 현상인 줄 알았는데 정작 이 책을 읽어보니 아니다. 현대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과 영역에 대한 논란은 유교에서 발원한 것이 아니었다. 가정이 전통적인 역할과 형태를 벗어나 급격히 변화해 온 그리고 여전히 변화 중인 이 시대가 모든 논란을 불러온 범인이었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시간에 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시간이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시간은 권력이었다.

시간에 쫓길 때, 나의 시간을 결정하는 힘을 예측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할 때, 쫓기는 삶에 대한 해결책은 고사하고 왜 내가 시간에 쫓기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 때 나는 무기력해진다.

본문 페이지 107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에서만이 아니라 엄마로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하는 엄마들이 전업주부인 엄마들보다 이기적이고 아이들에게 덜 헌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항이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일하는 거싱 아니라 엄마가 스스로 원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되면 그런 인상은 더 강해진다.

사정이 이렇다면 일하는 엄마들이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걱정에 휩싸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무리 잘해도 유죄 판결이 이미 나와 있고, 일을 잘해내지 못하면 욕을 먹을 판이니까.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명예 훼손을 당하는 기분이에요.” 조앤 윌리엄스가 했던 말이다.

본문 페이지 126

 

 

 

저자는 먼저 여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여가를 하찮게 생각해 왔는지를 지적하면서, 여가란 그저 몸이 쉬는 것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곤 왜 우리가 이토록 시간에 쫓기며 사는지에 대해 그녀가 취재한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미국 내 다양한 직업군과 지역의 사람들을 취재하며 사례 제시하여 설득력, 내용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 미국이나 여기나 역시 사람 사는데는 다 거기서 거기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여자들은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나는 뷰캐넌을 만나기 몇 달 전에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차 안에는 우리 집안의 남자들 3대가 함께 있었다.

남편 톰, 우리 아들과 조카, 그리고 84살의 우리 아버지였다. 그때 나는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를 얻어내기 위해 싸우는,

또는 주양육자 역할을 하면서 집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아빠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대화를 옆에서 듣더니 15살인 조카 와이어트가 말했다.

멋있네요.”

그러자 남편 톰이 곧바로 대꾸했다.

나라면 그냥 일을 하겠어.”

우리 아버지는 남자가 아이를 돌본다는 발상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버지는 당황한 기색으로 나에게 충고했다.

브리짓, 네가 이해를 잘 못 하는 것 같구나. 남자들의 인생에는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단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의사가 될까? 변호사가 될까?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같은 것들을 결정해야 해.

나는 조용히 반문했다.

그러면 아빠, 여자들에게는 그런 순간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뷰캐넌은 자기 잔에 담긴 커피를 휘저었다.

그럼 의원님이 거부권을 지지했던 건 전업주부 엄마들과 직장생활을 하는 아빠들을 보호하기 위한..”

나는 전통적인 가족을 보호하려고 했던 거요.” 뷰캐넌이 말허리를 자르고 끼어들엇다.

그래서 성공하셧나요?”

나의 물음에 뷰캐넌은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 “전통적인 가족은 해체되고 있지요.”

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족은 전통적인방식으로 살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우리가 해체된 가족이라고는 생각지 않거든요.”

그러자 뷰캐넌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는 사회적인 추세를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쓴 책들은 일종의 분석입니다. 해결책이 뭔지는 나도 몰라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뷰캐넌에게 그와 셸리가 육아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분담했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뷰캐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소.”

본문 페이지 183-185

 

(저자가 뷰캐넌과 나눈 대화는, 내가 읽어도 짜증나... 뭐 이런 논리를 가지고 정책을 논하는 인간이 있어........)

 

책은 중반으로 넘어가며 남편과 아내의 역할 분담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미국 내에서도 이 이슈가 꽤 핫한가? 꽤 많은 남편과 아내들이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는다. '원래 엄마들이 늘 하던일이야' 라는 남편들의 입장과 '지금은 30년 전이 아니야. ' 라고 말하는 아내들. '육아도 힘들지만 남자가 아이를 돌볼 때 받는 사회적인 시선과 편견이 더 힘들다'고 토로하는 남편과 '나도 모르게 남여 역할에 대한 편견이 깊이 박혀있다'고 고백하는 아내.

 

저자는 이 현대의 가정에서, 누가 어떤 스트레스에 처해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곤 조리있게 결론을 짓는다. 가사와 육아에 대한 역할 분담은 아내만의 문제도 남편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 가정의 문제 혹은 한 지역의 문제도 아닌 사회 전체의 체제와 시스템의 문제다. 사회 인식, 정서와 시각 자체가 변화되어야 하는 모두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데 저자는 매우 공을 들인다. 특히 통념과 가치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들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인데 의외로 여성들의 통념이 성역할에 더욱 고정되어 있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여가가 실종된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삶의 의미를 찾는가?’라는 종교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일이기 때문이라는 벤 허니컷의 말처럼,

윌리엄스 역시 이상적인 노동자일에 대한 완전한 헌신은 하나의 종교가 됐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일에 쏟아붓지 않는 사람, 가족이나 다른 어떤 의무보다 앞세우지 않는 사람은

일에 대해 완전한 헌신이라는 이상을 위반하는 걸로 간주됩니다.

그런 사람은 의심을 받아요. 게으르고 나태해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거죠.”

탄력근무를 요청하는 여자들은 직장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허다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를 받는다.

역사적으로 여자들이 돌봄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야나처럼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남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윌리엄스의 설명을 들어보나.“ 그런 우리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박힌 남자들의 바람직한행도에 대한 관념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해도 그래요. 어떤 남자가 집에서 전일제로 아이들을 돌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 그 남자 결혼 한번 잘했구나라든가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직장을 못 구하고 아내에게 얹혀살까?’라는 생각부터 합니다.

반대로 남자가 생계를 책임져주기 때문에 어떤 여자가 전업주부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습니다.”

본문 페이지 136-137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현상 유지의 본성이 있다. 현재 상태가 더 좋아서가 아니라 익숙하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긍정적인 사례에 속하는 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게됐다.

조직문화는 문서로 규정된 멋진 정책이나 상사의 친절한 말보다 힘이 세다.

직장문화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다라진다. 그리고 변화는 눈에 보일 때 더 쉬워진다.

누군가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머지 사람들도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남들도 나와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밝은 빛을 만들어 가면 된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일도 바로 그것이다. 나는 긍정적인 사례에 주목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변화시키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지켜보려 한다.

본문 페이지 206

 

이 책은 모든 남녀가 전통적인 역할과 위치를 벗어나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잘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주 재미있다. 우리를 보자. 남자건 여자건 아빠건 엄마건 할아버지건 할머니건. 누구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건 밭 메고 논 메던 시절에 살던 방식이다. 원래 엄마가 하는 일, 원래 아빠가 하는 일이라는 기준을 적용할 수가 없는 시대인데, 아직도 우리의 인식은 전통도 아닌 그렇다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대한 직시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를 모호하게 헤매고 있다. 저자는 일단 전통적 역할 인식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아주아주 중요한, 사실 매우 당연한데 자주 잊어버리는, 솔직히 이거 모르는 사람은 없는 그런 해법을 전한다! 가족 구성원끼리 대화를 반드시 자주 그리고 명확히 할 것.

 

[타임 푸어]는 저자의 체험이 책 전체에 바탕이 되어 있어 더욱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연구이자 보고서이다.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내용들은 다소 아쉽지만 일과 가사와 육아에 치이고 있는 사람들이 꼭 한번, 반드시 부부가 함께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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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개정5판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황혜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실용 심리학 서적의 고전. 우리가 일상 중에 만나는 심리상황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잘 설명한 책. 개인적으로 읽었던 실용 심리학 서적 중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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