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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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영혼은 몸보다 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가깝고, 몸은 영혼보다 더 눈에 보이는 것에 가깝다는 것인가?”
  “필연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크라테스 선생님.”
 “그런데 우리는 앞에서 한참 전에 이렇게 말했지. ‘영혼이 몸을 통해서 어떤 것을 고찰하는 일은 몸의 감각을 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는 것이나 듣는 것이나 그 밖의 다른 감각을 통하려 할 때 몸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 영혼은 몸에 이끌려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들과 접촉하게 되고, 그러면 길을 잃고 헤매며 혼란스러워져서 마치 술에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게 된다’고 말일세.”
 136쪽 소크라테스와 케베스의 대화 중에서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변론 혹은 변명으로 알려진, 아테네를 향한 소크라테스의 항변을 기록한 [변론]은 매우 유명하다.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제목은 들어본 사람이 대부분이리라. 내가 읽은 변론은 소크라테스 본인이 ‘누군가는 나더러 유창한 말로 홀려서 청년들이 나를 따르게 만든다고 하지만, 내가 얼마나 말을 못하는지 여기 있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데 그런 고발들은 모두 모함이 아닐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헛’하고 코웃음을 치게 만든 책이다. (여보세요? 말을 못한다고요?? 누가요?) 변명이란 단어에 담긴 부정적 뉘앙스 때문에 변론이라고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현대지성 시리즈에서 출간한 이번 책의 경우 항변의 뉘앙스를 더 확실하게 살리는 쪽으로 무게를 실어 ‘변명’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등 4편과 함께 해제, 연표가 실려 있다.

 예전에는 한창 변론-변명만 읽고 말아버렸는데 현대지성 시리즈에서 나온 책으로 [파이돈]을 처음으로 읽었다. 이게 이렇게 재밌는 내용인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의 친구인 크리톤이 수감된 소크라테스를 면회하면서 나눈 대화를,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의 임종(사형 집행) 직전에 그를 찾아간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그래서인지 [크리톤], [파이돈]의 주제와 내용은 사람이 간직한 것들 중에 ‘영원성’을 가진 영혼과 정신에 집중되어 있다. 몸이 죽고 나서도 소멸되지 않는 영혼의 가치성, 몸과 영혼이 공존하는 이 현세에서 사람이 마땅히 생각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크리톤]과 [파이돈]은 이야기한다.

 어릴 때 보았던 코메디프로의 영향 때문인지 ‘소크라테스’라고 하면 쓸데없이 진지하고 고리타분한 느낌이 있다. (나도 이런데 나보다 더 나이도 어리고, 철학에는 관심 없는 독자들이 봤을 때는 오죽할까 싶다.) 소크라테스가 너무 무겁고 진중하고 부담스러웠다면 현대지성 시리즈에서 출간한 이 책을 가볍게 읽어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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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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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을 넘기면서 민주화가 삶의 모든 미시적 영역까지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거시적으로 성취되었다고 여겨진다. 이에 우리 사회는 보편적 가치에 따라 모두가 뭉치기보다 이해와 권리에 따라 헤쳐 모이는 다원주의의 현상을 보였다.
 극단의 논리와 극혐의 언어는 ‘중용’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배경이었다. ‘중용’은 바로 이렇게 진영의 논리가 득세한 극단과 극혐 또는 극호의 시대에 삶의 중심을 잡고자 제시되었다.
 따라서 중용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때 끝까지 고민하지도 모든 방안을 검토하지도 않고 어느 지점에 멈춰 서서 일을 서둘러 마치는 얼치기도 아니고 그냥 대충 넘어가려는 어물쩍도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이 옳고 다른 쪽이 무조건 나쁘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도 중용의 길이 아니다. 중용은 인간의 진실에 따라 모든 것을 걸고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도전하는 길이다.
6-7쪽 저자의 머리말 중에서

 

 

 8년 전에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집필했던 신정근 저자가 이번에는 중용을 주제로 한 책을 출간했다. 마흔에 논어가 필요했다면 오십에는 중용이 필요하다. 공자로 대표되는 동양고전에 눈뜨게 만든 책이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었다면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동양고전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으로 삶의 무게 중심을 묵직하게 실어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어보면 이 책이 비단 반백의 중년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중용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배경을 짚으며 중용의 가르침이 우리 시대에도 통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극단의 논리, 해괴한 주장이 판을 치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중심을 잡도록 믿을만한 추가 되었던 중용의 무게는 우리시대에도 살아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역시 극단의 논리와 해괴한 주장이 판을 치고 있는데다 사람들은 기준을 삼을 것도, 추로 삼을 것도 없이 이리저리 유리하고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 책으로 처음 접해보았다. 영화에서 인용된 한 구절로 중용을 접해본 게 다였던 나에게 이 책은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혔다. 아마 특정 독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술로 제목에 ‘오십’이 들어가야 했던건가 싶은데, 이 제목 때문에 오십대 혹은 오십대를 목전에 둔 연령층들만 이 책을 눈여겨볼까 싶어 아쉬울 정도다.
 나이가 많든 적든(이것도 물론 상대적인 기준이리라), 사는 일의 고단함이 깊든 얕든 간에 사람은 누구나 중용이 필요하다. 용기가 없어서 선택하거나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객관화’니 신중이니 하는 말로 포장하는 것도 안 될 일이고, 평생 아무것에도 책임지지 않고 구경꾼으로 혹은 방관자로 살아가는 것도 안 된 일이다. 이런 삶의 방식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처럼 자리잡는 건 위험한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용]이 필요한 게 아닐까. 오십이 곧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만 아니라 언젠가는 오십이 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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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철학 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시리즈
개러스 사우스웰 지음,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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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철학 서적이 심심치 않게 팔리고 도서관에는 새로운 철학 도서가 매달 입고되며 잘 나가는 철학 서적들은 몇 주나 대기를 걸어두어야 빌려볼 수 있다. 지하철에서도 철학 도서를 읽는 시민들을 종종 만난다. 이렇게 철학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살기가 어려운 탓일까,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서일까. 아마 이런 의문도 철학적 사유로 발전시켜볼 수 있겠지.
 
 공교육을 거치면서 우리는 노자,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니체 정도는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유명한, 달리 말하면 길게는 몇 천 년, 짧게는 몇 백 년의 세월을 초월하여 현세에까지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철학자들 각자가 무엇을 말했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이름만 알면서 어떻게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위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남겼는지 정도는 구별할 줄 알면,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철학’이라는 게 좀더 쉽고 낯익은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철학]은 100명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명언과 그 철학자들의 주요 사상들을 간략하게 소개한 책이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노자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친숙한 인물도 많지만, 낯선 인물들도 매우 많다. 인류 역사의 긴 세월동안 철학자가 당연히 100명은 족히 넘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름을 들어보는 철학자는 사실 100명이 채 안되지 않을까. 대충 살아가면서 다 들어보지 못할, 그러나 분명한 위업을 이룬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간략하게라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익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철학의 바람에 올라타 이것저것 철학서적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어느 정도 철학사와 철학의 흐름을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필요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뒷 표지에 실려 있는 하이에크니 시몬 드 보부아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를만큼 생소하다. 마치 철학사 하이라이트 편집본이라고 할만한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그동안 흘러온 철학의 맥은 물론 나하고 궁합이 잘 맞는 철학자가 누구인지까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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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지 않는 사람들 - 감시, 조종, 거짓에 맞서 싸운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영웅들
매슈 대니얼스 지음, 최이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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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겨울은 이전에 없었던 시위로 소란했다. 수도 리야드에서 여성 운전권에 대한 시위가 일어났고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외친 여성들은 체포되었다. 당국은 이들을 중죄를 저지른 인물로 취급하였고 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2011년 ‘아랍의 봄’ 직후, 사우디아라비아의 겨울에 해빙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날 알 샤리프가 유튜브에 자신이 운전하는 영상을 게재하고 이 영상이 국제적인 관심을 얻게 되면서 여성 운전권 요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사우디 여성의 운전권은 더 이상 사우디 내국의 문제도, 여성 문제도 아니게 되었다. 이것은 전 인류가 함께 주목하고 고민하는 세계인의 이슈인 동시에 인권 문제로 자리 잡았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상 최초로 여성 운전을 허용하게 되었다.

 30년 전에는 실패했던 일이 지금은 성공할 수 있게 된 결정적 이유는 한 가지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딸애에게 수혈이 필요하다고 올리면 순식간에 주변의 수십 명이 헌혈하겠다는 응답이 오고, 물부족 국가에게 전해진 식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오르면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 선행에 동참하겠다는 하트를 보낸다. 법학박사이자 인권 운동가인 매슈 대니얼스의 말대로 ‘인터넷은 좋은 생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보편적 인권 운동의 추진력을 마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109쪽)다.’

 

 

 그래서 우리 시대에는 그 어떤 시대도 요구되지 않았던 남다른 감수성이 필요하다. 인권 감수성이다. 인권이라는 단어를 읽으면 평범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대의나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오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정의 같은 것들이 떠올라 부담스러운가? 그러나 사실 인권이란 멀리 있고 거대한 어떤 것이 아니라 항상 내 곁에 있는, 공기처럼 투명하고 가벼운 것이다.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는 세계 인권 10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보편적인 인권은 우리가 사는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장소, 그러니까 너무나 작아서 세계 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곳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개인의 세계입니다. 자신이 사는 동네, 다니는 학교, 일하는 농장이나 공장, 사무실 모두가 개인의 세계이지요. 이런 곳에서부터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존엄성이 지켜져야 합니다. 거기에서 보편적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지켜질 수 없습니다. 집 가까이에서 보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들이 합심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책 40쪽)”

 

 오늘 집 앞에서 강도를 당하지 않고, 장을 보러 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시체나 핏자국을 보지 않았으며, 놀이터에서 납치된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안전한 개인의 세계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쉽게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손 닿는 곳에 있는 우리들이 식수가 없어 생존에 위협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감히, 위에 쓴 마날 알 샤리프의 심정에도 다가가기 어렵다. 분명히 체포될 것을 알면서도 운전대를 잡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그녀와 그런 그녀에게 공개적인 지지를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살고 있는 ‘개인의 세계’와 내가 살고 있는 ‘개인의 세계’란 마치 몇 광년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이 다름은 고통이고, 이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지구촌 각각의 ‘개인의 세계’가 모두 보편적 인권이 지켜지는 세계가 되도록,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왜냐하면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방관이며, 모든 방관은 유죄이기 때문이다.

 

 인권 운동가 매슈 대니얼스는 타인에게 무감하고 무지한 현대인들의 삶에 영감을 던지기 위하여 이야기를 썼다. 그 이야기란 얼마 전 출간된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세계의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매슈 대니얼스는 성장기에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며 책을 시작한다. 강도를 당해 척추가 부러진 어머니, 길에서 얻어맞지 않고 학교를 가기 위하여 고민했던 시간들, 청소년기에 수없이 보았던 시체들과 핏자국들, 그가 사는 곳에 언제나 맴돌던 강간을 당하고 죽거나 총격을 당해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이 겪은 고통은 자신 한 사람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이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방관하지 않으려는 의욕이 있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매슈 대니얼스는 이 책에서 ‘인권’이라는 가치가 대두되기까지의 간략한 역사와 1948년 발표된 세계 인권 선언문의 핵심 가치 그리고 그 가치가 실현되기에 충분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특징을 설명하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인 우리의 현실 속에서 인권 전쟁에서 승리한 시민들의 사례들까지 실었다. 나와 별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영감을 얻기를 바라면서.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이 책에 앞으로 어떻게 쓰이면 좋을지를 잠시 생각했다. 중고등학생들의 독서토론 주제도서가 되어 이 책을 읽고 각자가 SNS에서 할 수 있는 인권 활동이 무엇이 있을지 토론을 해도 좋겠고,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이 책을 함께 읽고 우리가 방관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나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들에게 이 책이 제일 필요하리라. 이 책은 ‘인권’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람답게 사는 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 받는 것도,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일도 모두 사람답게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내 옆에서 내가 살릴 수 있는 타인이 죽어가고 있을 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람이라고 불리기 어려운 일 아닌가. 내가 내는 목소리가 무의미하게 묻히거나 분명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면 무지하고 방관해도 탓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과 개인이 무한대로 연결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세계적인 연대가 가능해진 우리 시대에 ‘무지와 방관’은 유죄다.
 유대와 연대가 희미해져, 사회와 나라가 흔들리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어쩌면 이 책은 더욱 특별하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나라보다 디지털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 디지털 시대의 상호연결성이라는 힘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 책이 우리의 인권 감수성 향상 뿐 아니라 우리가 과거에는 풀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갈래갈래 찢어진 시민들의 연대를 회복하게 만드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문명사회는 우리 시대에 감춰진 이 홀로코스트를 끝내야 한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어둠 속에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암흑세계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세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세계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공포를 알리고, 억압자들이 저지르는 만행을 중단시켜야 한다.
 모든 인간의 자유가 보호되는 새로운 시대는 단순히 정보화 시대와는 다르다. 내가 펼치는 인권 혁명 운동은 실질적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벽을 허물며, 생명을 구하는 시대가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그 일은 성공하고 있다.
책 32쪽

 

https://www.instagram.com/p/B6X2mi8l3Hl/?igshid=pn51gshdv900

 


 
 

이제 문명사회는 우리 시대에 감춰진 이 홀로코스트를 끝내야 한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어둠 속에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암흑세계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세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세계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공포를 알리고, 억압자들이 저지르는 만행을 중단시켜야 한다.
모든 인간의 자유가 보호되는 새로운 시대는 단순히 정보화 시대와는 다르다. 내가 펼치는 인권 혁명 운동은 실질적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벽을 허물며, 생명을 구하는 시대가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그 일은 성공하고 있다.
책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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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심리학 - 생각의 깊이는 더하는 매일 한 문장의 힘 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시리즈
알렉스 프라데라 지음, 김보람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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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이 이렇게나 많은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마음의 본성을 탐구하는 일, 나의 감정을 들춰보고 비춰보는 건 누구나 시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이래 이런 시도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마음의 본성을 탐구하는 일이 철학에서 시작된 이후 근대와 현대에 접어들면서 심리학은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다. [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심리학]의 저자 알렉스 프라데라는 유명한 심리학자의 말 혹은 심리학 명언들 100개를 모았다. 결정적인 한 마디와 함께 그 한 마디를 남긴 심리학자를 소개하고 그의 주요 이론이나 달성 과업들을 설명한다. 칼 융, 프로이트, 아들러 등 이제는 대중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심리학계의 저명한 학자들도 실려 있지만, 윌리엄 제임스, 프레데릭 바틀릿 등 심리학사에서 빠질 수 없는 학자들과 이백, 데이비드 흄 등 심리학에도 지분이 큰 사상가들도 함께 실려있다. 아마 이 책 한 권만 차분히 읽어도 웬만한 심리학자와 심리학 서적 혹은 이론가, 사상가들의 이름과 내용에 익숙해질 것이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처럼 무의식적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면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동기와 권력, 통제력을 포함하는 사회적 영역을 소홀히 여기게 된다고 생각했다. 완벽을 추구하는 우리의 노력과 통제 욕구는 어떻게 된 것인가? 인생은 틈만 나면 우리에게 열등감을 심어주려는 것 같다. 상담 시간만이라도 서로 인간이라는 동등한 존재가 되어 나란히 앉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러한 생각 끝에 아들러는 진료실의 침상을 폐기했다. 낙천적이고 솔직한 아들러의 진료 방식은 결국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어느 환자가 가족력과 고민,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들을 털어놓자, 아들러는 그 환자에게 치료가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환자가 대답하자 아들러가 대답했다. “그럼, 지금 가서 그렇게 하십시오.”
 아들러는 열등감을 키우고 강조하는 사회 체제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이자 관념주의자였고, 페미니스트였다. 그는 자녀들에게 각자의 미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하게 하면서 가족들이 더욱 민주적으로 행동하길 격려했다.
 77쪽

 

 

 최근에 아들러 심리학에 한국 출판계에서 굉장한 호응을 얻었는데 알렉스 프리데라가 설명한 아들러 소개를 읽다보면 왜 아들러 심리학이 그렇게 큰 주목을 받았는지 이해가 된다. 그리곤 아들러 심리학을 좀더 깊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연이어진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저자는 독자들이 ‘온갖 신기한 심리학적 현상을 설명하며 심리학의 발달에 기여한 모든 인물을 공정하게 평가’하기를 바랐다. 물론 그러기에 100개의 인용문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서로 상반되는 때로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 많은 사상가, 심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이 책과의 만남을 계기로 독자가 직접 심리학의 보다 깊은 앎의 단계로 들어가게 되기를 바란 것이 저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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