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 온전히 나답게 살기 위한 자존감 연습
슈테파니 슈탈 지음, 김시형 옮김 / 갈매나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누가 나한테 그랬다. 너는 참 자기확신이 강한 것 같아. 그 말이 나더러 참 고집 세고 자기 방어가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는 걸 나는 한참, 아주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물론 저 말을 나에게 한 그이의 뉘앙스는 전혀 비난하거나 기분나쁜 투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저 말 안에 숨은 의미를 굉장히 가볍게 넘겼다. 자기확신? 내가 그렇게 뭔가 확신에 차서 움직이는 타입으로 보이나? 이렇게 껍데기로만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나는 뭔가를 좀 착각하고 있었다. 자기확신과 고집은 같은 말이 아니다. 나는 단순히 고집스러운 인간이었을 뿐이다. 그걸 알아채는 데에 나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걸 알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쓸데없는 고집을 버리게 되었다. 누가 나에게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류의 발언을 하면 겉으로는 웃어도 한번쯤은 돌아본다. 고집을 부렸는지, 진짜로 확신을 한 건지. 그러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내가 분석한 속뜻인 '너는 고집 세고 자기 방어가 강한 사람이야'라고 말도 나쁜 말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도 그럴 수도 있고 앞으로는 안 그러거나 여전히 그럴 수도 있는, 그건 그냥 성향의 하나일 뿐이니까.

 

한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성격이 바뀌는 횟수는 얼마나 될까? 예전에는 어릴 때의 성격 고대로 일생을 살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를 돌이켜보니 그게 아니었다. 10살 때의 나와 15살의 나는 내가 봐도 성격이 참 다르다. 10살에는 다소 소극적이고 예민하고 조용한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15살의 나는 책상 위를 뛰어 다니며 쉬는 시간에 고성과 발광의 표본이 되기에 주저함이 없는 아이였다. 20살에는 많이 새침했었고 이기적이었고 25살에는 많이 우울하고 신경질적이었다. 몇 번이나 성질이 바뀌는 동안, 그대로 유지되는 그 무엇은 분명히 있었다. 어떤 신경분석학자는 그 무엇이 바로 본래의 나, 진짜 나라고 한다. 그런데 이 진짜 나를 진짜로 발견하고 대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이 일평생, 자신이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고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거나, 이 고민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으면 나는 쉽게 나약해진다. 그래서 내가 나를 막대하거나 싫어하거나 부정하거나, 이런 일들이 생기기 십상이다. 걷잡을수 없이 신경질적이 되고 공격적이 되는 내 성격을 스스로 바라보면서, 나는 참 이상했다. 나는 어릴 때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지? 진심으로 다행스럽게도, 그러다 나는 답을 찾았다.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으니까, 내가 나를 원망하고 내가 나를 힐난하고 내가 나를 막대하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는 내가 고민했던 내용들, 그리고 발견했던 나름대로의 답안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이다. 이런 류의 심리학 서적들이 꽤 되지만, 이 책은 그 여러 책 중에서도 발군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다치는 나를 인식하고 내 안을 돌아보며 원인을 찾고 자존감을 뭉치고 다져가며 치유하고 마침내 사람들 사이에서도 편안히 지내는 법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책이 끝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나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꼭지였다. 자존감은 무작정 자기를 사랑해주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실은 그렇지 않다. 무분별한 자기애는 오히려 자존감이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불안과 의심도 마찬가지. 자기 스스로에 대해 늘 (긍정적인) 의심을 하고 자기불안을 가지고 산다고 해서 자존감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이런 과정이 없으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집이 자존감인양 고집을 빠락빠락 세우게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진짜 자존감을 위해 '책임'을 질 것을 놓치지 않고 조언한다. 삶의 현실 뿐 아니라 미래, 인생 설계에까지 건강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 책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자존감이라는 문제의 세 글자를 고민하는 분들이 읽어볼만한 기분 좋은 책이다.

 

 

 

심리적으로 더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더 지속 가능한 것은 이 두려움을 책임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기 전에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나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지려면 가장 먼저 삶을 스스로 제어하며,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우연에 인생을 내맡기지 않아야 한다. 책임이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고 삶을 가꾼다는 뜻이다. 혹시 무언가에 좌초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좌충우돌 임시변통으로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내 행동에 책임을 지려면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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