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모이는 디테일 -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창업의 비밀
박지훈.주시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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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장사를 시작하시면서 알게 되었다. 자영업이 이렇게 치열한 세계일 줄은 조금도 몰랐다. 예전에 미생에서 ‘회사 안은 정글이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다’ 이런 말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시대건 저 말이 들어맞지 않는 사회는 없었겠지만 지금만큼 저 말 고대로 들어맞는 사회는 전에 없었을 것이다.
 
 자영업에서 가장 어려운 건 가게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가게를 열기까지가 정말 대애애애애애박 힘이 든 것 같다. 입지, 아이템, 오픈 시기와 전략, 뭐 이런 걸 준비하는 게 얼마나 골치아프고 머리 빠지는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아니면 먹고 살게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를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퍼먹을 수밖에.
 자영업 3년이면 줄줄이 문을 닫는다는 요즘 세상에 어쩌면 가게를 내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 길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구명선 같은 기회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상권에, 어떤 아이템으로 가게를 열어서 장사를 해볼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발바닥에 짓무르도록 발품을 팔며 쏘다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책은 좀... 좀.. 고맙다. [손님이 모이는 디테일]. 책의 서두에 저자들은 자영업 시장의 불공평함을 꼬집으며 시작한다. ‘영세 자영업자는 매일 낡은 총칼로 무장한 채 전장에 나선다. 전투 결과가 좋을 리 만무하다. 최첨단 무기를 장착한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는 알토란 입지에 승리의 깃발을 꽂는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없는 대기업의 무기는 풍성한 정보와 데이터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첨단 빅데이터를 장착한 기업이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지적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다. 그래, 최첨단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하고 덤비는 기업의 공세 앞에 평범한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초라하고 무력한지. 슬프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빅데이터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은 다른 영역이다. (중략) 내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내용을 간추려 실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창업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 책은 이러한 고민 중에 기획했다.(8-9쪽)’

 책의 기획 의도와 집필 배경만 몇 줄 읽었는데도 마음이 든든하다. 아마 소상공인들이 다 비슷한 마음 아닐까? 성공 촉이 오는 아이템으로 아무리 준비하고, 모두가 괜찮다고 말하는 입지에 가게를 차린다고 해도 몇 개월 버티기가 어려운 게 요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보를 모은다. 주섬주섬 모으기도 어렵지만 그걸 잘 쓰기도 어렵다. 더구나 뭘 모르고 가게를 차릴 계획을 세우고 나서 실제 개점을 하기까지 많은 실수를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정보들을 분석해서 정리해주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369 원칙이다. 369 원칙이란 성수기 3개월 전 오픈할 것, 최소 6개월 이상 창업을 준비할 것(중략)... 창업 유망 시기와 실제 창업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다른 경우가 보인다. 이렇게 되면 창업 후 2~3개월 만에 비수기가 찾아오면서 오픈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업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바로 즉시, 어머니 가게의 성수기와 창업 시기를 돌이켜봤다. 소가 뒷걸음으로 쥐 잡는다고, 어떻게 무사히 괜찮은 시기에 오픈을 했구나 싶어 다행이다 싶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이미 가게를 열어서 운영 초기에 있는 사람들도 읽어봄직하다. 단순하게 어떤 게 뜨고, 어떤 업종이 진다는 차원의 분석이 아니라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주기에 매우 유익하다.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창업의 비밀’. 창업의 해답이라고 쓸만한 디테일들이 이 책에 있다.

창업 유망 시기와 실제 창업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다른 경우가 보인다. 이렇게 되면 창업 후 2~3개월 만에 비수기가 찾아오면서 오픈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업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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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안에 끝내는 면접 합격 시크릿 - W스피치 우지은 대표의 취업 성공 노하우
우지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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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하고 싶다면, 채용 합격 소식을 듣고 싶다면? 일단 이 책부터 읽어라!

 

내가 처음 면접을 보았던 경험은 대학 입시 때였다. 원서를 넣은 학교에 인터뷰를 갔는데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면접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든가 대비가 있어야 한다든가 뭐 그런 생각은 1도 없었다. 결과가 나쁘진 않았으나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참 무모했다고 밖에 할말이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아마 한 천 년 뒤에도 먹히는 말로 생존해 있을 듯 하다.

 

 어떻게 보면 면접이라는 게 뭐 그렇게 특별히 까다롭거나 어렵다거나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이 지원자가 우리 조직에 알맞은 인물인가 아닌가를 판별해보는 잠깐의 과정일 뿐이다.문제는 이 잠깐의 과정에 너무나도 큰 게 걸려 있다는 것이다. 이 면접을 잘 보느냐, 마느냐에 따라 나의 몇 년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달려 있으니까. 내가 앞으로의 몇 년(어쩌면 몇 달....)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를 결정하는, 아주 잠깐의, 한 시간도 안 되는 아니, 불과 몇 분밖에 되지 않는 시간. 하아, 그러니 어떻게 이 면접을 아무 대비도, 전략도 없이 보러갈 수가 있겠나.

 

 면접! 그 불편하고 불안한 자리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략이 그대에게는 있는지? 이 책은 묻는다. 면접, 어디까지 준비해봤니?

 

 다음은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경영의 정의다. 이를 들여다보면 회사가 뽑고 싶은 인재의 요건이 보인다. “경영이란 인간에 관한 것이다. 경영의 과업은 서로 다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직이 해야 할 모든 것이다.”
 답이 보이는가? 회사는 직원들을 통해 회사의 비전과 미션, 사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따라서 채용 과정에서 회사의 관심은 오로지 지원자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성과를 창출할 능력과 열정이 얼마나 되는지에 집중돼 있다. 또한 대인 관계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격이 모나지 않고 타인과 더불어 조직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는 인성을 지닌 지원자를 선호한다.
 21쪽

 

 

 저자 우지은 씨는 스피치학원의 대표다. 방송인으로도 활동했던 그녀는 현재 보이스 트레이닝과 스피치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기업과 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다. 목소리와 화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스피치 분야의 권위자이자 기업의 대표로서의 경험을 콜라보하여 그녀는 이 책을 썼다. 기업이 면접을 통하여 지원자에게 무엇을 판별하려 하는지, 면접에 들어가기 전 알고 들어가야 하는 내용은 무언지, 면접 장소의 문을 여는 그 첫 순간부터 자리에 앉는 애티튜드와 나올 때의 모습은 어떠하면 좋은지, 면접관과 이야기할 때 어떤 목소리가 가장 좋은지 저자의 경험과 그간의 노하우가 총동원된 책이다.

 

 굳이 면접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한번쯤 읽어두면 너무나 유익하다. 이 책은 전달력을 높이는 스피치 훈련에도 적용되는 노하우들이 들어있고, 효과적이고 매너 좋은 토론자로서 가져야 하는 스킬에 대한 가이드도 들어있다. 


 화술을 가다듬고 싶다거나 토론을 잘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적극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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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 내가 만든다 - 나만의 일을 찾는 여자,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엄마들을 위한 창직 멘토링
박시현 지음 / 샨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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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한다고? 돈을 벌기 위한 일은 이제 전부 기계가 대체할 텐데 그럼 너는 무엇을 할텐가?

 

 얼마 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이런 말을 꺼냈다. ‘문명이 발달을 해서 과연 정말 내가 편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동감이라고 했다. 정말 내가 편해졌나? 몸이 덜 움직이고 덜 수고스럽고 덜 번거롭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편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나? 몸이 너무 편하면 그게 곧 병을 부른다고 생각하는 나라서, 나는 다소 번거로워도 몇 층 정도는 걸어 오르고 좀 손이 가더라도 손으로 만든 음식이나 소품들이 좋고 그렇다. 몸매나 수작업의 개성적인 아름다움이나 뭐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병이 없는, 무결 무병의 상태’로 보이는 혹은 느껴지는 것이 좋을 뿐이다.

 

 이런 나의 천성은 무엇인가? 내가 행복하게, 즐기면서, 질리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언가? 그리고 그런 분야 중에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이 기꺼이 관심과 물질을 내어줄 것인가?

 

 ‘창직’ 일명 잡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아직은 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조만간 이 창직이라는 분야 자체가 창조적인 새로운 직업으로 각광을 받을 수도 있겠다. 예전으로 치자면 직업소개 혹은 직업상담과 비슷한 의미 아닌가? 물론 하는 일은 매우 다르다. 이미 있는 직업으로 연결을 시켜주는 게 아니라, 개개인에 맞춘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키는 일이 바로 이 ‘창직’이다.

 

 누가 이야기했는지 잊어버렸는데 이 말 자체는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이제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시대. 유발 하라리 였는지, 누구 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누가 이야기했는가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 저 말이 얼마나 묵직하게 나에게 다가왔는지, 나는 저 말 한 마디를 요즘의 신조처럼 여기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내 직업 내가 만든다]는 이미 시작된 4차산업혁명의 충격 속에서 우리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현실적인 포인트를 짚어낸다.

 

 이 책의 시작, 그러니까 잡 크리에이터인 저자의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경단녀. 어쩌다보니 아가를 낳고 엄마가 되고 한국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특별할 것 1도 없이 경력단절여성이 되어 버렸다. 저자는 지나간 저자의 배경과 당시의 감정을 가감없이 털어놓으며 ‘그래서 내가 창직의 세계로 뛰어들게 되었다’고 적었다. 사실 처음부터 뭐 대단하게 이런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다. 다만 저자에게는 나이가 들고 육아에 지쳐도 시들지 않는 창의력과 의지와 절박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하나 하더라도 자기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자기만의 개성과 매력을 담뿍 담은 결과물을 창출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는 틈새시장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직종이라고도 하는, 자신만의 바다를 개척하는 사람이 세상에 적지 않다. 저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으로 마이웨이를 개척하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취재하여 이 책에 함께 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창직을 하기 위하여 어떤 부분을 분석하고, 어떤 아이디어를 더하면 좋을지에 대한 팁도 함께 썼다.

 

 사실 이 책은, 읽기도 전에 이미 친구에게 선물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책이다. 아이 둘을 낳아서 기르다 이제 취업 전선으로 다시 나와야 하는 친구가 ‘이 나이에 경단녀를 누가 써?’라고 하소연하고 푸념하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보고 단번에 그녀를 떠올린 것. 이 책의 저자처럼, 내 친구도 명랑하고 당차고 야무지고 똑똑하게 자기 일을 잘 해내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내 친구도 저자와 같은 창직의 길에서 순항하기만을 기도한다. 만나서 밥 먹자고 하고, 이 책을 척 하니 그의 품에 안겨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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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죽어 -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김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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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량한 혀는 곧 생명나무라도 패려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

- 성경 잠언서 15장 4절

 

 어제 아침에 모 택배 집하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택배를 주문했는데 주소지를 이상하게 적어왔다는 것이다. 주소지가 이상하므로 배달을 할 수 없으므로 반송하겠다는 통보였다. 똑같은 주소를 적어서 택배를 주문한 다른 업체들에게서는 아무런 문의도, 불평도 들은 적이 없었기에 나는 당황했다. 더구나 주소지가 이상하니 반송하겠다고? 그럼 다른 업체들이 배달했던 그간의 택배들은 다 어떻게 왔단 말인가? 4차원의 문으로? 어이가 없어서 내가 주소를 다시 알아보고 있는 3분여 사이, 이 문제의 택배 건을 주제로 한 통화는 A기사에서 B기사로, B기사에서 C기사로 넘어갔다. A기사와 B기사와의 통화는 그야말로 시정잡배만도 못한 우기기와 막무가내와 고성이 점철된 롤러코스터였다. ‘뭐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배달을 한다고 하고 있지?’ 싶은 마음에 욕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C기사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 C기사가 제일 고참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노련했다. 차분하게 주소지를 다시 확인하고 어떻게 저떻게 일은 일단락되었다. 


 지나가다 새똥을 맞은 듯 난데없이 불쾌한 일이 있고 나서 잠시 생각했다. 우리 동네 기사님들이 양반이었던 거구나, 세상에 바쁘다는 이유로 멋대로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많다더니 이런 경우인가?, 아침에 집하장이 바쁘니 마음이 급하면 우격다짐으로 반송처리하겠다는 어이없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이상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 집 앞에 얌전히 놓여 있는 택배 몇 개를 발견하고 집 안으로 들였다. 그러면서 또 다시 생각... 이렇게 잘 오는 택배도 있으니 뭐, 괜찮아.

 

 [괜찮아, 안 죽어]는 어느 시골의사가 쓴 에세이다.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전력질주하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저자는 한적한 시골의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처음에는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하여 견딜 수 없어 하던 그가 지금은 1층에서 2층(병원이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으로 계단을 걸어 올라온 노인들의 푸념을 넉넉하게 받아주기도 하고, 감이니 우유니 떡 따위를 새카만 봉다리에 싸다 주는 마음의 결을 한 자락씩 물고 뜯을 줄도 아는 의사가 되었다.

 

 이 책에 실린 38편의 이야기는 푸근하다. 귀가 어두워서 딴에는 속삭인다고 하면서 복도가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롤 대화를 나누시는 할머니들의 에피소드도 정겹고, 일부러 감을 잔뜩 따다가 홍시를 해 먹으라고 바리바리 싸오는 어르신의 인심도 안락하다. 그러나 과연 글로 적힌 빛깔 그대로 그의 일상이 넉넉하고 안온하겠는가? 절대 아닐걸? 책의 맨 뒤에서 저자는 토로한다.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복장 터지게 만들고, 불쾌감을 주고 때로 다시 얼굴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그의 병원을 찾아온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욕지기를 하고 웃는 낯으로 인사를 하면서도 다시는 오지 말라고 속으로만 이야기도 해본다. 그리곤 온량하고 선량한 대화와 사소한 일들이 파이 크러스트처럼 향긋하고 따듯하게 겹쳐 있는 일상의 다른 면을 떠올리곤 그 기운으로 버티며 살아간다고 고백한다.

 

 

 아무튼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이나 반대로 힘이 쪽 빠지는 고단한 감정을 애써 외면하며, 그 감정의 파도가 뇌세포 안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버텨 나가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입으로는 늘 괜찮다고, 사람은 그리 쉽게 안 죽는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나 역시 괜찮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에 이야기한 그 자연스럽고 간단한, 그저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소통과 교감이 비교적 무난하게 이뤄지는 선량한 나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위안과 감사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말이다.
 온갖 잡다한 감정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며, 그 감사함만으로도 살아갈 이유 역시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258-259쪽  사실 나는 괜찮지 않다 중에서 

 

 

사는 일은 다 이런 일인가보다. 괜찮아, 안 죽어.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어.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넘겨버리자는 말 속에 이미 언젠가는 다 죽는다는 결말을 담고 있는 저 말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이나 반대로 힘이 쪽 빠지는 고단한 감정을 애써 외면하며, 그 감정의 파도가 뇌세포 안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버텨 나가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입으로는 늘 괜찮다고, 사람은 그리 쉽게 안 죽는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나 역시 괜찮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에 이야기한 그 자연스럽고 간단한, 그저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소통과 교감이 비교적 무난하게 이뤄지는 선량한 나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위안과 감사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말이다.
온갖 잡다한 감정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며, 그 감사함만으로도 살아갈 이유 역시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258-259쪽 사실 나는 괜찮지 않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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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
정켈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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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에게 닥치는 것 같다. 그런 순간들. 정말 난데없이 일어나는, 재난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런 순간들.
그건 어떤 특정한 일이나 사건이 아니다. 그게 뭐 되게 크고 별난, 대단한 일이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아무것도 아닌 말에, 정말 한없이 별 것 아닌 상황일지라도 그 순간에 내가 그것을 상처라고 받아들여버리면 나는 어떻게 손 써볼 수도 없이 넉아웃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림 에세이를 그리고 쓰면서 정켈 작가가 거기에 담은 것도 그런 것들 아니었을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지경인데, 심지어 개구리는 죽어가면서도 돌을 탓하지 못하고 자기가 개구리인 것을 탓하고 있는 복장 터지는 상황.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하나만 바꿔보자. 돌에 맞은 개구리가 만약 개구리가 아니라 000이라면.
오리 사이에 버려진 백조가 자기를 오리라고 알고 컸다는 이야기를 전국민이 다 아는 판국에, 저 개구리가 실은 개구리가 아니고 황소였다고 한들 뭐가 어때서? 왜 안되는데?

돌맹이에 맞은 황소는 죽지 않는다. 죽기는 커녕 돌 던진 데를 쫓아가서 들이 받지.

 

그래서 나는 요즘 생각한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개구리 말고 황소로 살아야겠다.

 

정켈 작가가 그린 에세이 속에서 '나'는 촛농 처럼 녹기도 하고 흙처럼 부서지기도 한다. 그렇게 형체를 잃었다가 기운을 다시 얻은 '나'는 더 견고한 형태로 다시 일어선다. 액체괴물처럼 내 뒤통수 위에서 나를 덮친 슬픔이나 외로움이나 무력감이나 분노나 절망... 이런 것들은 '부디 내가 준비되었을 때 오라'고 제어할 수 없다. 어디 뭐 세상이 내 사정 봐주나? 그럼 나도 세상의 사정을 봐줄 것 없다. 누가 뭐라고 생각하든지 말든지, 내가 사회악이나 민폐나 공공질서 파괴를 수행하는 게 아닌 이상 내가 좀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독특하고 별난 나로 살아도 문제는 1도 없다. 아마 촛농처럼 녹고 흙처럼 부서지는 과정은 저 사실을 몸으로 깨우치는 시간인 것 같다.

 

이 시간을 겪은 정켈 작가는 투박하고 거친 스케치, 날것 그대로의 펜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나는 내가 나라서 마음에 드는데요, 뭐. 그냥 이게 나인데요.' 마치 이렇게 읖조리듯.


 

 

어따 개수작이야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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