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로만 살지 않는다는 걸, 나는 참 늦게 알았다.
엄마도 나와 같은 여자고 엄마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있고 엄마도 엄마가 아닌 다른 이름이 있다는 걸,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마음으로 깨우쳤다.
요즘 엄마들은 우리 어머니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엄마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살고 싶어도 기회가 적었다.
기회가 적으니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으리라.
그래도 요즘은 엄마가 엄마 아닌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조금 많이 열려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책이 나온 걸 보면 이런 느낌은 더욱 확실해지지.
Q&A for moms
이 책은 일기와 다이어리를 섞어 놓은 듯하다.
1년 365일을 기록할 수 있도록 수첩으로 엮었는데 특이한 점은, 한 해만 쓰는 다이어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20_ 이라는 숫자 뒤에 차곡차곡 5년을 써 나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예를들면, 매년 4월 26일마다 같은 질문 '작년 이맘때와 비교할 때 나는 무엇이 얼마나 변화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했다.
매일 매일 질문이 바뀐다. 이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하면, 앞으로 5년간은 매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서 하루를 시작 혹은 마감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날마다 채워나가는 짧은 기록을 통해 조금씩 자라는 삶,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삶, 결실이 있는 삶을 위한 지혜를 얻고자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긴 글보다 짧은 글 쓰기가 더 쉽다고 생각하는데 내 경우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짧은 글은 긴 글보다 더 어렵다.
내 머릿속에 복잡하게 오고가는 생각들 혹은 뒤엉켜 있는 감상들을 몇 글자만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넉넉한 페이지를 주고 채우라고 할 때보다 짧은 글을 써야 할 때, 더 많이 고민하고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언뜻 펼쳐봤는데도, 질문들이 참 좋다.
가정을 돌보아야 하는 엄마의 위치에 충실한 질문들도 있지만 엄마를 벗어나, 여자로 혹은 한 인간으로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을 실었다.
미혼인 내가 보기에도 눈에 쏙 들어오는 질문들이 있으니, 굳이 엄마가 아니더라도 이런 수첩을 써보고 싶은 분들은 참고해볼만 하다.
무엇보다 책이 너무 예쁘다.
Q&A for 시리즈 중에 제일 예쁘게 생겼다.
생긴 게 마음에 드니까 자꾸 더 손에 쥐어보고 펴보게 된다.
인간이여... 시각의 노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