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구슬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이상해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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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실보다 더 아픈 것은 잊지 못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을 오래도록 했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했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 다시 돌릴 수 없는 시절. 영영 잃어버린 존재들에 대하여, 완전한 상실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가장 덜 고통스러운 결론이 ‘잊어버리는 일’이겠지. 상실은 벼락처럼 내려오는 일이라면 망각은 내가 자처해서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그런데도 우리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상실’을 왜 나의 의지로 ‘망각’하지 못하는가? 상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상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잊어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아닐까 싶다.

 

 [파친코 구슬]을 쓴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프랑스의 젊은 작가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존재에 대하여 고민해왔으며 그것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이 작품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가의 전 작품인 <속초에서의 겨울>은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예민하고 섬세한 작가로서 주목을 받은 동시에 자기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끝없는 의문을 소설로 드러내는 예술인으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인정받았다. 프랑스의 피가 반, 한국의 피가 그 절반. 경계에 선 사람은 이 쪽 편도 저 쪽 편도 아닌 법이기에, 아마 저자가 살아온 (30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일지라도) 동안 그는 언제나 자기가 누구냐에 대하여 민감한 촉을 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나의 현재는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데 어디로 갈지를 알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애써 거부하고 도망쳐도 미래는 다가와 현실이 되는 시간의 섭리 속에서 어쩌면 저자가 치열하게 꼬리를 물고 파고 들어가는 자기 본질에 대한 고민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 모두의 고민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리라.

 

 유사 도박.. 이라고 해도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파친코가 일본 전역에 빠르게 퍼지고 지금까지 성행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파친코가 뭔지 관심도 없었던 나는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고 막연하게 시작하는 이 작품의 끝에서 적잖이 놀랐다 저자가 안개 속에 보이는 등대의 빛처럼 거시적이지만 분명한 관점으로 한국을 바라보기 위해서 이 작품을 설계했다고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실감했다. 가까이에서, 그 결과 색과 형태에 주목하여 매달리는 방법이 아니라 이토록 먼 거리에서 관찰하는 것으로도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할 수 있구나.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써 나갈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녀가 더욱 집요한 설계와 관찰, 끝없는 의문과 탐구를 이대로 지속해 나간다면 앞으로 놀라운 작품을 많이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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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투력 - 끝내 목표에 도달하는 힘
스콧 에이믹스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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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라마 SKY캐슬에서 차교수는 세상을 피라미드로 규정했다. 자녀들에게 ‘동급생들을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밟아 이겨야 하는 경쟁자‘로 가르쳤다. 그는 성공이란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상대들을 차례로 꺾고 그들을 계단 삼아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 그 정점에서 군림하는 것으로 여겼다. 드라마 상에서 그는 매우 희화화되고 말이 통하지 않는 꼰대, 구제불능의 인간으로 그려져 뭇 시청자들로부터 때로는 비웃음을 때로는 비난을 받았다. 나 역시 ’저 인간 정말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이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이런 반응은 드라마를 대할 때에만 그친다. 실제로 현실에서는 어떤가? 차교수처럼 나를 제외한 모든 존재를 경쟁자를 바라보고 제거하거나 무릎 꿇리기 위하여 애를 쓰고 그렇게 온갖 비리와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거머쥔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소위 ’성공한 사람‘이라고 선망하는 것이 우리들의 세계의 현실, 진짜 현실 아닌가?

 

 드라마에 빠져 있던 눈을 이제 현실로 돌아온다.

 이 현실에서의 성공은 무엇인가? 이 현실에서 규정되는 세상이란 어떤 곳인가? 지금 당장에 내가 처한 사회적 계급은 어디인가? 피라미드 아래? 아니 미안하지만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라미드 제일 하단에도 들지 못한다. 피라미드를 받치고 있는 흙부스러기 정도랄까. 너무 가혹한 평가라고? 아니, 냉철하게 현재를 알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나의 지금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 목표를 세울 수도 없으니 말이다.

 

 [분투력]이라는 책의 제목으로 사용한 ‘분투’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하다. 고군분투라는 사자성어를 노오오오오력 혹은 개고생이라고 치환하여 쓰고 있는 게 요즈음의 형편이니 분투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은 나 하나만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스콧 에이믹스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머니와 함께 9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어머니의 병으로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어 자란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아버지에게 버려진 아픔을 당했고, 미국에 첫 발을 뗀 시절에는 필사적으로 영어를 익혀야 했고, 입양가정을 전전하는 동안에는 가혹한 인종차별과 사춘기의 바다를 헤엄쳐야 했다. 그가 맞닥뜨린 파도의 높이와 깊이와 그 거칠기는 감히 헤아려볼 수가 없다. 흉터로 얼룩진 그의 생애에 대한 고백이 이 책의 굽이굽이에 흐르고 있다.

 

 그러나 만약 저자가 그 생애의 어려움에 굴복하고 열등감과 분노, 절망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무너져버렸다면 우리는 아마 이 책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업가로, 강연자로 명성을 얻고 지금의 성공을 만끽하고 있다고 고백한 저자는 본인의 경험 그리고 동서고금의 여러 인물들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성공의 비결’에 대한 책을 썼다.

 

 성공? 돈 많이 벌고, 권력과 명예를 얻고, 뭐든지 나 하고 싶은데로 이룰 수 있는 뭐 그런 게 성공인가? 이 책은 무엇이 성공이라고 정의를 내리진 않지만 성공이라는 과녁을 지금까지의 다른 책과는 좀 다르게 정의한다. 어떻게든지 이겨야 성공한다는 수많은 전략이 아니라 ‘나의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으로써 이 세상을 더 암울한 곳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지나는 자리에 파괴로 가는 지름길을 남겨놓는 이들을 성공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고통을 겪지 않거나 유발하지 않고 살 수 없지만 분투 원칙대로라면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는 성공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어떠한 분투 방식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당신의 세계와 성공 가능성은 놀랍도록 달라질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성공의 충분 조건은 열정과 노력, 혹은 운이나 혜택 같은 것들이 아니라고도 한다. 노래에 재능이 없는데 아무리 열심히 연습하들 어떻게 성공을 하겠나? 열정과 노력도 나에게 맞는 유효한 분야에 쏟을 것을, 또한 운이나 혜택 따위 아무리 차고 넘쳐도 망할 놈은 망하는 법이니 부러워말고 편법을 찾을 생각도 말라고 한다. 그런 저자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분투’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움직이다보면 필연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긴다. 성공이라는 것도 결국은 지금 내 모습을 변화시켜 다른 모습이 되겠다는 것이고 편안한고 안전한 변화란 세상에 있을 수 없다. 불편하고 어려운 일을 감수하지 않고서 성공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저자가 말한 분투라는 것을 나는 감수라는 말로 대체하고 싶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그 자세(주의! 열정이 아니다. 열정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야 말로 저자로부터 배워야 하는 성공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위험은 삶의 일부다. 위험이 성공의 본질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결코 꿈을 이룰 수 없다. 위험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똑똑한’ 위험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친구들을 따라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어떠한 성정도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위험이다. 똑똑한 위험은 목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선택지를 신중하게 살펴보고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려면 처음 찾은 클럽의 사람들 앞에서 실시간으로 노래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불편한 변화는 좀 더 만만치 않은 과정을 수반한다. 공부와 수업에 쏟을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즐기던 과자를 끊는 일이 되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도전적인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28쪽 1장 분투력 설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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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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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기차역에서 내려 처음 들이쉬었던 그 공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천년이라는 시간을 과연 어떻게 체감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기차에서 나와 하늘을 보고 숨을 마시고 햇빛을 맞는 그 순간에 몸이 먼저 느꼈다. 오래된 도시, 아득한 천년을 살아 지금도 숨쉬고 있는 길과 집과 들. 국내 여행지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면 언제나 주저 없이 ‘경주’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나는 경주를 좋아한다. 그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여전히 살아있는 도시여서.

 

 아마 내가 일본의 도시 중에서 교토를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관광지로서든 역사적 의미에서든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토는 어딘가 마음을 끄는 데가 있다. 단순히 오래된 도시라서가 아니다. 그렇게 유구한 시간을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도시로 기능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도시를 지키는 수호신이 정말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터 자체에 어마어마한 기운이 서려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서 나는 경주나 교토처럼 오래도록 살아있는 도시들이 좋다.

 

 

 그런데,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를 취재한 이 책의 머리글(추천의 글)에서, 모종린 교수는 경주와 교토가 천년 고도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나 경주에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교토만의 경쟁력을 과감하게 짚어낸다. ‘과연 경주에 3대 이상 지속된 노포가 몇 개나 있을까?’ 교토에는 100년 이상 된 가게도 많은데다 3대 이상 걸쳐 이어오고 있는 상점들이 다양한 업종에 분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의 저자는 서적, 주조,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노포(3대 이상 지속) 10곳을 취재하여 각 상점만의 역사와 경쟁력, 그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책에 담았다.

 

 서점인 마루젠이나 술을 빚는 마쓰이 주조회사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100년을 지속해왔음직한 지원이나 배경, 시대운 등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처럼 국토 전체가 쑥대밭이 되는 사달이 나지 않는다면 1900년대처럼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한 근대화의 세상에서 100년 동안 찻집이나 초밥집 같은 업종을 지속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리라. (내가 여전히 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해서 이런 소감이 드는 것일 수 있다. 100년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건방진 생각일수도...) 하지만 보리로 만든 사탕을 팔면서 3대가 넘도록 지속해온 가게(미나토야 유레이코소다테아메)라든가, 도장이라는 아이템 하나로 건사해온 다마루인보텐 같은 상점은 정말 대단한 내공과 지구력이라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다마루인보테의 경우 얼마 전 읽었던 [서울백년가게]에서 본 인장가게 ‘인예랑’의 운명과 겹쳐졌다. ‘쇠락의 길을 걷는 창작의 예술’이라는 소제목이 마음에 콱! 들어박혀서 안타까운 심정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100년을 이어온 내공으로 다음 100년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기대와 응원으로 이 책을 쓴 저자처럼 독자인 나도 같은 마음이 되더라.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30년 전부터 등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더 확신에 찬 어조로 그 예측을 반박한다. 종이책의 아날로그 정서는 시간이 지나고 아무리 첨단 기술이 등장해도 건재할 것이라고.

 어쩌면 이런 저런 예측 속에, 이렇게 저렇게 복잡한 매듭과 고리가 만들어지며 지속되는 것이 천년 고토, 백년 노포가 아닐까 한다. 내일 일도 모르겠는데 무슨 몇 십년 일을 알겠는가? 다만 긴 세월보다 질기고 굳건한 신념을 하루하루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역사가 되겠지. 사탕가게를 지키는 그녀처럼 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날에도 고작 단 한 명의 손님에게 사탕을 팔게 되더라도 사탕이 맛있다는 한마디에 힘을 얻어 가게를 경영해가는 마음이라면, 단 한 번의 숨에 담긴 공기에서 천년의 감동을 느끼게 하는 경주와 같은 역사를 오늘날 우리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토의 마을에서 150년밖에 되지 않는 마루젠의 발걸음은 바로 최근의 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150년은 일본이 근대 국가로 성장하고 몇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평화와 인간 존엄의 중요함을 배워온 귀중한 세월의 집적이기도 했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문화와 지혜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미래의 가능성이 보인다.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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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생활 상식 - 상식으로 두뇌의 숨은 힘을 깨워라
한글 말모이 연구회 지음, 이삼영 기획 / 별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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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

 

 상식을 정리하여 집대성한 책은 거의 늘 재미있다. 읽기에 부담이 없고 독서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심지어 흥미롭다. [1분 생활 상식]은 일상, 과학, 역사, 자연, 사회라는 다섯 가지 분류로 여러 가지 상식을 모아 담았다. 책 뒷면만 봐도 재미있는 질문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설탕으로 딸꾹질을 멈추는 비법? 스컹크는 자신이 내뿜는 방귀의 지독한 냄새를 맡지 못할까?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정말 책을 많이 읽을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시원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설탕으로 딸꾹질을 멈추는 비법은 무슨 그냥 딸꾹질을 멈추는 방법도 잘 모르겠는데 뭐.

 

 일상 생활에는 큰 연관이 없거나 도움이 안되는 지식은 오히려 습득하기가 쉬운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니체니 데카르트니, 과학이니 경제니 사회 이론이니 뭐 이런 것들을 접하게 되는 빈도가 매우 높으니까. 오히려 삶하고 직결된 질문들, 살면서 쉽게 접하는 사물과 존재들에 대한 의문들에 대한 내용은 접하기 어려운 것 같다. 누가 ‘개는 왜 소변을 볼 때 다리를 치켜드는지?’를 알기 위하여 책을 뒤지겠어? 그러다보니 이런 책들을 읽으면 참 쏠쏠하다고 느끼게 된다. 두꺼운 벽돌을 쌓은 담벼락 사이사이를 진흙으로 채워 더 견고하게 담을 건설하는 마음으로 상식책을 읽게 된다.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초록색’에 대한 내용이었다. 왜 비상구가 녹색인지 아는 사람? 생명과 삶을 연상시키는 색이라서?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색이라서? 실은 나는 저렇게 유추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덕분으로 이제는 답을 분명하게 알았다. 아하! (답이 궁금하신 분은 책 85쪽을 꼭 읽어보시길)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도 혹시 다들 아셨는지?

 

 흥미로운 질문들도 많고, 대충 알고 있었다가 정확하게 알게 되는 내용도 많고, 심지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엄청 말도 안 되는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우치게 된 부분도 있다. 읽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고 어느 새 마지막 장을 보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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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모이는 디테일 -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창업의 비밀
박지훈.주시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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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장사를 시작하시면서 알게 되었다. 자영업이 이렇게 치열한 세계일 줄은 조금도 몰랐다. 예전에 미생에서 ‘회사 안은 정글이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다’ 이런 말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시대건 저 말이 들어맞지 않는 사회는 없었겠지만 지금만큼 저 말 고대로 들어맞는 사회는 전에 없었을 것이다.
 
 자영업에서 가장 어려운 건 가게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가게를 열기까지가 정말 대애애애애애박 힘이 든 것 같다. 입지, 아이템, 오픈 시기와 전략, 뭐 이런 걸 준비하는 게 얼마나 골치아프고 머리 빠지는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아니면 먹고 살게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를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퍼먹을 수밖에.
 자영업 3년이면 줄줄이 문을 닫는다는 요즘 세상에 어쩌면 가게를 내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 길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구명선 같은 기회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상권에, 어떤 아이템으로 가게를 열어서 장사를 해볼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발바닥에 짓무르도록 발품을 팔며 쏘다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책은 좀... 좀.. 고맙다. [손님이 모이는 디테일]. 책의 서두에 저자들은 자영업 시장의 불공평함을 꼬집으며 시작한다. ‘영세 자영업자는 매일 낡은 총칼로 무장한 채 전장에 나선다. 전투 결과가 좋을 리 만무하다. 최첨단 무기를 장착한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는 알토란 입지에 승리의 깃발을 꽂는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없는 대기업의 무기는 풍성한 정보와 데이터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첨단 빅데이터를 장착한 기업이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지적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다. 그래, 최첨단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하고 덤비는 기업의 공세 앞에 평범한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초라하고 무력한지. 슬프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빅데이터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은 다른 영역이다. (중략) 내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내용을 간추려 실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창업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 책은 이러한 고민 중에 기획했다.(8-9쪽)’

 책의 기획 의도와 집필 배경만 몇 줄 읽었는데도 마음이 든든하다. 아마 소상공인들이 다 비슷한 마음 아닐까? 성공 촉이 오는 아이템으로 아무리 준비하고, 모두가 괜찮다고 말하는 입지에 가게를 차린다고 해도 몇 개월 버티기가 어려운 게 요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보를 모은다. 주섬주섬 모으기도 어렵지만 그걸 잘 쓰기도 어렵다. 더구나 뭘 모르고 가게를 차릴 계획을 세우고 나서 실제 개점을 하기까지 많은 실수를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정보들을 분석해서 정리해주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369 원칙이다. 369 원칙이란 성수기 3개월 전 오픈할 것, 최소 6개월 이상 창업을 준비할 것(중략)... 창업 유망 시기와 실제 창업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다른 경우가 보인다. 이렇게 되면 창업 후 2~3개월 만에 비수기가 찾아오면서 오픈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업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바로 즉시, 어머니 가게의 성수기와 창업 시기를 돌이켜봤다. 소가 뒷걸음으로 쥐 잡는다고, 어떻게 무사히 괜찮은 시기에 오픈을 했구나 싶어 다행이다 싶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이미 가게를 열어서 운영 초기에 있는 사람들도 읽어봄직하다. 단순하게 어떤 게 뜨고, 어떤 업종이 진다는 차원의 분석이 아니라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주기에 매우 유익하다.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창업의 비밀’. 창업의 해답이라고 쓸만한 디테일들이 이 책에 있다.

창업 유망 시기와 실제 창업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다른 경우가 보인다. 이렇게 되면 창업 후 2~3개월 만에 비수기가 찾아오면서 오픈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업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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