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가 좋아 -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김향미.양학용 지음 / 별글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써 5년 전이다. 라오스여행 에세이 <시속 4km의 행복>을 읽었던 때가.

느리고 소박한 라오스 여행기를 전해주었던 여행자 김향미 양학용 부부는 5년 만에 라오스를 다시 여행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책을 냈다.

 

5년 전 그들이 라오스 여행에세이를 출간했던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 여행자들에게 라오스는 낯설어서 신선한 곳이 더이상은 아니게 되었고 여행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라오스는 방송(꽃보다 청춘)으로 이미 익숙해진(적어도 신선함은 없어진) 여행지가 되었자.

그럼에도 여행자 부부는 다시 찾은 라오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라오스가 좋아]

 

[라오스가 좋아]를 읽기 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시속 4km의 행복] 서평을 찾아 읽었다. 그때 저 여행자들과 나는 어떤 감각을 공유했었는지, 그것은 아직도 변함 없는지, 여행자들이 이번에 다녀온 라오스 여행기는 무엇이 달라졌을지를 생각하면서.

당시에 나는 라오스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70년대 정도를 떠올렸던 것 같다.

아직 사람들이 순박하고 인정있고, 아직은 사람이 시간과 돈보다 중요한 그런 분위기를 느꼈던 듯.

그래서 라오스 여행기는 어떤 경험과 감상을 더하고 오는 곳이 아니라 덜어내고 오는 곳이라고 적었다.

 

같은 사람들의 두 번째 여행기를 보는 것은 아주 색다른 재미가 있다.

나도 모르게, 같은 곳을 보는 그들의 시선은 무엇이 변화되었고 무엇을 간직해왔나를 찾게 된다.

더불어 그들이 전해주는 감상에 공명하는 나는 무엇이 변화되었고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첫 책을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다가 요즘, 이 부부의 책을 다시 보면서 느낀 것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런 지점이다.

 

----------------------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라오스에 사는 한국 이민자에게 탁밧 때문에 라오 사람들이 그토록 착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것 같다고 내 느낌을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의 생각은 꼭 그렇지가 않았다.

여행자의 눈에 착하게 보이는 것과는 달리 함께 생활하는 입장에서는 좀 멍청하고 게으르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여행하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는 의미다. 맞는 말 같다. 여행자의 시각과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주민의 시공간이 현실이라면, 여행자의 시공간은 꿈일 수도 있다. 누군가 말했듯이 내가 타고 있는 배를 제외하고 모든 바다에 떠 있는 배는 낭만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현실을 너무 잘 아는 이는 여행을 떠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딜 가든 또 하나의 현실이 있는 한 여행은 그저 소비 행위일 뿐일 테니까.

1983. 순수한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 -----------------------------------------

 

여행지에 대해 어떤 것도 포장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이 본대로 들은대로 느낀대로 쓰고 그것이 설령, 여행자로서는 접하고 싶지 않은 민낯이라고 해도 솔직담백하게 다 털어놓는다.

그래서 이 부부의 라오스 여행기를 읽는 것은 아주 진실하고 편안한 경험이 된다.

또 이런 점 때문에 이 부부가 라오스 여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진짜 여행에 대한 인문학의 생각
정지우 지음 / 우연의바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에 눈을 뜨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배가 고프다. 그러면 아침을 먹어야 한다.

출근하고 난 후 정신없이 일하다 허기를 느끼기 시작할 즈음, 시계를 보면 어김없이 열한시가 살짝 넘은 시간이다. 그러면 점심을 먹어야 한다.

퇴근시간까지는 삼사십분 정도가 남았는데 출출해서 견딜 수가 없어 초코바를 까먹는다. 서둘러 작업하던 건들을 마무리 하고 가방을 들고 퇴근을 하면서 메뉴를 검색한다.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

 

배꼽시계가 사람의 하루를 움직인다면 사람의 한 해를 움직이는 이런 시계도 있는 것 같다. 여행시계....

 

참 희안하지.

바람이 간질간질해지는 3월만 되면 평소 관심도 없던 꽃이 보고 싶어지고 5월이 되면 주말마다 그렇게 어디 근교라도 쏘다녀볼까 발이 근질근질하다.

이러다 7월부터는 대놓고 휴가철이라 여행지 검색을 하게 되지. 그러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땡... 이 아니라 사시사철 때마다 여행도 좀 가줘야 되는게 요즘 사람인가보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는 나에게, 어디 한국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에 여행이라도 다녀와서 에세이를 내보라고 했다. 여행 에세이가 잘 팔린다나.

근데 그건 못하겠다 싶었다. 내가 여행을 떠나서 느끼는 것이라곤 항상 '... 좋다... ... 좋네... 오오오오 완전 좋구나..' 정도니까.

더구나 밥상 위에 여행에세이가 종류별로 얼마나 많은데 여기에 내 그릇 얹을 자리가 있으려고.

 

그런 비슷비슷한 여행에세이들 사이에서 어떤 책 한 권이 송곳처럼 뾰족 튀어나왔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라며.

진짜 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지가 아닌 여행관을 쓴 이야기.

다양한 인문학 서적과 글을 써온 정지우 작가는 이번엔 여행을 화두로 삼았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감상을 얻고 싶어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를 읽기로 했다면 목표를 바꾸기를 권한다.

이 책은 여행지의 무엇을 보고 누군가를 떠올렸다거나 지나간 세월을 돌이켰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왜 여행을 가는지? 여행에서 ''라는 개인이 실제로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왜 여행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느끼게 되는지?

여행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에 대해 집중한 책이다.

 

예전에 어느 세미나에서 이런 조언을 들었다. '여행에세이를 쓸 거면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라'.

그때는 저 말이 알쏭달쏭했다.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

정지우 작가의 차분한 문장들을 따라가, 나는 이제 아주 조금이나마 저 의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앞자리 동료는 벌써 바다 건너 어딘가로 떠날 예정이라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휴가를 즐기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의지만 불태우지 말고 여행관에도 불을 지피고 떠나라고 모른 척, 이 책 한 권을 자리에 놓아주어야 겠다.

몸만 떠난 여행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생각까지도 '여행'에 충실하게 떠났다가 완벽히 돌아올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홍춘욱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학과 출신으로 벌써 수년 째 서평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그가 책을 냈다.

 

이코노미스트를 만든 책과 질문들 그리고 경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어 출간한 것이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읽어도 항상 경제란만은 자동을 스킵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경제 공부'라는 단어는 지적 사치다.

 

왜 사치냐......소화할 깜냥이 안되지만 그래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늘 욕심은 나지만 생각만큼 잘 안되는 그것에 나에게는 경제 공부랄까.

 

그래서 저런 단어들이 등장하는 책 제목이나 띠지만 보면 평소 잠잠하던 허영이 막 발동한다.

 

그래 이번에야 말로!!

 

 

 

하지만 이 책은 '경제 공부'에 오롯이 집중하는 책은 아니다.

 

실은 제목을 왜 저렇게 뽑았는지 출판사에 문의하고 싶다. 나와 같이 '경제'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허영이 있는 독자들을 낚을 심산이었던 것인가?

 

 

 

이 책은 경제 공부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제를 좀 아는 분이 읽어온 책들에 대한 내용을 곁들였다. (코스 요리에 이것저것 나오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목차만 봐도 책의 흐름이 훤히 드러난다.

 

역사학도를 경제학자로 이끈 질문과 답 -> 이코노미스트와 함께하는 경제 공부 -> 세상 보는 눈을 밝히는 책들

 

처음 꼭지에서 경제학자의 자서전으로 시작한 이 책의 마지막 꼭지는 서평책으로 끝난다.

 

 

 

책 내용이 나쁘지는 않다.

 

역사학도를 경제학자로 이끈 질문과 답 부분에서는 실제로 내가 궁금하던 이야기들이 있었고 특히 두번째 꼭지에서는 '경제 지식 파노라마'라는 부제와 어울리는 다양한 단계의 경제지식들을 열심히 설명해준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다 제목 탓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Q&A a Day for Moms : 꿈이 있는 엄마의 5년 이야기 Q&A a Day
포터 스타일 지음, 정지현 옮김 / 심야책방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는 엄마로만 살지 않는다는 걸, 나는 참 늦게 알았다.

엄마도 나와 같은 여자고 엄마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있고 엄마도 엄마가 아닌 다른 이름이 있다는 걸,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마음으로 깨우쳤다.

 

요즘 엄마들은 우리 어머니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엄마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살고 싶어도 기회가 적었다.

기회가 적으니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으리라.

그래도 요즘은 엄마가 엄마 아닌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조금 많이 열려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책이 나온 걸 보면 이런 느낌은 더욱 확실해지지.

 

Q&A for moms

이 책은 일기와 다이어리를 섞어 놓은 듯하다.

1년 365일을 기록할 수 있도록 수첩으로 엮었는데 특이한 점은, 한 해만 쓰는 다이어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20_ 이라는 숫자 뒤에 차곡차곡 5년을 써 나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예를들면, 매년 4월 26일마다 같은 질문 '작년 이맘때와 비교할 때 나는 무엇이 얼마나 변화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했다.

매일 매일 질문이 바뀐다. 이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하면, 앞으로 5년간은 매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서 하루를 시작 혹은 마감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

날마다 채워나가는 짧은 기록을 통해 조금씩 자라는 삶,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삶, 결실이 있는 삶을 위한 지혜를 얻고자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긴 글보다 짧은 글 쓰기가 더 쉽다고 생각하는데 내 경우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짧은 글은 긴 글보다 더 어렵다.

내 머릿속에 복잡하게 오고가는 생각들 혹은 뒤엉켜 있는 감상들을 몇 글자만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넉넉한 페이지를 주고 채우라고 할 때보다 짧은 글을 써야 할 때, 더 많이 고민하고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언뜻 펼쳐봤는데도, 질문들이 참 좋다.

가정을 돌보아야 하는 엄마의 위치에 충실한 질문들도 있지만 엄마를 벗어나, 여자로 혹은 한 인간으로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을 실었다.

 

미혼인 내가 보기에도 눈에 쏙 들어오는 질문들이 있으니, 굳이 엄마가 아니더라도 이런 수첩을 써보고 싶은 분들은 참고해볼만 하다.

무엇보다 책이 너무 예쁘다. Q&A for 시리즈 중에 제일 예쁘게 생겼다. 생긴 게 마음에 드니까 자꾸 더 손에 쥐어보고 펴보게 된다.

  인간이여... 시각의 노예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이 실은 우연이 아니라는 걸 다양한 법칙을 들어 설명해준 책이다.

 

20년 전에 잃어버린 결혼반지가 올해 가을에서 캔 당근뿌리에 걸려 있다든가

 

아버지가 종아리를 삔 그 시각, 아들도 똑같이 종아리를 삔다든가

 

집에 딸이 넷이 있는데 딸들이 태어난 해만 각각 다르고 생일은 모두 똑같이 85일이라든가

 

뭐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은, 원래 절대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일 벌어진 게 아니라

 

여러가지 확률과 확률이 맞아 떨어져서 생긴, 법칙의 세계 안에서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생겨야만 (희소하 가능성도 어쨌든 가능성이므로) 하는 일들이 나타난 것 뿐이다.

 

책의 저자는 어떻게 이런 일들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그를 증명하는 법칙을 들어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형질의 세계에는 수많은 선택과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기적이라 부르는,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던 일들이 나타나게 되는 일들은 어쩌면 인내와 여러가지 확률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다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선택의 법칙은 만일 당신이 사후에 선택한다면 확률을 마음대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화살을 쏜 다음에 표적을 그리는 것이다. 이 예에서 선택의 효과는 명확히 드러난다. 사후 선택은 모든 화살을 표적에 명중한 화살로 만든다. 그러나 선택 과정은 대개 드러나지 않고 진행된다. 내가 이번 시험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음번 시험에서 점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학생들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한데, 나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278' 나오며 ' 중에서

 

사실 이 책은 조금 읽기 어려웠다. 단어는 다 아는 단어인데 좀처럼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 원서를 읽는 느낌이었다. 읽는데 이렇게 힘이 드는 책은 오랜만이라, 애먹었네.

 

하필 저 구절이 또 책의 맨 뒷부분에 있어서 더 아쉬웠다. (앞에 저거와 비슷한 내용들이 있는데 읽는 내가 대충 지나쳤던가.....)

 

이번 시험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란 동시에 다음 시험에서 점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학생들이 될수도 있구나 (왜 그럴수도 있구나, 라고 달았냐면 이게 확신이 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너무 많으므로). 가능성에도 이런 전혀 다른 방향이 있다.

 

가능성이라는 동전의 앞뒷면을 동시에 본 느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