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위한 인권 사전 별글아이 그림책 3
국제사면위원회 지음, 크리스 리델 그림, 김지연 옮김 / 별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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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위한 인권사전]을 그려낸 작가 크리스 리델은 이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모두가 멋지게 살기를 원해요. 재미있게, 안전하게 또 행복하게 보람을 느끼며 살고 싶어 하지요. 멋지게 살기 위해서는 주변을 둘러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참 멋진 말이고 맞는 말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라고 누가 그랬더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보다 행복한 삶, 멋진 삶은 없으리라.

 

그런 멋진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 '사람의 마땅한 권리'인가를 아는 일이 아닌가 싶다.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힘, 다른 사람들에게 기울일 수 있는 관심은 가장 먼저 '나의 마땅한 권리'를 아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터다.

나 스스로 내가 가진 권리, 내가 존중받아야 할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면 내가 가진 권리를 너무 크게 확대해서 오만해지는 일도, 내가 스스로 존중받아야 할 부분에서 비천해 지는 일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인간이기에 받아야 하는 존중과 권리'를 예쁜 일러스트로 보기 쉽게 설명했다.

구구절절한 사전적 설명이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직관적이고 보기 아름답게 전달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된 '믿음'

-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생각하고, 믿고 싶은 것을 믿을 권리가 있어요. 종교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을 보여줘도 괜찮아요. (본문 '믿음' 중에서)

 

 

파도같은 감동이라거나 책을 덮어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여운이라든가, 그런 건 없다.

 

이 책은 믿음, 보호, 가족, 연대, 안전, 지식 등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 자유와 권리에 대한 16가지 개념을 그림으로 표현한 책일 뿐이다.

 

다만, 이 책을 나의 아이와 혹은 내 주변에 인권에 대한 나눔을 함께 하고픈 벗들과 같이 펴놓고 이야기를 나누어본다면 이 책은 종이와 글자가 아닌 삶 그 자체가 될 것이다.

 

-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생각하고, 믿고 싶은 것을 믿을 권리가 있어요. 종교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을 보여줘도 괜찮아요. (본문 ‘믿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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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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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완창을 듣는 기분이었다. 마치, 볼품없는 늙은 소리꾼의 마지막 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 깊고 좋은 소리는 시간이 가져가 버렸고 맑고 강한 기운은 신이 가져가 버려서 남은 것이라곤 바싹 마르고 주름진 거죽뿐. 초라하고 한심한 꼴로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스탠드업 쇼를 벌이고 판사를 초청한다. 초청장에 판사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판결이 아니다라고 썼지만 본심은 그렇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면 왜 판사를 초대했겠나.

 

생일은 결산을 하는 날. 그는 생일더러 영혼을 탐색하는 날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가 왜 은퇴한 판사를 그의 쇼로 불러들였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그의 죽음이 태어나는 날을 앞두고 그는 결산을 해보려 했다. 그 날은 그의 인생을 탐색하는 날이었다. 사람은 버둥거리고 신은 그의 인생을 뭐같이 망쳐버리는 것이 삶이라면 어쩌면 죽음이 태어나는 날이야말로 기쁜 날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날의 탐색과 결산이야말로 그 어떤 생일의 결산보다 의미 있는 것 아닌가. 신은 나의 삶에서 무엇을 얼마나 망쳐버렸고 나는 얼마나 우습고 하찮게 되었나를 정산하는 일이 영혼을 정비하는 일보다 쉽다. 영혼을 유지할 자원이 없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그렇다. 도발레 같은 인물에게는 정말 그렇다고 확신하다.

 

아니, 진지하게 말하는데!” 그는 소리를 지르더니, 말에 속도를 낸다. “요즘 세상에 영혼을 유지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어? 그건 사치야, 좆도. 농담 아니라니까! 계산을 해보면 마그네슘 휠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지금 기본 모델 영혼 이야기를 하는 거야, 무슨 셰익스피어나 체호프나 카프카가 아니라. 다들 훌륭하지, 그렇다고 들었어, 개인적으로는 하나도 읽어본 적 없지만.”

57

 

인간의 삶에 대해 언젠가 어느 시인이 썼던 구절이 잊히지 않는다. 그는 시골 5일장에 물건을 팔러온 할머니가 늘어놓은 마른 감자들을 보며 삶은 흙 묻은 감자처럼 데굴데굴 구른다고 표현했다. 나는 아직도 이것 이상으로 삶을 잘 표현한 구절을 찾지 못했다.

도발레의 원맨쇼는 흙도 털어내지 못한 채로 이리저리 치어 구르는 감자의 모양새였다. “그냥 살아 있자라는 놀랍고도 전복적인 가치를, 도발레는 그의 처참한 생으로 증명한다. 무슨 셰익스피어나 체호프나 카프카처럼 대단한 인물이 되려고 한 것도 아니고, 무슨 영웅이 되려고 한 적도 없이 기본 모델 영혼이라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사치인 인생이다. 이런 인생인데도 그냥 살아 있기 위하여 견디는 일은 얼마나 위대한가. 견디기 위하여 온갖 굴욕과 모멸과 수치를 자기 옷으로 껴입은 그 사람을, 그 사람의 광채를 나는 뭐라고 묘사해야 하는지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아마 도발레의 초청으로 그의 쇼를 본 전직 판사 라자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이스라엘의 불행한 역사와 그 불행의 직격탄을 맞은 개인을 잘 보여준 소설이라는 세간의 평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겠다. 도발레의 생애 속에 분명 그 녹진한 역사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망가진 유대인들의 사회라는 주제는 아직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에 반해 인간 도발레는 아주 익숙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바보 같이 착한 그의 어딘가에 내 어린 시절의 파편 몇 조각이 녹아있는 것도 같고 자기혐오를 숨기지 않는 그의 쇼는 지난 밤 내 머릿속의 일부를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것도 같다. 이것이, 천박하고 상스러운 언어로 때로 역겨우리만치 기이한 쇼를 펼치는 도발레에게 애잔함을 느끼는 이유다. 이상하게도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동정심을 표출하게 만드는 힘이야말로 도발레가 누구이며 그가 가진 광채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빛이 아닐까 싶다. 이 힘에 끌려 라자르는 결국 도발레의 편에 서고야 말았고 독자 역시 쇼의 끝에 가서 도발레에게 위로주 한 잔 건네고 싶어진다. “모두들 안녕히.”라고 그가 말했을 때 나도 모르게 터지는 눈물이라니.

 

스탠드업 코미디의 주인공이 도발레이기에 그의 이야기에 가장 많은 시선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도발레의 이야기와 수시로 교차되는 라자르의 이야기 역시 느슨하거나 약하지 않다. 오히려 라자르에게서 도플갱어를 보는 듯 나와 꼭 닮은 얼굴과 표정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내가 마치 라자르가 된 듯 도발레의 쇼를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일까.

 

책 맨 뒤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서 역자는 저자 다비드 그로스만을 총명한 작가라고 했는데 이 표현에 십분 동의한다. 도발레도, 라자르도 자신의 처지와 생애를 구절구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발레가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라자르가 타마라를 회상할 때마다 소중한 이를 잃은 그들의 현실을 은연중에 알게 된다. 독특하고 뛰어난 묘사 역시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미다.

 

역자를 언급한 김에 그에게 감사를 전한다. 히브리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다시 한국어로 옮겨야 하는데다 본연의 유머를 언어를 초월하여 간직해야 한다는 쉽지 않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데에 박수를 보낸다.

"아니, 진지하게 말하는데!" 그는 소리를 지르더니, 말에 속도를 낸다. "요즘 세상에 영혼을 유지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어? 그건 사치야, 좆도. 농담 아니라니까! 계산을 해보면 마그네슘 휠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지금 기본 모델 영혼 이야기를 하는 거야, 무슨 셰익스피어나 체호프나 카프카가 아니라. 다들 훌륭하지, 그렇다고 들었어, 개인적으로는 하나도 읽어본 적 없지만."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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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챌린지 - 6판
제임스 M.쿠제스.배리 Z.포스너 지음, 정재창 옮김 / 이담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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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나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말이라고 믿는다.

다만 이 말이 부질없는 울림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단서 하나가 붙어야 한다.

자리가 아무나 만들지는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만이,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로 재탄생한다.

노력하는 사람, 자리는 그런 사람을 자리답게 만든다.

 

지금도 계속 방영되는지 모르겠지만,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있었다).

구두 광내기 달인, 배추 옮기기 달인, 만두 빚기 달인, 와이셔츠 빨리 다리기 달인. 시장이나 거리에서 흔히 얼굴을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실은 무림지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은 달인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 이 프로그램은 매회가 참 재미있었다. 세상에는 각양각색 어쩜 그렇게 많은 달인들이 있는지 매회가 놀라웠다. 그러나 분야는 다 달라도 달인들의 소감은 비슷비슷했다.

어떻게 이런 달인의 경지에 오르셨어요?”

먹고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뭐 이렇게 됐죠.”

노력은 중요하다. 노력 없이 성취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직업으로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짐을 옮기며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달인이 되지는 않는다. 달인이란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노력했을 때 이를 수 있는 수준 아닐까.

 

개정 6판으로 나온 [리더십 챌린지]를 읽으면서 나는 리더란 달인의 일종 아닐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리더를 특별한 지위를 가지거나 탁월한 능력이 있는 특정 인물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전 세계 각계각층에 흩어져 있는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와 사례를 엮어 리더십의 본질을 추적한 이 책에서 저자들은 리더십은 지위나 명성과 무관하다. 태생이나 부와도 관계 없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리더십은 관계와 신뢰, 열정과 확신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와 관련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들이 인터뷰한 리더들은 간호사, 노동자, 교직원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리더의 역할을 오해한다. 나도 예전에 그랬다. 리더는 이끄는 사람, 영향을 주는 사람인데 이를 휘두르는 사람으로 잘못 인식한다. 말도 안 되는 생떼(갑질이라고도 하기 싫다. 갑질이라는 단어도 아깝다.)를 부리거나 자기 고집대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사람을 리더라 부를 수 있을까. 지위가 높든, 낮든 저런 행태는 리더십이라고 불려서는 안 된다. 최근 리더십에 대하여 더욱 크게 느끼는 것은 올바른 리더십은 (이 책 [리더십 챌린지]에서 이야기 하듯) 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아닌가 한다. 그런 차원에서 리더십은 내가 나 자신에게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저자들은 이 책의 말미에 먼저 자신을 리드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내가 이 책 중에서 제일 좋아하며 읽었던 부분이었다.

 

구조의 직함과는 별개로, 나는 한 조직 안에서도 여러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리더들이 서로가 조화롭게 호흡을 맞추고 융화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인거라고 생각한다. [리더십 챌린지]는 그런 생각에 확신을 주고, 식은 열정에 불씨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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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목소리 -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촛불혁명 134일의 기록
다카기 노조무 지음, 김혜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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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목소리: 134일의 기록
다카기 노조무 지음

삶은 체험이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삶이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체험이다

'참다운'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고 그 의미를 많이 고민하는 시기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예전에는 '무엇이든 경험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좀 바뀌었다. 무엇이든 체험해보기 전에는 진짜로 알 수 없다고.

책을 읽고 다큐를 보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끊임없이 '경험'해보려고 했다. 그것이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어떤 경험만 된다면 족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 이다. 이 말이 얼마나 대단한 말인지 매해 체험한다. 그 어떤 경험도, 몸과 마음으로 함께 절절히 겪고 느끼는 체험을 따라올수 없다. 체험이란 삶의 방향과 목표를 바꾸고 이 순간의
의미마저 설정하는 압도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체험은 관심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관심을 가지는 만큼 체험한다. 무관심은 그 어떤 일도 체험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 관심을 기울인 만큼 그대로 체험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이토록 절대적인 체험이라는 일이, 누구에게나 생의
어느 순간에나 있겠지만, 작년말에 시작된 촛불집회는 체험이 얼마나 강력한 에너지원인지 보여준 가장 극적 사례가 아닌가 싶다. 개인의 체험은 무리의
체험이 되고, 이내 국가의 체험으로 확장되었다. 이
체험은 과거로부터 시작되어 격렬하게 발전하며 현재로 이어졌고, 이 체험은 이제 미래로 가서 다음 세대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책 본문 중에 인용된 어느 어머니의 블로그 글이 아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관심을 가지고 행동할 때 비로소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수 있으니까. 당장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이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의 일이니까. 언젠가는 너의 그리고 나의 일도 될 수 있다는 걸. 저 사람들이 바라는 건 모두가 무관심해지는 세상 이라는 본질을 네가 알기 바란다, 아들."
- 본문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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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작은 료칸이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니노미야 겐지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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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몇 년 전에 며칠 동안 교토를 투어했는데 이 돈이면 차라리 국내 유적지나 명소를 더 살뜰히 보러 다니는 게 낫다 싶었기 때문이다.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유적지까지 다 돌았는데도 그냥저냥 심심했다.

그런 나에게 유일하게 매년 구미를 자극하는 곳이 있었으니, 거기가 바로 료칸!

온천을 워낙 좋아하는 취향 때문이기도 하고, 가이세키가 매우 매우 궁금해서 더더욱 그랬다. 꼭 료칸을 어딘가 한번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어서 많이 알아봤는데, 진입 장벽이 예상보다 높아서 포기했다. 료칸의 입성 장벽은 의외의 것이었다. 높은 숙박료도, 사람에 따라서는 다로 불편할 수도 있는 시설도 아닌, ‘불안감’.

료칸은 패키지 여행이 쉽지 않다. 패키지 여행 상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코스가 패키지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정인데 심지어 가격도 만만치 않다. 나는 그냥 조용히 료칸만 다녀오고 싶은데..... 이런 경우 천상 개인이 예약하고 개인이 알아서 료칸에 찾아가서 묶었다 와야 한다. 그러나 두둥! 일본인은 영어를 못하고 (심지어 관광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조차) 나는 일본어를 못한다. 언어의 장벽,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서 홀로 해결해가야 한다는 불안감의 장벽은 상당히 높았다. 그 결과 나는 아직도 료칸 근처에는 못 가보았다는 슬픈 이야기.

 

이 책은 참 신기하다. 료칸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쇠퇴기의 한가운데에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료칸을 일년 내내 만실 운영의 유명 온천으로 성공적으로 바꿔놓은 경영기를 쓴 책이다.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었기 때문이지 제목도 엄청 길다. [산속 작은 료칸이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키워드는 작은 료칸, 외국인, 가득데쓰!!! 라고나 할까. 객실이 7개에 불과한 작은 료칸 야마시로야의 경영을 맡게 된 것은 그 집안의 사위인 니노미야 겐지씨. 이 분은 일찍부터 이제 료칸은 일본인 대상이 아니라 외국인 대상으로 운영 방법을 고려하고 외국인 관광에 필요한 제도와 옵션들을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는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의 여행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체험한 후 그 피드백들을 가족 료칸 경영에 많이 반영했다고 한다.

 

그런 탓에, 이 책은 외국인인 나에게 다시 한 번 료칸 여행의 열망에 불을 지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외국인들이 우리 료칸을 찾아올까?’, ‘어떤 게 외국인들의 료칸 여행에 도움이 될까?’, ‘무얼 해야 외국인들이 우리 료칸에 다시 올까?’ 고민한 내용들은 하나같이 내가 일본어 한 마디 못하는 외국인으로서 료칸 여행에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들이었다. 이 책의 집필 동기는 그게 아니었을텐데, 이 책은 내가 외국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료칸 여행을 더 쉽고 안전하고 찰지게 하고 올 수 있는지를 세밀하게 알려주는 친절한 책이다.

 

더불어 경영의 눈으로 보자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아닌 저자의 료칸처럼 가족 경영 규모의 작은 가게를 어떻게 하면 그 가게에 적합한 방법으로 운영하여 이윤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간접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래저래, 참 여기저기 오목조고 알차고 편안하고 재밌게 잘 쓴 책이다. 야마시로야 료칸도 이러하겠지.

분명 변혁에는 사회를 바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는 ‘료칸업은 평생 현역’이라고 전제했을 때 우선은 자신의 체력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현 상태에서 가능한 한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2일 휴무제’도 ‘오봉 연말 정월 휴무’도 일반 직장인에게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소규모 료칸인 우리에게는 커다란 개혁이다. (중략)
소규모 료칸에는 소규모 료칸의, 대규모 료칸에는 대규모 료칸의 ‘일하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125쪽 료칸에서도 가능한 워크 라이프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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