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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일 동안 아이슬란드 - 네 여자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배은지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아이슬란드는 참 낯설다.
뭘 해서 먹고 사는 나라인지도 잘 모르겠고 뭐가 유명한 나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나의 무식함을 인증하게 되어 무척 송구하지만. 정말 이제까지 살면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느꼈던 나라에 크로아티아라든지 핀란드라든지 뭐 여러 나라가 있었지만 한번도 아이슬란드를 가보고 싶다고, 거기가 궁금하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나를 아이슬란드는 단 몇 시간만에 홀렸다. 단번에 '아.. 진짜 여기 가고 싶다'고 동경하게 만들었다. 이런 교통사고 같은 애정을 일으켜 준 문제작이 있으니, 바로 아이슬란드의 매력을 콕콕 꼬집어 전해준 책, [딱 10일동안 아이슬란드] 되시겠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행에 그리 능한 편이 아니다. 아무데서나 잠들기 능력은 꽤 쓸만한데 그것 뿐이다. 짐꾸리기, 길찾기, 맛있는 식당 찾기 등등 여행에 필요한 주요 스킬은 영 신통치않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 그 자체를 즐기지 않는 건 아니다. 새로운 세상은 항상 옳다. 새로운 세상이란 거기가 좀 척박하고 문명의 혜택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곳이라고 해도, 새롭다는 것 자체로 좋다. 낯선 언어, 낯선 공기, 낯선 풍경이 주는 그 묘한 긴장감은 카페인 같다. 처음 한 모금이 힘들뿐, 자꾸 자꾸 다시 찾게 되니까.
몸이 훌쩍 떠나기가 어려운 처지여서 그런가, 요즘 확실히 여행기를 읽는 횟수가 잦다. 예전에는 남이 다녀온 여행 후기 읽는 게 뭐가 재미있나, 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남이 여행길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거기로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읽으면서 혼자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거지. 신통치않은 여행 스킬을 이렇게라도 연마해보는 거다.
나 같이 여행력이 미비한 사람들은 원정대를 구성해서 떠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딱 10일동안 아이슬란드]의 저자와 그 원정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너는 길찾기와 운전하는 발이 되고 나는 식사를 만드는 손이 되고 또 다른 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는 눈이 되라. 탕탕탕. 이렇게 서로를 보완해줄 파티원을 잘 짜서 출발한다면 적어도 햇반을 미처 못 구해 굶거나 야밤에 숙소를 못찾아 길을 헤매다 밤을 꼴딱 새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지만 아니, 여행은 그런 걸 예측할 수 없다. 단언할 수도 없고 확신할 수도 없고. 그래서 여행을 인생에 비유하잖아.
[딱 10일동안 아이슬란드]의 저자 배지은씨는 아는 사람들끼리 이참저참(친하던 사이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 뭉쳐서 열흘간 아이슬란드 여행에 나섰다. 일행이 아이슬란드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책을 읽으면서 나는 걱정부터 들었다. 4사람, 그것도 평소 교류가 많지 않던 사이라 손발이 안 맞아서 혹은 크게 싸워서 어려운 일은 없었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 그런데 그녀들의 여행기는 매우 훈훈했다. 문화와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자 광활하고 장엄한 자연 앞에 감탄을 마지 않는 솔직한 사람들이라는 교집합 때문일까. 그녀들이 찾아다닌 아이슬란드의 폭포, 마을, 미술관 등 다양한 관광지도 매력적이고 그녀들의 여정 그 자체도 매력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다고 느낀 건 아이슬란드 자체의 매력과 더불어 너무나도 유익한 여행을 다녀온 그녀들의 여행기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열흘이면 너무 짧다, 조금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이 끝나가는 게 아쉬웠다.
경비는 구체적으로 어디어디에 얼마가 들었는지, 공항에서 내려서부터 렌터카 대여 그리고 숙소로의 이동 등 여행 경로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 이 책은 아이슬란드 여행 정보도 꼼꼼하고 알차게 잘 담아냈다. 저자들이 다닌 여행 경로 그대로 쫓아다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좋다.
이전까지, 내 신혼여행지는 항상 '하와이'였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아이슬란드로 가야겠다. 오로라 아래서, 데티포스 앞에서 그 사람 손을 잡고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