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살림 -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이세미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살림을 집안 잡동사니를 치우거나 정리하는 일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살림의 다른 말은 경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림은 그 곳의 모든 것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결정짓는 법칙이며, 그 곳의 사람들이 운행하는 토양이며, 결국 그 곳에 속한 모든 것의 삶을 결정짓는 공기이다. 


 [아날로그 살림]의 저자 이세미 씨는 살림의 근원적 역할과 목표를 일깨우고 살림이란 결국 지구 전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임을 이야기한다.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그리고 이제는 그의 저서 [아날로그 살림]을 통해 이세미 저자는 소유와 소비 문화에 매몰된 ‘책임과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물건의 가치는 결국 그 물건을 소유한 사람에 의해 매겨진다. 물건 하나하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그 물건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생각한다면 어떤 것이든 내 소유로 만드는 것도, 버리는 것도 쉽게 할 수 없으리라. 가치를 부여할 만한 물건을 오랜 고심 끝에 소유하고, 그런 가치 있는 물건들을 귀하게 다루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도, 삶도 가치 있게 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41쪽

 

 저자가 단순히 슬기롭고 알뜰한 살림꾼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 전체를 생각하는 진짜 살림꾼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쓰레기로 뒤덮여 가는 지구, 그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생태계의 수많은 동식물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목격한 저자는 살림법 자체를 바꾼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편리성이었으나 그는 과감히 그 ‘편리’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와 더 품이 들고, 좀더 신경써야 하는 ‘아날로그 살림’의 길로 접어들었다.

 

점점 더 빨리, 더 편하게... 우린 ‘발전’이란 이름 앞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조금의 불편함이나 더딤도 허용되면 안 되는 것으로 길드는 듯합니다. 발전은 더 낫고, 좋은 상태로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편리함의 결과들은 잠시의 안락함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엔 우리를 더 낫고, 좋게 해주지는 못합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누리며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발전을 같이 이루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솜씨로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지혜와 삶의 자세들을 이 책을 통해 나누려 노력했습니다.
5

 

 스웨덴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등교 거부를 시작해 유럽 전역의 움직임을 일으켜 최연소 노벨상 후보에 오른 그레타 툰베리, 갖은 협박과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합성살충제의 위험을 알린 레이첼 카슨, 50년 동안 아프리카 정글에 살면서 침팬지를 연구하며 보호한 제인 구달, 아마존 우림 보호에 헌신한 마리나 실바, 정부에 맞서 다뉴브 삼각주를 지킨 올야 멜렌을 떠올린다. 거대한 문제들과 맞선, 누구라도 환경운동가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사람들이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살림이다. 어떤 위험도 도사리지 않은, 내 자신에게 유익이 더 큰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세상은 모두가 공존하는 곳이기에 큰 일을 하는 사람도, 작은 일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앞장서서 큰 길을 개척하는 리더가 있으면, 그 뒤에서 작은 것들을 챙겨가며 리더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팔로워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살림은 그런 팔로워의 영역이다.
 ‘너 혼자 해서 안 변해.’, ‘풀뿌리가 애써 봤자다’, ‘기업이 변해야지 개인이 노력해 봤자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말과 반응 때문에 머쓱했다거나, 기운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말도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절대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이윤을 창조해야 하는 기업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 열 사람, 백 사람... 점점 많은 소비자가 변화를 요구한다면 기업이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으리라. 나 혼자서는 어렵지만 우리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216-218쪽

 

 

 만약 이 책 [아날로그 살림]이 특별히 효율적이고 유용한 살림법이나 주부9단들의 남모르는 노하우들을 담은 책이었다면, 나는 아마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으리라. ‘살림’이라는 표제를 걸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살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살리는 책’이기에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그럼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책이냐고 반문한다면 대답은 ‘NO’다.
 이 지구의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살림을 하는 사람이다. 지구촌 살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소비를 하고 쓰레기를 만들고 어떤 방법으로든 지구 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혹은 받고 있는 사람들. 바로 우리 모두가 살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특정 대상을 독자로 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 책의 독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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