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왜 나는 늘 바쁜걸까?

왜 나는 늘 시간이 없는걸까?딱히 남들보다 대단한 일을 하며 사는 것 같지 않은데..... 나만 이러고 사는걸까.... 에휴 다 그러고 살겠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푸념이다. 당장 우리 어머니만 해도, 뭐가 그리 바쁘신지, 만나서 점심 한끼를 하기가 어렵다. 나도 바쁘고 엄니도 바쁘시고.

 

바쁘다 바쁘다 바쁘다.. 시간이 없다.....

 

이런 군소리는 곧 지친다 지친다 지친다.... ... 피곤하다..... 로 이어진다.

 

그런데 참 고약한 것은, 바쁘다 지친다 하면서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쉴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

 

워싱턴포스트의 기자가 쓴 이 책 [타임 푸어]는 시간에 쫓기다못해 시간이 야금야금 잡혀먹히는 현대인의 고통을 파고들었다. 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일은 줄지 않고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상황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을까?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 위해 일하는 것인데, 일은 하면 할수록 오히려 여유라는 녀석은 멀어져만 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바쁘다 바뻐, 를 입에 달고 숨가쁘게 사는 것이 한국인 종특 (외국인도 아는 빨리빨리!라는 말이 있는 나라이니)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시간 빈곤증은 한국만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하는 전지구적 문제였던 것이다!!!

 

어디 단순히 시간이 없다는 문제뿐인가. 육아와 집안일을 둘러싼 남편과 아내의 스트레스 역시 동서양을 막론한 이 시대의 문제였다.

 

요즘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은 정말 가관이다. 성별에 관련한 사건, 역할 혹은 사회처우에 대한 기사만 올라왔다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이상한 종자들이 나타나 개싸움을 벌인다. 남자탓이니 여자탓이니, 남자가 잘났니 여자가 잘났니, 역차별이니 성차별이니 어쩌고 저쩌고. 에효..... 이런 개싸움 역시, 유교문화가 낳은, 한국에서만 있는 특이한 현상인 줄 알았는데 정작 이 책을 읽어보니 아니다. 현대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과 영역에 대한 논란은 유교에서 발원한 것이 아니었다. 가정이 전통적인 역할과 형태를 벗어나 급격히 변화해 온 그리고 여전히 변화 중인 이 시대가 모든 논란을 불러온 범인이었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시간에 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시간이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시간은 권력이었다.

시간에 쫓길 때, 나의 시간을 결정하는 힘을 예측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할 때, 쫓기는 삶에 대한 해결책은 고사하고 왜 내가 시간에 쫓기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 때 나는 무기력해진다.

본문 페이지 107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에서만이 아니라 엄마로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하는 엄마들이 전업주부인 엄마들보다 이기적이고 아이들에게 덜 헌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항이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일하는 거싱 아니라 엄마가 스스로 원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되면 그런 인상은 더 강해진다.

사정이 이렇다면 일하는 엄마들이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걱정에 휩싸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무리 잘해도 유죄 판결이 이미 나와 있고, 일을 잘해내지 못하면 욕을 먹을 판이니까.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명예 훼손을 당하는 기분이에요.” 조앤 윌리엄스가 했던 말이다.

본문 페이지 126

 

 

 

저자는 먼저 여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여가를 하찮게 생각해 왔는지를 지적하면서, 여가란 그저 몸이 쉬는 것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곤 왜 우리가 이토록 시간에 쫓기며 사는지에 대해 그녀가 취재한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미국 내 다양한 직업군과 지역의 사람들을 취재하며 사례 제시하여 설득력, 내용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 미국이나 여기나 역시 사람 사는데는 다 거기서 거기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여자들은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나는 뷰캐넌을 만나기 몇 달 전에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차 안에는 우리 집안의 남자들 3대가 함께 있었다.

남편 톰, 우리 아들과 조카, 그리고 84살의 우리 아버지였다. 그때 나는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를 얻어내기 위해 싸우는,

또는 주양육자 역할을 하면서 집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아빠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대화를 옆에서 듣더니 15살인 조카 와이어트가 말했다.

멋있네요.”

그러자 남편 톰이 곧바로 대꾸했다.

나라면 그냥 일을 하겠어.”

우리 아버지는 남자가 아이를 돌본다는 발상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버지는 당황한 기색으로 나에게 충고했다.

브리짓, 네가 이해를 잘 못 하는 것 같구나. 남자들의 인생에는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단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의사가 될까? 변호사가 될까?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같은 것들을 결정해야 해.

나는 조용히 반문했다.

그러면 아빠, 여자들에게는 그런 순간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뷰캐넌은 자기 잔에 담긴 커피를 휘저었다.

그럼 의원님이 거부권을 지지했던 건 전업주부 엄마들과 직장생활을 하는 아빠들을 보호하기 위한..”

나는 전통적인 가족을 보호하려고 했던 거요.” 뷰캐넌이 말허리를 자르고 끼어들엇다.

그래서 성공하셧나요?”

나의 물음에 뷰캐넌은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 “전통적인 가족은 해체되고 있지요.”

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족은 전통적인방식으로 살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우리가 해체된 가족이라고는 생각지 않거든요.”

그러자 뷰캐넌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는 사회적인 추세를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쓴 책들은 일종의 분석입니다. 해결책이 뭔지는 나도 몰라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뷰캐넌에게 그와 셸리가 육아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분담했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뷰캐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소.”

본문 페이지 183-185

 

(저자가 뷰캐넌과 나눈 대화는, 내가 읽어도 짜증나... 뭐 이런 논리를 가지고 정책을 논하는 인간이 있어........)

 

책은 중반으로 넘어가며 남편과 아내의 역할 분담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미국 내에서도 이 이슈가 꽤 핫한가? 꽤 많은 남편과 아내들이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는다. '원래 엄마들이 늘 하던일이야' 라는 남편들의 입장과 '지금은 30년 전이 아니야. ' 라고 말하는 아내들. '육아도 힘들지만 남자가 아이를 돌볼 때 받는 사회적인 시선과 편견이 더 힘들다'고 토로하는 남편과 '나도 모르게 남여 역할에 대한 편견이 깊이 박혀있다'고 고백하는 아내.

 

저자는 이 현대의 가정에서, 누가 어떤 스트레스에 처해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곤 조리있게 결론을 짓는다. 가사와 육아에 대한 역할 분담은 아내만의 문제도 남편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 가정의 문제 혹은 한 지역의 문제도 아닌 사회 전체의 체제와 시스템의 문제다. 사회 인식, 정서와 시각 자체가 변화되어야 하는 모두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데 저자는 매우 공을 들인다. 특히 통념과 가치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들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인데 의외로 여성들의 통념이 성역할에 더욱 고정되어 있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여가가 실종된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삶의 의미를 찾는가?’라는 종교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일이기 때문이라는 벤 허니컷의 말처럼,

윌리엄스 역시 이상적인 노동자일에 대한 완전한 헌신은 하나의 종교가 됐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일에 쏟아붓지 않는 사람, 가족이나 다른 어떤 의무보다 앞세우지 않는 사람은

일에 대해 완전한 헌신이라는 이상을 위반하는 걸로 간주됩니다.

그런 사람은 의심을 받아요. 게으르고 나태해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거죠.”

탄력근무를 요청하는 여자들은 직장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허다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를 받는다.

역사적으로 여자들이 돌봄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야나처럼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남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윌리엄스의 설명을 들어보나.“ 그런 우리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박힌 남자들의 바람직한행도에 대한 관념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해도 그래요. 어떤 남자가 집에서 전일제로 아이들을 돌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 그 남자 결혼 한번 잘했구나라든가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직장을 못 구하고 아내에게 얹혀살까?’라는 생각부터 합니다.

반대로 남자가 생계를 책임져주기 때문에 어떤 여자가 전업주부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습니다.”

본문 페이지 136-137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현상 유지의 본성이 있다. 현재 상태가 더 좋아서가 아니라 익숙하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긍정적인 사례에 속하는 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게됐다.

조직문화는 문서로 규정된 멋진 정책이나 상사의 친절한 말보다 힘이 세다.

직장문화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다라진다. 그리고 변화는 눈에 보일 때 더 쉬워진다.

누군가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머지 사람들도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남들도 나와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밝은 빛을 만들어 가면 된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일도 바로 그것이다. 나는 긍정적인 사례에 주목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변화시키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지켜보려 한다.

본문 페이지 206

 

이 책은 모든 남녀가 전통적인 역할과 위치를 벗어나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잘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주 재미있다. 우리를 보자. 남자건 여자건 아빠건 엄마건 할아버지건 할머니건. 누구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건 밭 메고 논 메던 시절에 살던 방식이다. 원래 엄마가 하는 일, 원래 아빠가 하는 일이라는 기준을 적용할 수가 없는 시대인데, 아직도 우리의 인식은 전통도 아닌 그렇다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대한 직시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를 모호하게 헤매고 있다. 저자는 일단 전통적 역할 인식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아주아주 중요한, 사실 매우 당연한데 자주 잊어버리는, 솔직히 이거 모르는 사람은 없는 그런 해법을 전한다! 가족 구성원끼리 대화를 반드시 자주 그리고 명확히 할 것.

 

[타임 푸어]는 저자의 체험이 책 전체에 바탕이 되어 있어 더욱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연구이자 보고서이다.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내용들은 다소 아쉽지만 일과 가사와 육아에 치이고 있는 사람들이 꼭 한번, 반드시 부부가 함께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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