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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작은 료칸이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니노미야 겐지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일본 여행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몇 년 전에 며칠 동안 교토를 투어했는데 이 돈이면 차라리 국내 유적지나 명소를 더 살뜰히 보러 다니는 게 낫다 싶었기 때문이다.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유적지까지 다 돌았는데도 그냥저냥 심심했다.
그런 나에게 유일하게 매년 구미를 자극하는 곳이 있었으니, 거기가 바로 료칸!
온천을 워낙 좋아하는 취향 때문이기도 하고, 가이세키가 매우 매우 궁금해서 더더욱 그랬다. 꼭 료칸을 어딘가 한번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어서 많이 알아봤는데, 진입 장벽이 예상보다 높아서 포기했다. 료칸의 입성 장벽은 의외의 것이었다. 높은 숙박료도, 사람에 따라서는 다로 불편할 수도 있는 시설도 아닌, ‘불안감’.
료칸은 패키지 여행이 쉽지 않다. 패키지 여행 상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코스가 패키지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정인데 심지어 가격도 만만치 않다. 나는 그냥 조용히 료칸만 다녀오고 싶은데..... 이런 경우 천상 개인이 예약하고 개인이 알아서 료칸에 찾아가서 묶었다 와야 한다. 그러나 두둥! 일본인은 영어를 못하고 (심지어 관광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조차) 나는 일본어를 못한다. 언어의 장벽,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서 홀로 해결해가야 한다는 불안감의 장벽은 상당히 높았다. 그 결과 나는 아직도 료칸 근처에는 못 가보았다는 슬픈 이야기.
이 책은 참 신기하다. 료칸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쇠퇴기의 한가운데에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료칸을 일년 내내 만실 운영의 유명 온천으로 성공적으로 바꿔놓은 경영기를 쓴 책이다.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었기 때문이지 제목도 엄청 길다. [산속 작은 료칸이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키워드는 작은 료칸, 외국인, 가득데쓰!!! 라고나 할까. 객실이 7개에 불과한 작은 료칸 야마시로야의 경영을 맡게 된 것은 그 집안의 사위인 니노미야 겐지씨. 이 분은 일찍부터 이제 료칸은 일본인 대상이 아니라 외국인 대상으로 운영 방법을 고려하고 외국인 관광에 필요한 제도와 옵션들을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는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의 여행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체험한 후 그 피드백들을 가족 료칸 경영에 많이 반영했다고 한다.
그런 탓에, 이 책은 외국인인 나에게 다시 한 번 료칸 여행의 열망에 불을 지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외국인들이 우리 료칸을 찾아올까?’, ‘어떤 게 외국인들의 료칸 여행에 도움이 될까?’, ‘무얼 해야 외국인들이 우리 료칸에 다시 올까?’ 고민한 내용들은 하나같이 내가 일본어 한 마디 못하는 외국인으로서 료칸 여행에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들이었다. 이 책의 집필 동기는 그게 아니었을텐데, 이 책은 내가 외국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료칸 여행을 더 쉽고 안전하고 찰지게 하고 올 수 있는지를 세밀하게 알려주는 친절한 책이다.
더불어 경영의 눈으로 보자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아닌 저자의 료칸처럼 가족 경영 규모의 작은 가게를 어떻게 하면 그 가게에 적합한 방법으로 운영하여 이윤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간접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래저래, 참 여기저기 오목조고 알차고 편안하고 재밌게 잘 쓴 책이다. 야마시로야 료칸도 이러하겠지.
분명 변혁에는 사회를 바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는 ‘료칸업은 평생 현역’이라고 전제했을 때 우선은 자신의 체력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현 상태에서 가능한 한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2일 휴무제’도 ‘오봉 연말 정월 휴무’도 일반 직장인에게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소규모 료칸인 우리에게는 커다란 개혁이다. (중략) 소규모 료칸에는 소규모 료칸의, 대규모 료칸에는 대규모 료칸의 ‘일하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125쪽 료칸에서도 가능한 워크 라이프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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