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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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도서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단번에, 독자를 학창시절 교실 안으로 타임워프 시키는 강렬한 책이다.
 교실 안은 사뭇 전쟁터였다. 정글이었으며 각자도생해야 하는, 어디 사바나 밀림의 한가운데 같은 곳이었다. 오늘 저녁에 피시방을 가야 하는데 같이 가자고 물어볼까? 같이 가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면 어쩌지? 안절부절하다 쿨한 척 물어봤을 때 돌아온 ‘내가 왜?’라는 대답. 상처를 받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은 척 얼굴을 돌리고 자리에 앉아 우울한 심장과 두근대는 가슴을 무표정 아래 숨기고 수업을 간신히 들었던 일. 이런 기억이 하나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가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저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 글에 댓글을 썼는데 ‘베스트’가 된 적이 몇 번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고민글에 댓글을 다는 심정으로 시작되었다고. 


 그래, 지금은 잠시 잊었지만 그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모른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그런 고민과 걱정이 사라진 줄 아는가? 천만에. ‘지금 잠시’ 잊은 것 뿐이지 사실 어른이 되고보니 어른의 세계도 비슷하다. 상대의 마음의 지도는커녕 내가 내 마음의 지도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니, 상대의 마음도 내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관계의 화살은 얼마나 많이 빗나갔는지.  그런 관계의 헛발질 속에서 쌓이는 것은 비밀글이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든 내 속마음. 그러나 이 속마음을 비밀글인채로 쌓아두기만 하면 이 책이 특별할 이유가 없다. 이 소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의 주인공인 다현이는 비밀글을 차곡차곡 쌓으며, 생각 역시 차곡차곡 정리하다 어느 날 용기 있게 비밀글을 공개로 전환한다. 


 이 공개 전환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다현이는 타자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에 전전긍긍하는 소녀다. 왕따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다현이에게 주변 친구들의 평가와 시선은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기준이며 지침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다현이는 울려다니는 친구들 무리의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꽁꽁 싸맨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현이는 깨닫는다. 그렇게 사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용기를 낸다. 제비꽃더러 자기 이름을 불러달라 쓰고 체리새우에 자신을 대입할 줄 아는 이 센스 넘치는 중학생은 결국 블로그에 썼던 비밀글을 공개로 전환하고 자기의 속마음도 친구들에게 표현하게 된다.

 


 “여태까지 설아 넌 날 그렇게 생각한 거구나. 알았어. 그만두자. 나는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랑 더 이상 말 섞기 싫어. 참고로 말하는데 나, 은유한테 줄 선 거 아니야. 나는 누구 줄에 설 생각 없어. 누구 패거리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 난 그냥 길고양이처럼 혼자 다닐거야.”
 162쪽

 

 “(엄마의 말) 그렇지, 어려운 문제지. 하지만 자기 인생에 집중하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이더라. 욕이 내 배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마음껏 미워하라 그래. 어쩌라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과도하게 에너지 낭비할 필요 없어. 남들이 뭐라 하건 너한테 집중해.”
180쪽

 

 타자와의 관계 때문에, 특히 친구라고 부르는 존재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애나 어른이나 다르지 않다. 어쩌면, 어른이기에 더 솔직해지지 못하고 어른이기에 더 어려운 게 이 관계인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 중이라면 다현이를 친구삼아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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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살림 -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이세미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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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림을 집안 잡동사니를 치우거나 정리하는 일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살림의 다른 말은 경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림은 그 곳의 모든 것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결정짓는 법칙이며, 그 곳의 사람들이 운행하는 토양이며, 결국 그 곳에 속한 모든 것의 삶을 결정짓는 공기이다. 


 [아날로그 살림]의 저자 이세미 씨는 살림의 근원적 역할과 목표를 일깨우고 살림이란 결국 지구 전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임을 이야기한다.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그리고 이제는 그의 저서 [아날로그 살림]을 통해 이세미 저자는 소유와 소비 문화에 매몰된 ‘책임과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물건의 가치는 결국 그 물건을 소유한 사람에 의해 매겨진다. 물건 하나하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그 물건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생각한다면 어떤 것이든 내 소유로 만드는 것도, 버리는 것도 쉽게 할 수 없으리라. 가치를 부여할 만한 물건을 오랜 고심 끝에 소유하고, 그런 가치 있는 물건들을 귀하게 다루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도, 삶도 가치 있게 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41쪽

 

 저자가 단순히 슬기롭고 알뜰한 살림꾼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 전체를 생각하는 진짜 살림꾼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쓰레기로 뒤덮여 가는 지구, 그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생태계의 수많은 동식물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목격한 저자는 살림법 자체를 바꾼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편리성이었으나 그는 과감히 그 ‘편리’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와 더 품이 들고, 좀더 신경써야 하는 ‘아날로그 살림’의 길로 접어들었다.

 

점점 더 빨리, 더 편하게... 우린 ‘발전’이란 이름 앞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조금의 불편함이나 더딤도 허용되면 안 되는 것으로 길드는 듯합니다. 발전은 더 낫고, 좋은 상태로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편리함의 결과들은 잠시의 안락함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엔 우리를 더 낫고, 좋게 해주지는 못합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누리며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발전을 같이 이루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솜씨로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지혜와 삶의 자세들을 이 책을 통해 나누려 노력했습니다.
5

 

 스웨덴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등교 거부를 시작해 유럽 전역의 움직임을 일으켜 최연소 노벨상 후보에 오른 그레타 툰베리, 갖은 협박과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합성살충제의 위험을 알린 레이첼 카슨, 50년 동안 아프리카 정글에 살면서 침팬지를 연구하며 보호한 제인 구달, 아마존 우림 보호에 헌신한 마리나 실바, 정부에 맞서 다뉴브 삼각주를 지킨 올야 멜렌을 떠올린다. 거대한 문제들과 맞선, 누구라도 환경운동가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사람들이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살림이다. 어떤 위험도 도사리지 않은, 내 자신에게 유익이 더 큰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세상은 모두가 공존하는 곳이기에 큰 일을 하는 사람도, 작은 일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앞장서서 큰 길을 개척하는 리더가 있으면, 그 뒤에서 작은 것들을 챙겨가며 리더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팔로워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살림은 그런 팔로워의 영역이다.
 ‘너 혼자 해서 안 변해.’, ‘풀뿌리가 애써 봤자다’, ‘기업이 변해야지 개인이 노력해 봤자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말과 반응 때문에 머쓱했다거나, 기운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말도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절대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이윤을 창조해야 하는 기업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 열 사람, 백 사람... 점점 많은 소비자가 변화를 요구한다면 기업이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으리라. 나 혼자서는 어렵지만 우리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216-218쪽

 

 

 만약 이 책 [아날로그 살림]이 특별히 효율적이고 유용한 살림법이나 주부9단들의 남모르는 노하우들을 담은 책이었다면, 나는 아마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으리라. ‘살림’이라는 표제를 걸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살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살리는 책’이기에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그럼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책이냐고 반문한다면 대답은 ‘NO’다.
 이 지구의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살림을 하는 사람이다. 지구촌 살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소비를 하고 쓰레기를 만들고 어떤 방법으로든 지구 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혹은 받고 있는 사람들. 바로 우리 모두가 살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특정 대상을 독자로 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 책의 독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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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 - 89년생이 말하는 세대차이 세대가치
박소영.이찬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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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생이 온다>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이 책도 추천한다. 어쩌면 이 책 <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가 좀 더 솔직하고 발칙할수도 있다. 이 책은 90년생으로 퉁쳐지는 밀레니얼 세대 스스로가 자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두고 어떤 세대는 ‘참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세대는 ‘솔직한 친구들’이라고 하기도 한다. 둘 다 맞는 것 같다.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타자에게 솔직하려면 때로는 ‘말을 안 들어야’ 되더라고. 상대를 무안주려거나 일부러 그의 의견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기준 앞에서는 때로 ‘말 안 듣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더라도 할 말은 해야한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다. 문제는 이것이다. ‘가치’. <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의 두 저자, 박소영과 이찬은 밀레니얼 세대를 움직이는 것이 이 가치라고 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떤 세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뭐 그리 대단해서 그들의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를 신경써야 하느냐고? 두 저자는 이런 물음에 대해 이렇게 답변한다.

 

 

 2008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의 어느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인구의 26퍼센트를 차지하며, 사회에 진출하여 노동 및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인원수’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조직에서 이들을 신경 써야 하는 근거는 충분하다.
16쪽

 

주된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 세대에게 일을 시키는 건 만만치 않다.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대의나 조직이나 뭐 그런 걸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떻게 쓰였는가를 자각하고, 그것에 스스로 납득이 될 때 밀레니얼 세대는 움직인다. 그렇다고 남들의 조언 따윈 신경 안쓰는 마이웨이만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멘토를 찾고 갈망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일이란 단순히 지시 사항을 처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목적에 합당하게 쓰였는가’와 연관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업무 분배를 할 때는 일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팀원 개개인의 역량 정도를 파악하여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일을 배분해야 한다.
30쪽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책임과 권한만을 부여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방임이 된다. 시키지 않아도 모든 걸 척척 해내는 유능한 신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입사원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 업무에 대해 확실한 목표를 제시하거나, 넘어서는 안 될 선에 대한 안내나 정보는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 상호합의하에서 움직여야 공통의 방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다.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은 질문을 받았을 때 정확히 답변해주는 것이다.
163쪽

 


인류 역사 이래 세대 차이는 그 어떤 나라와 민족도 풀지 못한 숙제였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의 세대 차이가 크게 이상한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 세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알기 위하여, 서로에게 적응하기 위하여 공부하지 않는다면 세대 차이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사회 분열의 가장 강력한 한 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 불안한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하여, 지금 필요한 책, <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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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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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이 안 좋아서 진료를 가면 가장 자주 듣는 진단이 이거다. '원인이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크다'. 내 경험상, 두통이든 근육통이든 몸이 평소와 달리 군데군데 불편하거나 아파서 병원을 찾을 때 병인을 확실하게 듣지는 못했다. 직업이 뭐냐고 묻고,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니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피하라는 진단을 들으면 병원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가 그 정도로 대단히 강력한 것인가, 아니면 병인을 찾지 못하니까 스트레스로 퉁 치는 건가?'. 과학과 의학의 맹시가 포착해내지 못하는 신체의 변화를 밑도 끝도 없는 스트레스로 밀어붙이는 건 환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위험천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2. 남성 환자가 받는 진료와 여성 환자가 받는 진료가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왜냐면 남성 환자와 같이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립선 치료제라고 검색했을 때의 결과와 난소 치료제라고 검색했을 때의 결과가 매우 다르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전립선이라고만 쳐도 바로 전립선 치료제라고 검색어가 완성된다. 성격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난소 질병의 경우 검색어 완성은 고사하고 검색 결과에 따라 나오는 정보의 양도 많지 않다. 물론 이건, 검색어를 넣는 유저의 규모에 따라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 이 책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어보면 왜 위와 같은 정보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바로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난소암은 증상도 없는 침묵의 질병이라고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난소암 환자들이 통증이나 병증을 호소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난소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을 의사에게 호소해왔다. 의사들이 믿지 않았을 뿐이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감정적이고 예민하기 때문에 히스테리거나, 심인성 질환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혹은 귀신에 들렸거나)

 

3. 이 책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이 책의 추천인인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의 추천사는 이 책이 어떤 일을 해 냈는지를 알려준다. "저자인 뒤센베리는 우리가 막연하게 '여자라서 내 말을 안 믿어 주는구나'라고 가지고 있던 의심이 실제적인 차별로 존재했음을 광범위한 전문가 인터뷰와 설문조사, 연구들을 통해 증명해낸다. 여성 환자가 2/3인 알츠하이머 치매나 만성통증질환들은 정부 연구비나 재정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약물이나 의료기기는 여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효과가 나는지 정확히 모르며, 심장마비를 호소하는 환자 중 오진으로 집으로 돌려보내지는 환자는 여성이 남성의 7배에 이른다." (추천의 글 7쪽 중에서)

 

4.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고 나서 가장 강하게 드는 생각은 성차별이나 성평등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신체에 무지하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만 봐서는 안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 모두는 여전히, 누구나,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서조차 무지하다.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를 기술하는 일조차 서툴다. 문제는 이것을 환자들만 인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누구보다 먼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의사들은 몸의 이상을 100% 진단할 수 없다. 그러니 그저 기분탓이나 스트레스탓으로 병인을 몰아서 환자가 유별나다거나 예민해서 그런 고통을 호소한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여성,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 의사 모두가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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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던지는 위험 - 예측 불가능한 소셜 리스크에 맞서는 생존 무기
콘돌리자 라이스.에이미 제가트 지음, 김용남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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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위험’이 정치인들에게만 위협이 되는 시대는 갔다. 내가 자주 가는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글을 올리는 어떤 어른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고 공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 무심하면 안된다.’라고. 개인의 삶과 정치가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게 된 오늘날, 기업들은 물론 이름도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조차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파동을 걱정하게 된다. 물론, 개인의 날개짓이 기업이나 정치권의 어떤 악습이나 부조리한 것들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면에서는 좋은 시대다. 그러나 어디서 어떤 파도에 떠밀려 내가 원치 않는 길로 들어서게 될지 모르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점에서는, 더 피곤한 시대가 되었다고 해야겠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의 제66대 국무장관으로 재직했다. 최근에 국무장관이 여성인 영화나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는데 아마 이런 콘텐츠가 쏟아질 수 있는 발판을 놓은 유력한 인물 중에 콘돌리자 라이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가 같은 대학 동료 교수인 에이미 제가트와 함께 책을 냈다. 에이미 제가트는 스탠퍼드 대학교 산하 국제안보협력센터 공동 책임자로도 일하고 있다. 정치적 위험과 그 영향, 인과 관계 등을 분석하는 데 눈이 밝은 두 사람이 정치적 위험에 대한 책을 냈으니 단연 출간되자마자 읽어봐야 되지 않겠는가.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들은 ‘블랙피쉬 효과’를 설명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부상한 새로운 정치 세력, 예상할 수 없는 유형의 위험들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솔직히 나는 예상할수 없는 유형의 위험들에 대해서는 대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위험 자체에 대비할 수는 없지만, 그런 위험이 닥쳤을 때 내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이 책 [정치가 던지는 위험]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어떤 흐름을 읽어야 하고, 어떤 의견과 입장을 가지고 정치를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 


 [정치가 던지는 위험]은 ‘모든 것이 정치’가 된 이 시대에 정치적 파도에 휩쓸려 끌려 다니고 싶지 않은 사람이 읽어볼 책이다. 소신과 주관은 고집하고 다르다. 고집은 싸움을 하게 만들지만, 소신과 주관은 선택을 하게 한다. 정치적 파도에 떠밀리고 싶지 않다고 해서 고집만 부리다간 부러지거나 패대기쳐지기 십상이다. 위험을 파도 삼아 나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해보라는 조언이 이 책에 담겨 있으니, 글로벌한 차원에서 정치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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